반려견과 안락사
E01 반려견의 역사
E02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 체계
E03 외국의 동물보호법 체계
E04 개에 물렸을 때 법적인 후속 절차
E04 개에 물렸을 때 법적인 후속 절차
1. 형사절차
관리를 소홀이 하여 자신이 키우던 개가 제3자를 물어 사망이나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켰을 때 적용되는 죄명은 기본적으로 형법상 과실치상죄 또는 과실치사죄입니다.
형법은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고,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실치상죄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규정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이르게 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률적으로는 범죄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요한다는 규정입니다. 인과관계의 의미와 인정범위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아래에 논할 내용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단순한 말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실무상으로는 그 해석에 따라 사람의 처벌여부가 달라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과관계란 자연논리적 인과관계, 즉 “A가 없었다면 B 사실은 발생하지 않았다”라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A에게 인과관계 인정된다는 이론을 말합니다. 조건설에 의한 인과관계라고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공사장에서 망치 떨어뜨려 사망시킨 경우 “망치를 떨어뜨리지 않았다면 사망하지 않았다”라는 말은 맞는 말이므로 인과관계 인정되는 것입니다.
조건설은 인과관계 여부의 판단은 명확하지만 그 범위가 무한정 확대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조건설에 의하면 흔히 형법 교과서에는 살인자의 부모도 살인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살인자의 부모가 살인자를 낳지 않았다면 살인의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형법상 인과관계에 대하여 상당인과관계설 채택하고 있습니다. 조건설을 기초로 하되 사회생활상 경험에 비추어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면 인과관계 부정한다는 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일반인의 관점에서 그럴만하다 싶으면 인과관계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면 합리적이지만 법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인과관계에 대한 실제 판례를 몇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성폭행 당한 피해자가 자살한 사건에서는 성폭행과 사망사이의 인과관계가 부정되었습니다. 차량에 시동열쇠를 꽂아 둔 사이에 회사 조수가 운전해서 사고가 일어난 사건에서는 열쇠를 꽂아 둔 행위와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했습니다. 종래의 조건설에 의하면 인과관계 인정되지만 일반인 관점에서 아니다 싶으니 부정한 것입니다.
반면에 시동열쇠를 꽂아 둔 사이에 꼬마 아이가 차량을 운전해서 사고가 난 경우, 폭행을 피하려고 도로를 건너던 도중 차에 치여 사망한 경우 등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었습니다.
이런 법리를 기초로 해서 이번에 이슈가 된 반려견 사망사건의 형사처벌여부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전통적 조건설에 따르면 개가 물지 않았다면 병원에 가지 않았을 것이고 치료를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므로 일단 자연적 의미의 인과관계는 인정됩니다. 그러나 과연 사회통념상 개가 물어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해서 추가로 판단을 해야 합니다. 일부 언론 보도에서처럼 개가 문 것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피해자의 평소 질병이나 의료상 실수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망 사건의 수사 관행상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부검이 필수적입니다. 부검을 해야 개에 물려 사망한 것인지, 기타 다른 사유로 사망한 것인지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피해자 유족들이 부검을 요청하지 않고 그대로 장례를 치렀다는 것입니다. 물론 과실치사죄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 유족들이 형사고소를 하지 않더라도 수사를 개시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부검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사를 진행하기는 곤란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만 이야기하자면 형사절차는 물건너갔다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2. 민사절차
개에 물려 사망에 이르렀다면 당연히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민법은 동물이 사람에게 손해를 가했을 경우 그 동물의 점유자 또는 보관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동물 소유자의 책임 규정이 아니고 점유자와 보관자의 책임 규정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규정만 본다면 소유자는 책임이 없습니다. 가령, 맹견을 친구에게 보관시키고 해외여행을 간 사이 그 개가 사람을 물었다면 소유자가 아닌 보관자, 즉 친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자동차 소유자나 건축물 소유자의 경우에는 직접 관리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소유자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는데, 동물의 경우에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대법원 판례 중에는 도사견 소유자가 개를 빌려주고 그 개가 사람을 문 경우 소유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예가 있기는 합니다. 대법원은 마땅한 법률 규정이 없어서 도사견 소유자가 개를 빌려줄 때 도사견의 관리에 적합한 시설 등이 갖추어졌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고 만연하게 빌려줬다는 과실을 근거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자동차 소유자나 건축물 소유자는 무과실책임을 부담합니다. 즉 과실이 없어도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동물 소유자에 대해서는 이런 규정이 없어서 약간 억지로 과실사유를 만들어 내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이 사망하면 손해배상은 손해3분설이라고 해서 세부분에 나누어 배상을 해야 합니다. 적극적손해, 소극적손해, 위자료가 그것입니다.
적극적 손해는 사망 자체로 인해 발생한 손해, 즉 치료비나 장례비 등을 말합니다. 소극적손해는 일실이익이라고도 하는데, 그 사람이 살았다면 죽을 때까지 벌 수 있었던 금액을 말합니다. 이러한 현행법 체계에서는 부자가 죽으면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이 나오고, 무직자나 노숙자가 죽으면 일용직 노임을 기준으로 한 손해배상금이 나옵니다. 2017년 기준 일용노임은 10만원이 약간 넘지만 중간이자 공제 등의 계산을 하면 하루 6~7만원에 불과합니다.
위자료는 말 그대로 정신적 피해금액인데 이것은 대체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현재 법원에서는 사망 위자료를 약 1억원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민사 소송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되지 않았을 때 법원에 의해 강제적으로 돈을 받아내는 제도이므로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민사소송 자체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최시원씨 가족도 피해자 유족과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금액을 얼마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합의 과정 자체에 법적인 하자가 없다면 민사소송의 진행도 어려울 것으로 예측됩니다.
3. 지자체의 조례 개정 움직임
최근 반려견 사망사고로 인해 관련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아직 정식으로 개정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른바 강아지 공장을 퇴출하고, 동물 관리를 강화하고 처벌규정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법 개정에 있어서 경기도가 먼저 발벗고 조례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이 공중위생 등을 이유로 지자체 조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조례개정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경기도가 고지한 조례 개정안은 15kg 이상 반려견은 외출시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것과 목줄은 2m 이내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반하면 1차 10만원, 2차 20만원, 3차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입니다. 일각에서는 몸의 크기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최시원씨 사건의 반려견인 프렌치 불독도 보통 몸무게가 15kg 이하라는 것입니다.
부산진구도 조례 개정의 입법예고를 했습니다. 15kg 이상 반려견은 외출시 입마개를 착용해야 하고, 목줄 길이도 2m이하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경기도 조례 내용에 추가하여 반려견의 보유는 가구당 5마리 이하로 제한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앞으로 어떠한 내용의 법개정이 있을지는 국회에서 여러 논의가 오가고 있으므로 좀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