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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건 Jul 04. 2018

공복의 즐거움

[생존 다이어트 12편] 배고픔의 고통이 찾아올 때

지난 토요일(6/30) 속초로 가족 여행 다녀왔다. 출발 두어 시간 전, 장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이틀 전 육회에 소맥을 몇 잔 마셨는데, 그게 탈이 났나 보다. 화장실 몇 번 다녀오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다. 일정 부분 정리가 됐다 생각하고 출발했다.


주말이라 도로는 적당히 막혔다. 지체와 서행을 반복하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신호가 왔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 식은땀이 났다. 30분 정도 자신과의 싸움 끝에 화장실, 아니 휴게소에 도착했다. 달려갔다. 개운했다.


700번이나 볼을 돌린 스페인의 지루한 티티카카를 인내하던 러시아 선수들처럼, 잘 참아낸 나 자신이 대견했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인제쯤 왔을 때 또 소식이 왔다.  다행히 우리나라 휴게소 중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는 내린천 휴게소가 가까이 있었다. 무사히 해결했지만, 속초 가는 길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내린천 휴게소, 뷰는 정말 좋았다.


심한 장 앓이를 겪고 생각했다. 대부분 병의 근원은 음식이다. 많이 먹어서, 안 좋은 걸 먹어서, 자극적인 걸 먹어서, 몸은 아프다. 아예 안 먹으면 또 다른 병이 생기겠지만, 덜 먹는 건 그럭저럭 괜찮다.


2년 전 다이어트를 하면서 허기를 참는 게 가장 힘들었다. '식이 8: 운동 2'라는 진리를 따르기 위해 강력한 식이 조절을 했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왔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매사 무기력했다.


몇 번 겪다 보니 비법이 생겼다. 그 순간, 절정의 고통이 찾아온 순간만 잘 넘기면, 이상하리만큼 괜찮아졌다. 평온해졌다.


영양분 문제가 있는 부분만 해소해주면 됐다. 고통의 순간, 아몬드 등의 견과류를 자주 먹었다. 칼로리가 높은 편이어서 허기가 쉽게 해결됐다. 칼로리 밸런스 등의 에너지 바로 칼로리를 보충해주기도 했다.


물도 좋다. 일시적 공복감을 해소해준다. 물 외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탄산수를 자주 마셨다. 커피는 카페인 덕에 스팀팩 맞은 것처럼 활기를 찾을 수 있었고, 탄산수는 특유의 포만감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최근엔 '배불리 젤리(6kcal)'라는 걸 먹는데, 화학 첨가물이 많아 추천하진 않는다)


'거짓 배고픔'을 이겨내면 된다. 배고프지도 않은데 입이 궁금해서, 입이 심심해서 계속 주워 먹는 게 가장 위험하다. '신체적 배고픔'을 알아채는 게 중요하다. 그때의 고비만 잘 넘기면 된다.


속초 여행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몸이 말을 안 들으니 즐거울 리 만무하다. 속초에 다녀와서, 가능한 적게 먹고 있다. 삶은 달걀, 토마토, 닭가슴살 등 최소한의 에너지만 섭취 중이다. 나름의 디톡스다. 많이 먹어서 아픈 것보다, 덜 먹고 잠깐 불편한 게 낫다.


물론 배고프고 힘들다. 하지만 고비를 넘기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치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 숨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러너스 하이'를 느끼는 것처럼, '공복의 즐거움'도 그에 못지않은 쾌감을 준다.


먹은 즐거움만 있는 게 아니다. 비우면서 느끼는 '공복의 즐거움' 다이어터들에게 꼭 필요한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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