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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공상태 Jun 18. 2024

어느덧 다음 주

방콕을 갑니다.

2018년에 한국에 돌아온 후, 크게 한번 아팠고, 거의 1년동안 집 밖에 나가지 못했었다.


2019년 늦은 가을 즈음부터 치료가 시작되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꾸준히 약을 먹고 있다.


지금의 반려자를 만난 이후, 나의 생활 반경이 조금씩 조금씩 넓어졌는데, 다음 주면 6년만에? 다시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를 타게 된다. (코로나 시절, 비행기 값이 기차표보다 저렴했을때 비행기를 타고 광주와 제주도를 간 적은 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카타르항공 승무원으로 4년여를 근무했다. 지금 생각하면 한여름 밤의 꿈같이 느껴지는 일이다.


비행기를 지하철처럼 타고 다니던 그 시절에는, 오늘은 홍콩, 내일은 런던, 정신이 없었다.

(지금 지구마블 방송을 보면 그때가 조금 생각이 난다.)


그리고 대만에서 결혼 생활을 하며 한국어를 가르치던 5년 동안은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휴가때는 아이슬란드를 두번이나 가기도 했었다. 


그랬던 내가 해외로 가는 비행기를 뚝! 끊어버린 것이다. 


해외 여행이나 해외 생활이 주는 설렘이나 재미보다, 나의 치료가 우선이었고, 나의 생활이 안정되는 것이 우선이었다.


지금 나는 여러가지로 많이 안정이 된 상태이다.


하고 있는 일도, 나의 반려자와의 관계도, 치료도, 다른 여러가지 것들도.


남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니게 보일 수도 있고, 별것 아니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다음 주에 방콕을 간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나름 큰 용기를 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어제 병원에 갔을 때, 필요시 약을 추가로 처방 받았다. 비행할 때 혹시 필요하면 복용하라는 선생님의 배려였다.


비행기가 무서운 것은 아니다. 해외가 무서운 것도 아니다. 


단지, 다시 내가 어떤 설렘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과연 내가 준비가 된 걸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나의 반려자와 함께 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잘 다녀와야지. 잘 다녀올 거고 별 일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 긴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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