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촌놈

by 강알리안

이 나이가 돼서야 처음 치자꽃향에 매료됐다. 친정집 아파트 단지에 치자나무가 있다. 이 계절만 되면 치자나무 주변을 지 때 달콤한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퇴근길 바람에 날려오는 치자꽃향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치자'하면 천연염색을 할 때 쓰이는 노란 물로만 알고 있었다. 치자꽃향이 이렇게 달콤하면서 기분 좋은 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어릴 때부터 부산에서 자랐다. 친구들이 방학 때면 흔하게 가는 할머니 집 하나 시골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시골에 대한 동경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시골 풍경이나 생활은 책이나 드라마, 영화로만 배웠다. 학창 시절을 농촌에서 보냈던 동료와 이야기를 하다 "정말 농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밀양 출신인 한참 어린 후배가 고등학교 때 사과 수확 시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신기해했다.


20대 때 국토순례를 했다. 그때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학생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도시 출신이었다. 그 많은 산, 들, 도로를 다니면서도 들풀 이름, 나무 이름, 꽃 이름 하나 제대로 아는 이가 없었다.

"어머, 이 꽃 너무 이쁘다. 이름이 뭐야"

"모르지. 도시 촌놈들만 모였네" 하며 낄낄거리던 것이 당시 일상 대화였다. 가끔 꽃이나 나무 풀이름을 하나라도 아는 사람이 나타나면 와하면서 일제히 감탄했다.


식물을 좋아하지만 집에서 키워본 식물이 아니면 이름조차 모른다. 시골 출신이라고 들풀, 나무들의 이름을 잘 알까? 어쩌면 그것도 편견일지 모른다. 다만 도시 출신보다는 좀 더 많이 접할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서 나온 착각일지 모를지언정.


치차 꽃향을 이 나이에 처음 맡아본 내가 좀 더 나이 들면 식물, 꽃들을 잘 알게 될까? 직접 키워보거나 주말 농장을 운영하거나 하는 정도가 돼야 그나마 좀 알 수 있을 듯한데... 누군가 방송에서 그러더라. 하고 싶은 게 있음 여러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라고 아직은 이리저리 사는 게 바쁘니 이제부터 나이별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봐야겠다. 그중에 하나는 주말농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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