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사라진다

골목길의 추억

by 강알리안

어릴 때부터 골목길 걷는 걸 좋아했다. 지금처럼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기 전에는 어느 동네를 가든 골목이 많았다. 어릴 때는 골목을 누비며 친구와 팬시점, 책방(책 대여점:지금은 거의 흔적을 찾기 힘든 곳) 등을 다니며 놀았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아지트처럼 여기던 책방에서는 책방 이모가 우리한테 팝콘도 튀겨 주고 한 기억이 있다. 조금 더 커서는 골목에서 누군가의 삶의 흔적을 엿보는 걸 즐겼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유럽여행을 갔을 때 골목문화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런던의 까나비 스트리트나 소호거리, 파리의 몽마르트르 가는 길, 프라하, 로마, 베니스의 헤매고 헤매던 이름 모를 골목들... 여행 중에도 그런 골목골목들을 다니는 게 좋았다.


20대 중반에는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다 현실에 좌절하고 덕수궁길을 비롯해 북촌 한옥마을 등을 무작정 걸었 던 적이 있다. 절망 상태에서 북촌을 걸었을 때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는 힐링이 필요한 날 퇴근길에 어김없이 잘 모르는 어느 동네 골목을 무작정 걸었다. 무작정 모르는 골목길을 걸으며 타인의 삶 일부를 구경하는 것에서 뭔가 모를 위안을 받았다.


이런 골목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최근 오랜만에 남편 회사 앞을 갔다가 재개발로 폐업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는 가게들이 즐비한 골목을 발견했다. 이 주변에 살 때 많이 걸었던 길이다. 부산 도심지인 서면과 가까운 평지의 이 골목들은 개발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냥 두기 아까운 땅이다. 그럼에도 난 그 귀한 풍경들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다.


사실 이 동네는 중심가에 가까우면서 낙후된 지역이라 지역민들 입장에서도 개발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보상받은 돈으로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이건다른 문제가 된다. 이렇게 다 없애고 새로 짓는 거 말고 지금의 모습을 살려서 상권을 만든다거나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다.


요즘 어디 가면 볼 수 있는 ㅇ리단길도 골몰길의 추억, 회상 등에서 출발한 상권이 아닐까? 그냥 두기 아까운 골목을 살리기 위한 치열한 삶의 몸부림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나? 최근 ㅇ리단길의 원조 경리단길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쇠락했다는 기사를 보긴 했지만 그건 그때 또 상생방법을 찾으면 된다. 재개발로 부수고 새로운 건물 짓는 거 말고 현재 가진 모습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 지역민, 상인들이 함께 상생하는 방법을 찾았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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