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울무사 Sep 13. 2021

왕이 방한의 진짜 이유, 평양에 못간화풀이?

왕이 외교부장의 숨겨진 방한 이유

북한에 확실히 재간꾼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9.9절 열병식을 하면서 느닷없이 방호복에 트랙터를 끌고 나오질 않나, 그렇게 분위기 느슨하게 만들어놓고 남들 쉬는 주말에 순항 미사일을 날리질 않나, 열 일을 하는군요. 

열병식 한 날에는 평양광장에서 밤새 9.9절 축하 댄스파티를 즐겼다지요. 으례 전략무기 꺼내들고 무력 과시 이벤트쯤으로 간주돼온 행사를 저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머리를 쓸 줄 안다는 것이지요.


  순항 미사일은 2017년에 이미 유엔안보리 제재 리스트가 턱까지 찬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절묘한 카드라 봅니다. 탄도 미사일이 아니기 때문에 안보리 제재를 피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에는 안 차겠지만 그래도 이 어려운 시국에 10만톤의 식량을 지원해준 중국에 대한 성의 표시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9.9절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냈다는 축전이 CCTV에 소개됐는 데 그 곡진함이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시주석은 외교가에서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모는 딱 포커 페이스형인데 실제는 안그런 것 같습니다. 하긴 그동안에도 '뼈가 가루가 될 것'이라든지 '만리장성에 대가리가 깨져 피가날 것'(두파혈류) 등 포커페이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록을 많이 남겼지요.  트럼프 시절 북미 정상회담 전후 김위원장이 시주석을 찾곤할 때 다른 정보없이 시주석의 발언만 분석해도 중국의 속내를 아주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지요.


  주말을 경유한 북한의 갑작스런 순항미사일 발사가 시주석의 지극 정성의 축전에 김 총비서가 감명을 받아서 일 수도 있겠다고 잠시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다시 정색을 하고 시주석의 친서 얘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이번 9.9절이 뭐길래 시주석이 그리 정색을 하고 서신을 보냈을까요. 보통 북한의 하반기 최대 행사는  10월10일 당 창건일이지 건국기념일인 9.9절이 아닙니다.  따라서 열병식도 대개는 10.10에 맞춰 진행됐지요.  이번에도 그렇게 준비하다가 갑자기 며칠 전에 급조됐다는 얘기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번 9.9절에 북중관계와 관련해 흥미로운 움직임이 있었다고 합니다. 중국이 9.9절에 맞춰 북한에 특사를 보내겠다고 했는데 북한이 거절을 했다는 것이지요. 지금 코로나 때문에 어려우니 코로나 지나고 보자고 했답니다.


중국의 특사 제안은 9.9절을 계기로 했지만  사실은 9.9절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중국 외교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바로 러시아의 움직임 때문입니다. 지난번 페북에 올린 글에서 8월23일 서울에서 열렸던 미.러 북핵대표 회담 관련 얘기를 한 바 있지요. 성김 미 국무부 북핵대표와 이고리 마르굴로프 러시아 북핵수석대표간의 회담이 열린 후 러시아 측이 북한에 특사를 준비 중이라고 했었지요.


미러회담 직후인 8월29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연례보고서 내용이 일부 알려졌는데, 북한이 7월 초부터 영변 핵시설에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지요. 영변핵시설 재가동이야말로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6월17일 당 정치국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부합하는 카드일 수 있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따라서 북한이 그런 카드를 꺼냈다면 응당 그에 부합하는 움직임이 있어야겠지요.


그게 바로 러시아의 대북 특사 파견 움직임입니다.  특사를 준비하면서 러시아 측이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웬만한 사람이 가서는 북한이 꿈쩍도 안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러시아 하고는 매우 가깝게 지내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자기들이 알아서 하지 누구 말을 듣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측에서 처음에는 외교장관 특사를 보낼까 생각하다가 안먹힐 것 같아서 푸틴 대통령 특사 얘기도 나오고 설왕설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직접 가는 것으로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군요. 라브로프가 누굽니까. 2004년 3월9일부터  외무장관 임기를 시작해 현재까지 17년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야 말로 푸틴 외교정책의 총괄책임자라 할 수 있지요.


그런 인물이 뜬다는 것은 곧 평양에 가서 뭐라도 진전을 보고오지 그냥 돌아오진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러시아 측 움직임을 주시하던 중국 외교가에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예전 중국 외교에서는 보기 힘들었을 일이 요즘 빈번하게 일어나곤 하는데 그중 하나가 상대방 보다 먼저 움직여 김 빼기를 하는 것입니다. 바이든과 푸틴이 만나려 하자 양제츠와 왕이가 먼저 러시아와 접촉을 한다든지 얼마전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베트남을 가려하자 중국 측에서 누가 다녀간다든지 하는 일이지요.


중국의 대북 특사 제안도 바로 그런 맥락이었던 것이지요. 북한은 당연히 중국 특사가 와서 무슨 얘기할지 뻔하니까 코로나 핑계 대고 완곡하게 거절한 것이고요.  중국에는 코로나 핑계를 댔지만 러시아 특사  방북은 코로나 임에도 불구하고 추진한다고 하니 중국 코로나가 러시아 코로나 보다 훨씬 위험한가 봅니다.


그래서 중국의 예방 특사 방북이 좌절된 셈인데, 북한에 특사로 가려했던 인물이 누구였는지 아신다면 바로 무릎을 칠 것입니다.  그게 바로 왕이 외교부장이었다는 것이지요.   


지금 베트남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싱가포르를 거쳐 내일과 모레 이틀 한국에 오기로 돼 있는 바로 그 왕이 부장 말입니다. 이 얘기를 지난 주 외교가의 주변국가 움직임에 밝은 분에게 천기누설이라며 들었는데 워낙 흥미로운 얘기라 크로스체크를 해보려 했는데 다른 쪽에서 100% 확인까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중국이 9.9절에 누군가를 보내려했는데 못 보냈다는 것까지는 확인이 됐습니다. 즉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내려했는데 불발됐다는 것은 사실이라는 점이지요.


그러면 왕이  부장은 한국에 왜 오는 것일까요. 지금까지의 흐름의 연장선에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거는 왕이의 순방에 촉각을 기울이는 해외의 기관들이 나름 조사한 내용입니다. 

알고보면 별 대단한 내용은 아닙니다.  인간사에서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얘기지요.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내려고 했는데 북한이 거절했다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을 하고자 할까요?  북한에게 식량도 줬는데 그럴 수 있냐고 따지는 것은 아무리 속으로 열불이 나도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지요.


중국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는 역으로 북한이 신경 안쓸 수 없는 카드를 꺼내는 겁니다. 바로 남한 카드지요. 왕이 부장이 남한을 방문해 친한 척, 뭐라도 있는 척 할 거라는 것이지요.


왕이 부장 방한이 국내 언론에 포착된 게 9월6일입니다. 몇개 언론이 단독 표지를 달고 보도를 했지요.  그리고 그 다음날 외교부가 브리핑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뒤에 한번 더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봐도 도대체 왜 온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별별 상상력을 동원한 글 쓰기가 만연합니다. 대체로 최근에 한미동맹이 '파이브 아이즈' 가입까지 거론될 정도 과열하는 듯 하니 거리두기를 주문할 것이라며 예의 '한국 외교 딜레마'론을 펼칩니다. 그러면서 베트남에 가서 왕이가 한 얘기가 곧 방한 메시지가 될 거라고 합니다. 


 왕이가 베트남 가서 자기 하고 싶은 소리, 할 수 있지요. 적어도 베트남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있으니 그런 얘기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그렇다고 베트남이 눈 깜짝이라도 하겠습니까? 


누구는 또 베트남이 같은 사회주의국으로서 과거의 동맹 어쩌구 하는데 베트남은 구소련 즉 러시아와 동맹이지, 중국과는 언제든 국경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는 잠재적 적국입니다. 그러니 캄란만에 미국 항공모함을 불러들이고 최근엔 유럽국가들과도 열심이지요.


  그러니 왕이가 무슨 말을 하든 괴념치 않지요. 다만 립써비스 하나만은 아주 깍듯합니다. 시간이 나시면 응우옌 푸 쫑 총서기의 립써비스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양국 관계는 동지에 형제를 더한 전면적인 전략적동반자 관계'라며 마르크스 레닌주의까지 끌고와 푸짐하게 한 상 차려줬지요.


  요즘 중국 주변국가들이 다 이렇게 합니다. '말은 극진하게 그러나 행동은 내 맘대로'입니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웬디 셔먼 부장관이 천진을 방문하기 하루 전인 7월24일 김정은 총비서가 시진핑 주석에게 허난성 폭우 피해를 위로하는 극진한 내용의 친서를 보냈지요. 그러나 정작 중요한 내용인 남북통신선 연결 소식은 안가르쳐 줘 중국 외교부가 웬디 셔먼에게 영문도 모르고 엄청 깨집니다.  그러고 난 후 즉 쉔디 셔면이 중국을 떠난 후에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나서 이틀 뒤인 7월28일에는 김 총비서가 북중우의탑에 가서 예전에 6.25 때 도와줘서 고맙다고 또 열렬한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그러니 시진핑 주석의 9.9절 친서의 곡진함도 액면 그대로 보면 안되는 겁니다.  그걸 보면서 북중관계가 찰떡 같다느니 하면 뜨내기 소리 듣기 딱이지요. 서로 칼만 안꺼냈지 사실 그 내부에는 엄청난 긴장감이 있는 것이지요.


  한중간에 대표적인게 바로 시진핑 주석 방한 문제입니다.  이번에 왕이 방한 기사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게 바로 이 문제인데 대개는 우리가 시주석 방한을 희망하고 중국이 코로나 핑계 대고 미적댄다는 투입니다. 

일부에서는 또 그런 걸 빌미로 문재인 정권이 친중정권이라고 떠들어댑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한 우리 정부는 시진핑 방한에 관심 없습니다. 오히려 온다고 하면 한미관계 등 따져야 할 게 많아 골치 아파하지요. 

그럼 뭐냐. 그냥 립써비스를 하는 겁니다.  한때는 중국 측에서 한국이 시의 방한을 절실하게 원하는 줄 알고 방한할 경우 뭐라도 내놓을 줄 기대했다가 아무 것도 없어 분위기가 싸해졌다는 얘기도 있지요. 이제는 서로 알지만 서로 외교적 립써비스로 주고 받는 메뉴일 뿐입니다.


  심지어 최근 탈레반 조차 중국에 대해 '말 따로 행동 따로' 식으로 나오는데 이미 국력으로 봐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주변국들이 그렇게 나오는데 중국이 어쩌겠습니까.


 그러니 우리 언론들이 지레 왕이가 와서 어떻게 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 외교가 딜레마에 빠진다는 식의 쪽 팔리는 프레임에서는 제발 벗어났으면 합니다.


  그러면 왕이는 도대체 이번에 와서 뭘 하겠다는 것일까요. 이건 앞에서 언급한 외부의 시각입니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베트남에서처럼 미국과 거리를 두라 어쩌라 얘기는 할 수 있겠지요. 중국 시ㅣ람들에게 어떻게 해서 그런 얘기가 입력됐는지 모르겠는데, 중국은 한국 사람들이 일부 보수세력을 빼고는 한미동맹에 대해 비판적이고 한중관계가 잘못되는 것에 대단히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군요. 그래서 자기들이 한미동맹을 비판하면 환영을 받을 거다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디나 중간에 말 전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어쨌거나 이번 방한은 처음 발단부터 그게 주목적은 아니지요.  그보다는 우리 정부에 모종의 제안을 할 거라고 합니다. 지금 남북관계가 북한의 거부로 중단됐고 문정부도 임기 말에 남북관계 관련 갈증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중국이 중재를 하겠다는 거지요. 그러면서 한미관계가 한중관계를 악화시키는 식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얘기를 거기에 덧붙인다는 것이지요. 늑대외교 보다는 조금 세련된 접근을 하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한국과 얘기를 맞춰놓은 다음 다시 북에 특사를 보내겠다는 거지요.  북에서도 왕이가 한국 가서 무슨 얘기했나 궁금할 테니 그때는 특사를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본다는 거지요. 


오랫만에 평양이 러시아 특사, 중국 특사로 붐비겠군요. 그런데 남북간에 전화통신선도 연결해놨는데 꼭 이래야 하는지, 코메디가 따로 없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미군의 아프간 철수 "다 계획이 있었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