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관계가 없는 국가간의 소통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북한이 1월5일 자칭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할 때만 해도 상황이 이 지경으로 악화될지는 생각을 못했을 수 있습니다. 북한의 이날 발사는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한미 군 당국으로 하여금 사거리나 속도 등에서 과연 극초음속미사일을 쏘긴 쏜 건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들었지요. 이 얘기는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거나 기술이 없다거나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1월11일 마하 10에 이르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추가 발사해 그 점에 대해서는 입증을 한 셈이지요.
문제는 1월5일 발사한 미사일이 북측 주장대로 극초음속미사일이었던 거냐 하는 점인데 그 뒤에 등장한 여러 정황들을 보면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거나 극초음속미사일이었다 해도 요즘 말로 '진심'을 다하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즉 '국방력 강화계획에 따라 계획된 일정'대로 기계적으로 쏜 것이라기 보다는 뭔가 '정무적 고려 차원'에서 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정무적 차원'이란 곧 뭔가의 의사표시를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느냐 하는 것이지요.
전에 올린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북한이 지난해 12월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에 걸쳐 벌였던 당 전원회의 모습은 애초 연말 전원회의를 구상할 때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었을 겁니다. 당 전원회의를 끝내고 예상했던 대남 대미 메시지가 일부에서 경제난의 심화로 대외관계를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일 것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적어도 연말 전원회의 소집을 공고했던 12월 초의 분위기는 그 정반대였지요.
년말에 전원회의를 개최하겠다는 결정은 12월1일 김정은 총비서가 당중앙위 본부청사에서 개최한 당중앙위 제8기 5차 정치국 회의에서 내려졌습니다. “2021년도 주요 당 및 국가정책의 집행 정형(경과)을 총화(결산)하고 새년도 사업계획들을 토의결정하기 위하여 12월 하순 당중앙위 8기4차 전원회의를 소집할 것을 결정한다”는 내용의 ‘정치국 결정서’가 채택된 것이지요.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당시 정치국회의에서 “국가경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우리 당이 중시하는 농업 부문과 건설 부문에서 커다란 성과들이 이룩된 것을 비롯해 정치 경제 문화 국방 부문 등 국가사업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긍정적 변화들이 일어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우리가 이룩한 성과들은 우리식 사회주의의 새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총적으로 올해는 승리의 해"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합니다.
외부의 시각과 내부의 시각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년말 전원회의를 결정한 12월 초만 해도 북한은 국내적으로는 '승리의 해'라는 평가를 한 것이지요.
대남 대미 관계에서도 모종의 돌파구를 기대할만한 요소들이 있다고 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해 10월 기대했던 만큼의 중국 측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자 북한이 남쪽의 종전선언 제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은 지난번 올린 글에서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국내의 한 신문이 12월9일자 보도에서 남북이 종전선언 논의를 위해 비밀접촉을 진행해왔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제가 알기로는 11월 중순 경 정촉이 시작돼 11월 말에는 북한 내부에서 종전선언을 활용하기로 결정이 내려졌고 그것이 바로 연말 전원회의 개최에 대한 12월1일의 정치국 회의 결정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 모 북한전문매체는 북한 노동당 선전부가 당간부들을 대상으로 종전선언을 활용하기로 한 당의 방침에 대해 교육자료까지 만들어 교육했다는 내부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12월 초 당시 북한은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열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언급한 대로 10월6일 취리히에서 설리반과 양제츠간 미중 고위급회담이 열린 이후 북미간 직접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측에서 북한에 화이자백신 200만회 제공을 제안했는데 북한이 그 제안에 대해 이후 감감 무소식이라 미국측이 답답해 한다는 얘기가 당시 외교가에 퍼졌었지요.
북한은 당시 미국과의 접촉을 통해 일단 얘기를 들어보고 나중에 자기들이 대미정책을 결정할 때 참고하려고 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12월 1일 정치국 회의에서 연말 전원회의 결정을 내릴 때도 미국에 대한 이런 판단이 유효하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열망하고 있고 교섭 여하에 따라 미국산 백신을 상당량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 말입니다. 실제로 12월 중순 이후에는 미국이 북한에 2000만회에 해당하는 백신 제공 의사를 물밑에서 밝혔다는 얘기가 보도되기도 했지요.
#11월29일 발표된 미군 재배치 계획의 후폭풍#
그러나 북한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었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대화 열의는 시효가 정해진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블링컨 국무장관 등은 오바마 정부 때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북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점은 지난해 미국 대선 때 드러난 바 있지요.
대선 이후 북한과 대화에 적극성을 띠는데 거기에는 두가지 요인이 있었다고 봅니다. 첫째는 트럼프와 김정은 총비서간 오고간 친서를 분석해본 결과 북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번째는 바로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검토(GPR)'를 위해서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트럼프와 김정은간 '브로맨스'에 근거해 한반도 긴장이 많이 완화됐다고 보고 극동에 치우친 주한미군을 중국과의 대치전선인 대만 호주 일본 남서부 와 동남아 일대로 분산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지요.
중국으로서는 시껍할 얘기였는데 마침 바이든으로 정권이 교체되자 북한의 무력시위를 뒤에서 후원하면서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으로 떠나지 못하도록 중국이 공을 들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바이든 정권 역시 트럼프의 대중국 봉쇄를 이어받게 됐고 아프간 철수에서 보듯 해외주둔 미군을 더욱 과감히 인도태평양에 집결시키고자 시도합니다. 그러나 인도태평양에 미군을 모아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고 중국을 봉쇄할 수있는 대만 남중국해 동남아 일대로 분산배치하는 게 중요했지요. 특히 극동에 치우쳐 붙박이처럼 돼 있는 주한미군 주일 미군의 분산 재배치 내지 유연성의 확보가 매우 중요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키를 쥔 것이 바로 북한이었지요.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되어야 비로서 미군을 한반도에서 이동시킬 수 있었던 겁니다. 그게 안된 채로 주한미군을 움직였다가 한반도를 비롯한 극동라인이 뚫려버리면 사실 안하는 이만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미 국방부가 추진해온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 이전에 북한과의 대화 내지 관계개선에 그만큼 필사적이었지요.
원래 미군 재배치계획을 작년 8,9월쯤 발표하기로 돼있었는데 11월 말까지 늦췄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사실 10월6일 미중 고위급 이후 북측과의 직접 접촉과 백신 제공 제안 등은 11월 말이라는 시한을 앞둔 거의 마지막 시도였던 셈인데 북한은 그렇게 절박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나 봅니다. 그러니 얘기만 듣고 다음에 결정해도 되겠지 하고 태평하게 흘려버렸겠지요.
11월29일(현지시간) 드디어 미국방성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 결과를 발표합니다.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북한과 관계 개선이 이뤄진 바가 없으니 현 주둔 병력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났고 오히려 남한을 대중국 견제의 전초기지화 하기 위한 시도가 추가됐습니다. 이 내용은 다음 기회에 후술하기로 하겠습니다. 어쨌건 지난해 북한의 도발을 백업하며 주한 미군의 동남아 분산 배치를 막고자 한 중국의 시도는 일견 성공했지만 한편으로는 혹 떼려다 혹붙인 꼴이 된 셈이지요.
미국 시간 11월29일 한국 시간 11월30일 이뤄진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 발표 이후 바이든 정부의 북한과의 대화 열기는 당연히 급격하게 냉각됩니다. 냉각을 넘어 괘씸함과 짜증스러움까지 느끼게 됩니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12월10일(현지시간) 북한 리영길 국방상과 중앙검찰소 등을 느닷없이 오토 웜비어 사례를 거론하며 제재한 것도 사실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바로 그 비슷한 시점인 12월1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이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년말 전원회의 개최를 결정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북한의 판단으로는 남북미중이 모두 참여하는 종전선언으로 2월의 북경올림픽과 3월의 남한 대선이라는 큰 판을 요리하면 나름의 큰 수확이 있으리라 계산했겠지요.
그러나 지난번에 언급한대로 12월6일 미국이 북경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 하고 12월29일에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북경올림픽 기간 남북 이벤트 마저 못하게 됐다고 사실상 통보를 하면서 북한의 구상은 틀어지게 됩니다. 년말에 5일에 걸친 장시간 전원회의 이벤트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유가 다 사라져버린 셈입니다. 전원회의 이후 대남 대미 메시지를 발표할 건덕지가 사라져버린 셈이지요.
#2월6일 최고인민회의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할까#
그러면 북한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당연히 화가 났겠지요. 1월5일 극초음속미사일인지 뭔지 모르지만 미사일을 쏜 것은 대남 대미 항의의 뜻을 담고 있었다고 봅니다. 1월5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 현장 방문 일정으로 동해선 강릉∼제진 구간 철도건설 착공식에 참석한 날입니다. 이날 행사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시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이 최우선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의 이행 노력을 우리 정부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행사지요. 북한이 항의의 메시지를 보내기에는 제격인 날을 고른 셈이지요.
북한이 이날 발표한 미사일 사거리는 700km에 못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굳이 사정거리 700km의 목표를 맞췄다고 발표합니다. 지난번에도 언급했듯이 원산에서 사세보 미 7함대 기지까지의 거리를 염두에 둔 발표라 할 것입니다. 미국에 대한 항의자 엄포인 셈이지요.
그리고 나서는 그 다음날자 조선신보를 통해 톤다운을 시도합니다. 전날의 발표는 "계획에 따른 국방강화 사업일뿐 무력시위가 아니"라며 "북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특정한 국가나 세력이 아니"라고 합니다. 누구와 전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때만 해도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능력이 있었음에도 100% 다를 보여주지 않고 로우킥으로 북경 이벤트가 무산된 데 대한 항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국한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주먹을 뻗는 사람이 내 주먹은 사실 이런 뜻이야 라고 해도 상대방 눈에는 그 뜻 보다는 주먹만이 보일 뿐입니다. 특히 북한이 뭔가를 발사하면 그 제원이나 기술 수준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군 당국이나 관련 업계에서는 발표 내용과 실재가 맞는지 따져볼 수 밖에 없습니다.
발사 다음날부터 한미 양측으로부터 사거리가 북의 발표와 맞지 않네, 최고 속도가 마하 6 정도로 마하 5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극초음미사일에는 못미치네에서부터 심지어는 이번에 쏜 것은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라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이며 지난해 9월에 비해 추가적인 기술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쏟아져 나옵니다.
이쯤되면 '추가적인 기술 진전'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1월11일 최대속도 마하 10에 사정거리 1000km짜리를 발사합니다. 그리고는 이번 발사는 '최종 시험 발사'라고 못을 박습니다. 더이상 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만방에 고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이 가만히 있질 않습니다. 1월12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북한 국적자 6명과 러시아 국적자 1명 등 개인 7명과 러시아 기관 1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독자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극초음속미사일 관련한 부품이나 첨단 내열성 물질의 도입과 관련된 인물들로 미국이 정보자산으로 추적해오다가 핀셋 제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또 당일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들 중 북한 국적자 5명에 대해 유엔 차원의 제재 명단에 추가할 것을 요구합니다. 유엔 제재 대상에 명단이 올라가면 모든 유엔 회원국에 입국이 금지되고, 해외의 모든 자산이 동결됩니다.
북한은 아마 작년 9월의 상황을 기대했을지 모릅니다. 9월28일 화성-8호라 명명된 극초음속미사일을 처음 발사했을 때 미국은 국무부 차원의 유감을 표하고 미 전문가들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며 결과적으로는 10월6일의 미중 고위급회담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것 보다 훨씬 향상된 능력을 보여줬고 그것도 최종 발사라 했기 때문에 미국의 양보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그 사이 변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못한 것이지요. 작년에는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 발표 전이라 어떻게든 북한과 대화하려 했지만 지금은 대화에 대한 열망이나 필요가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상황이지요. 그러니 중국이나 러시아의 반대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도 일단 유엔제재로 몰고 가는 것이지요.
북한은 당연히 반발했지요. 1월14일 외무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의도적으로 정세를 격화시키고 있다며 더욱 강력하고도 분명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발표합니다. 그리고는 14일 오후 2시47분 달리는 열차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단거리 미사일 두발을 발사합니다. 그런데 15일자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재밌습니다.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14일 오전 총참모부로부터 불의에 화력 임무를 접수하고 신속히 지적된 발사기점으로 기동하여 두발의 전술유도탄으로 조선 동해상의 설정목표를 타격했다"라고 합니다. 즉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이날 오전 불의에 화력 임무가 접수됐다는 것이지요.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서 갑자기 발사하게 된 것이라는 얘기지요.
그러자 이번에는 1월14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CNN 인터뷰를 통해 "미사일 발사와 도발이 계속되면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를 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날인 15일 미국 해군의 최강 전력 중 하나로 꼽히는 '오하이오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 USS 네바다'호가 괌에서 전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하이오급 잠수함이 괌에 정박한 것은 2016년 이후 약 6년 만이고, 역대 2번째라고 합니다. 미 해군 잠수함장 출신인 토머스 슈거트 뉴아메리칸안보센터 연구위원은 CNN에 "의도했든 아니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우리가 핵탄두 100여 발을 문턱까지 갖다 놔도, 눈치도 못 챌 뿐 아니라, 알아도 뭘 어쩌지 못할 거라는 의미"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북한이 1월17일 북한판 에이태킴스라는 KN-24 두발을 다시 동해상으로 발사하자 미국은 1월18일(현지시간), 지난 1월10일 비공개로 열린 안보리회의에 이어 10일만에 또다시 안보리 회의를 소집합니다.
그리고 미 재무부가 독자제재했던 북한인 5명에 대한 안보리 제재 대상 추가 방안을 추진해 뉴욕 시간 20일 오후 3시까지 15개 이사국 중 반대하는 곳이 없으면 자동으로 추가될 예정입니다.
1월19일 북한이 제 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고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했던 신뢰 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 보는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했다”고 한 것은 바로 금년 들어서자마자 미국과 주거니 받거니하며 악화일로를 걸어온 상황의 끝판왕을 예고한다고 할 것입니다.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단을 선언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한 것이지요.
#겉으로는 큰소리 치나 속이 타는 북한#
지난해 북한이 무슨 생각으로 년말의 당 전원회의를 소집했고 애초에 기대했던 상황이 어긋나면서 금년 초부터 시작된 네번의 미사일 발사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지금 전개되고 있는 대치상황은 결코 북한이 원하고 희망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북한이 애초에 기대했던 것은 지난번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됐던 '평창모델'의 재연이었지요. 지난해 12월 중순께 북한 주변에서는 이런 희망 섞인 메시지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중에 일부는 앞에서 지적했던 대로 미국의 변화된 상황에 대한 오판도 있었고 또 대선을 앞둔 남한 정국에 대한 몰이해도 포함돼 있었지요.
어쨌건 북한이 기대한 2022년의 시작은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극적인 평화의 반전이 있는 상황이었을 것이라 봅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12월14일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2022년 첫 최고인민회의 날자를 북경올림픽 개막일 다음다음날인 2월6일로 미리 잡아놓은 것을 주목하게 됩니다. 바로 이러한 반전의 메시지를 발할 기점으로 미리 예상하고 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기에는 지금 너무 멀리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쯤에서 핑퐁게임을 그만 중단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어떨까 싶군요.
지난해 북한은 오직 중국에만 자신들의 생존을 의탁하는 외줄 노선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는 중국이 결코 북한을 온전하게 백업해줄만큼 든든한 상대가 못된다는 것도 깨달았을 것입니다. 올 가을의 20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3연임 여부를 통과시켜야 하는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대외관계에서 지난해 보다 더욱 몸을 사려야 할 상황입니다. 지난해보다도 더 북한을 케어하기가 쉽지 않지요.
러시아가 미국과 맞서고 있어 기대를 해볼 수도 있겠으나 지난 2014년 2월의 크림사태 직후 러시아의 동진으로 북러관계가 꽃을 피웠지만 러시아는 말만 무성할 뿐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었지요.
따라서 지금 북한에게는 대선 이후 새롭게 등장하는 한국의 차기 정부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더불어 아직 북한과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국무부를 비롯한 미국 대화파와의 관계도 중요하지요. 한국을 대중국 군사 전초기지화하려는 미국 국방부 등 군부의 구상이 관철되기 전에 북의 태세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차 떠나고 나서 늘 후회하는 북의 지도부가 이번에는 그런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2월6일의 최고인민회의라는 계기를 잘 활용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