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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무사 May 28. 2022

바이든은 문 대통령을 왜 만나려 했을까

2022년 5월19일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만나는 그 자체만으로 북에 주는 메시지 효과가 매우 클 거라고 생각했다. 문 대통령 임기 중 미국이 북에 대해 표명했던 입장들을 앞으로도 계속 견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나 진배 없기 때문이다.


  문대통령 임기 중 미국은 북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의 메시지를 보냈다. 북측은 초기에는 바이든 팀과의 악연(오바마 정부 당시의 전략적 인내) 등으로 인해 전혀 기대가 없었고 심지어 4년은 없는 셈 치겠다고까지 생각했다가 지난해 연말께는 입장이 많이 완화됐었다. 중국이 생각만큼 따라와 주지 않은 이유도 컸지만 미국의 부드러운 접근이 마음을 움직인 점도 컸으리라고 본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서로 사인이 안맞긴 했지만 민주당 정권이 이어졌다면 올해는 북미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사실 이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을 것이다. 현재 바이든 정부  외교안보의 핵심인사들은 과거 이명박 정부와 대북 접근을 둘러싸고 입장 차이로 애를 먹은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정권 후반기에는 북한과 포괄협상을 시도하려는 미국과 비핵화를 전제로 원샷딜을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 입장이 정면 충돌해 당시 동아태 차관보였던 커트 캠벨이 북한 문제로 아시아 순방을 와놓고는  당사국 한국을 시간없다면서 그냥 패스하고 돌아간 적도 있었다.  그 커트 캠벨이 현 바이든 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아시아 차르'이다.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팀이 거의 그대로 옮겨와 있는 이 정부 팀들에 대해 어떤 기분일지 안봐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면 하루라도 빨리 인도태평양으로 중점을 옮겨야 한다.  여러가지 주장이 있긴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 러시아에 의한 돌발 사태일 뿐 미국이  의도한 전장은 아니다. 인도 태평양을 무대로 한 대중국 포위전이야말로 미국의 주력전선인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이 한창인 와중임에도 이번 바이든 순방에서  대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미국이 대중국 전선으로 중점을 옮겨가기 위해 아시아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바로 북한과 관계를 푸는 것이다. 여러 복합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에 붙박이로 고정돼 있는 주한 미군의 분산 배치 내지는 유연성을 확보하기위해서라 할 것이다. 북한만 상대 하도록 한국에 붙박이로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분산해 호주나 동남아 일대에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도록 재편하고자 하는 게 현시점 미국의 궁극적 목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과 긴장을 완화하고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지켜보면서 주한 미 지상군을 호주와 동남아 일대로 전환배치하자는 논문을 처음으로 발표했던 사람이 바로 그 당시 커트 캠벨, 즉 현 바이든 정부의 아시아 차르 바로 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선 결과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포지션을 가진 새 정부가 등장하고 북은 북대로 마이웨이를 선언하며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치달으려 하니 바이든 정부 입장이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미국의 대북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는 뜻을 효과적으로 북에 전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문대통령 면담이었으리라는 게 내 판단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특사라니...새 정부가 대북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할 건지도 분명치 않고 북한 역시 이 정부와 대화 하겠다는 어떤 제스쳐도 보인 바 없는데 누가 누구한테 특사를 보낸다는 말인가. 솔직히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런 터무니 없는 얘기로 인해 중요한 계기 하나가 사라져 버린 셈이 됐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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