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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우 Apr 30. 2017

금수저 일기 13

어떤 이슈는 위기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아버지와 합을 맞추며 함께 일했던 베테랑 아저씨가 회사를 그만두셨다. 원래 지병이 있었는데 병세가 조금씩 악화되어 수술을 받아야 된다고 하셨다. 건강문제이기도 하고, 임금이나 근로조건 등의 문제가 아니었기에 별다른 유인책이 없었다. 수술 잘 받고 몸조리 잘 하시고 회복 잘 하셔서 다시 일하실 수 있을 때 연락 주시라고 말씀드리고 환송회와 함께 보내 드렸다. 그리고 구인공고를 냈다. 3월 말의 일이다.


빈자리 - 출처 : 오마이뉴스


있을 땐 몰라도 난 자리는 금방 티가 난다고 했다. 하물며 네 명뿐이던 구성원이 세명으로 줄었으니 그 빈자리는 오죽할까. 다음날 새로이 일하실 분이 오셨다. 경력자이기도 하고 인근 거주자여서 같이 일하기로 했으나 다음날 연락두절. 뭐 이 바닥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새로운 분은 오지 않았다. 덕분에 내가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시간이 늘었다. 몸과 힘을 써야 하는 일이니 피곤하고 또 피곤했다. 프레스 기계 앞에서 반복적인 동작을 계속하다 보면 '이러려고 멀쩡한 직장 때려치우고 나왔나' 자괴감(?) 비슷한 감정과 함께 별 생각이 다 들지만, 결국 내 선택이었고 내 업보려니 하며 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먼저, 열악한 근로조건을 조금 더 개선시키기로 한다. 토요일 3시 30분까지 이던 근무시간을 12시 30분까지 단축시키고 토요일 월 1회 휴무를 2회로 늘리는 방안을 (아버지 = 사장님) 건의했다. 1안은 결재가 났고 2안은 반려다.(하지만 난 계속 추진할 거다) 이런 식으로 점진적으로 근로조건을 개선하다 보면 누군가가 합류할 확률과 내 개인적인 삶의 질도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베테랑 아저씨가 있을 때 소홀히 하던 제품 생산 공정과 과정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나 말고 누군가가 있으니까'라는 마음가짐이었다면, 이제 물러날 곳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피부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슈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내가 온실을 깨치고 나가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험치를 제공하는.


P.S 어제는 고용노동부 워크넷에 가입해 구인공고를 올렸다. 갈급한 놈이 우물을 파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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