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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Aug 22. 2021

코로나 검사를 받았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직장인.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여느 날과 같이 동료들과 '집에 가고 싶다', '집에 보내줘', '당장 가버리세요' 같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메신저로 주고받으며 오전에 미팅을 두 개 다녀오고 정리하는 와중에 회사 건물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치 재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제 차 타고 다 같이 가요!" 라며 과장님이 사무실 문 앞까지 달려오셨고, 나는  "잠시만요!"를 외치며 황급히 노트북을 챙겼다. 그렇게 모두가 비장하게 재택근무를 위한 노트북 가방을 매고는 검사를 받으러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하늘은 맑았고 내 머리는 복작복작했다. 아, 이런 식으로 집에 가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이런 이유로 재택근무를 해보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남들 다 하는 걸 나도 해보는구나. 백신도 맞았는데 양성 뜨면 돌파 감염 사례로 뉴스에 나오겠다. 혹시라도 내가 무증상 감염자면 어떡하지? 그동안 코로나 검사를 받은 사람들의 생생한 후기를 들어왔기에, 어떻게든 내 코를 지키려고 애썼는데 (?) 결국은 이렇게 검사를 받게 되다니.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을 안고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내 선별 진료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나도 접수 후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두려움보다는 어서 검사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 더운 날씨에 서서 기다리면서 카페와 편의점을 들락거리는, 손에 음료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다. 어느새 이름이 불리고, 검체 채취실로 가서 간단히 설명을 들었다. 대충 면봉이 어느 정도 깊이까지 코에 들어간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온몸에 긴장을 푼 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면봉이 코로 쑥 들어와서 후비적거린 뒤 끝났다. 내가 너무 과하게 걱정을 한 탓인지 상상했던 것만큼 아프지는 않고 눈물만 핑 돌았다. 기다리고 걱정한 시간에 비해 검사는 빠르고 허무하게 마무리됐고, 숨 돌릴 새 없이  집으로 돌아가 노트북을 켜고 재택근무를 했다. 처음 해보는 재택근무. 씻고, 편한 옷을 입고 다리 펴고 앉아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일했다. '나 음성이겠지? 결과가 내일 오전쯤에 나오면 내일도 재택근무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 늦은 저녁에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정말 다행이다' 라며 안도함과 동시에 내일 재택근무는 없는 일이겠구나 싶어 펼쳐둔 노트북을 주섬주섬 챙기고 출근 준비를 했다.


다음 날, 출근해 사람들과 서로 묘한 따뜻함과  애잔함이 담긴 눈빛을 주고받았다. 같이 사는 가족들이 있거나 아기를 키우시는 분들은 당연히 더 걱정하셨는데 모두가 음성이라 참 다행이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꼭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더라도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등 사회생활을 하려면 코로나 검사를 꼭 받아야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앞으로는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더라도 선제 검사를 하는 게 맞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출퇴근을 하려면 회사에 정기적으로 음성임을 증빙해야 할 수도 있고, 나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운동 등 아예 외출을 안 하는 건 아니니 확진자가 점점 증가하면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일이 또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추후에도 검사를 또 받을 수 있겠구나 하고 미리 콧구멍을.. 아니 마음을 굳게 먹었다. 백신도 맞았지만, 늘 그랬듯 개인 방역을 잘 지키면서 이 시국을 잘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뿐만 아니라 내 근처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더 조심해야지. 하, 어쨌든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출근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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