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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erson 과 people 그 사이

feat. 인성교육의 큰 방향성

by 곰고미

“상담자는 사회에 적응하는 people이 되느라 팔, 다리 잘린 사람을 개인적으로 깊게 만나면서 a person으로 회복시키는 일을 하는거에요.”


수퍼바이저 교수님께 들었던 말이다.


나는 people이 되겠다고 용 쓰면서 팔다리가 잘려서 a person 으로 회복되고 싶어서 상담을 공부하고 있는거구나 싶어서 쿵. 했고.

상담사 이전에 교사로 살았을 때, 아이들을 people로 만든다고 팔다리를 자르는 사람이었던건가 싶어서 쿵쿵. 했던 기억이 있다.


다시 교사로 살고 있는 지금은, 아이들을 만날 때

상황과 맥락에 따라

a person 과 people 그 사이 어디 즈음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상담실과 교실은 다르다.

상담자가 그러한 역할을 한다면, 교사에게는

'다른 사람들 속에서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의 한 사람으로 사회화 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다.

동시에 '자신을 존중하며 자비롭게 대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다.


학생들이

‘온전한 한 사람(a person) 이면서도 사회속의 개인(people)’ 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

그것이 내가 다시 교실로 돌아 온 목적이자 이유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인성(人性)교육'을 강조하자는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듣다가, 이에 대해 정리를 해 보고 싶었다.


'저 사람의 인성이 별로다'라고 하는 상황,

'저 사람의 성품이 별로다'라고 하는 것을 보면


보통 타인을 고려하고 배려하지 않고 어떤 말과 행동을 할 때. 그런 말을 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비하하고, 학대하는 말과 행동을 할 때 '저 사람은 인성이 나쁘다'라고는 하지 않는 것 같다.


性자는 ‘타고난(生) 심성(心)’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타고난 천성이 있다

https://hanja.dict.naver.com/#/entry/ccko/4d1ac1b28ef54f868f156e6529e9cc74


인간의 성품을 '결정된 것' 으로 본다면, 교육과 만남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인성(人性)은 사람 안에서 [마음(心)이 일어나는(生) 모습]이다.

우리는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의 강도에 차이를 지닌 채 태어나지만, 그것이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 - 느낌, 감정, 생각, 의도, 욕구, 그 모든 것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그냥 인간의 성품인 거다.


다시 한 번, 연기(緣起)를 보면,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다. 이것이 일어날 때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을 때 저것이 없다. 이것이 소멸할 때 저것이 소멸한다.

ㅡ 각묵스님 옮김(2009a), 『상윳따 니까야 1』, 울산: 초기불전연구원, p.168


어떤 느낌, 감정, 생각, 의도, 욕구 등이 올라오는 데에는

그러할만한 조건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올라오는 것이다.

그리고 내면에서 올라오는 것들은, 꽃과 쓰레기를 모두 포함한다.


그렇게 올라오는 것(性) 자체를

1) 있는 그대로 보고

2) 수용하고 이해하고

3) 그래서 지금 이 상황, 맥락에서 어떻게 표현하거나 조절할 것인가


이것을 가르치는 것이 인성교육의 큰 방향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감정'에 대한 인식과 표현에 치중되어 있는 듯한 교육방향에,

반드시 '감정과 욕구의 연결성'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교실에서도 실천해보고자 한다.)


그럴수도 있지


인성교육의 출발은, 내면에서 올라오는 것들에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시선을 거두고,

'그런 마음이 올라왔구나'를 '그럴수도 있지'라는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자기 안에서 올라오는 그 모든 것들을 '그럴 수도 있지'라는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수용할 수 있게 되고

그래야 비로소 적절하게 표현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되니까 말이다.


내면에서 올라오는 분노, 공격성, 상황에 맞지 않는 욕구 등을 '나쁜 것'이라고 하게 되면

억제하고, 억압하게 되면 결국 삐딱하게 표출되고, 투사될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자기 안에서 올라오는

1) 감정을 명료하게 인식하고

2) 어떤 욕구와의 연결되어 있는지도 인식하게 하고

3) 그래서 어떻게 적절하게 행동하여 욕구를 충족할 것인가를 선택하게 하는 것


결국은, 자기를 잘 돌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인성교육의 출발점이 된다.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이해하고, 돌보는 능력은 내부통제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그래야 온전한 개인 a person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


*내부통제: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 원인/기준을 내부에서 찾는 것.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이렇게 말하고,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나의 욕구때문이다'라는 것을 아는 것.

내 행동의 원인은 저 사람 때문이 아니고, 사회가 내게 요구하기 때문이 아님을 아는 것. 저 사람을 배려하고 싶은 나의 욕구 때문이고, 사회가 내게 요구하는 것을 적절하게 수행해고 싶기 때문임을 아는 것.



그런데 어릴 때는 외부통제도 적절히 받아야한다.

무조건 자기 기준대로만 행동하면 소통과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사회체계에 부합하는 행동양식을 습득하기 위해선 환경과 타인의 영향을 고려하는 능력도 필요하기에.

공동체 속에서 한 구성원people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자기 스스로를 돌보는 기쁨, 성취감,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타인 또한 그러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기에. 타인도 고려하고 배려하는 방향으로 몸과 마음을 쓰게 하는 것이

인성교육의 핵심이 될 것이다.


rabbits-4890861_1280.jpg 개학 앞두고 긴장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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