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과 눈이 딱 마주쳤다.
수업시간에.. 사탕을 몰래 꺼내먹다 들킨거다.
"와.. ㅁㅁ야, 그게 조절이 안 된다면, 정말 큰일이다"
눈을 꿈뻑이던 녀석은, 꿈뻑 꿈뻑. 거리고만 있다.
나도 너무 당황스러워서, 가서 사탕을 버리고 오라고 하고. 수업을 이어갔고, 이후에 잠깐 대화했지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게 탁 이해되지 않았다.
너무 먹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라고 하고. 그냥 손에 있으니까 - 무의식적으로 행동한건가?
주관식으로 답변이 나오지 않으니, 내가 '보기'를 제시했지만
'그냥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는 말에도 뭔가 찜찜함이 계속 남았다.
좋은 면을 많이 갖고 있고, 똘똘한 녀석이 '요상한' 방법으로 자기를 희화화하고,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그렇게 해서 '튀는'모습을 보며 그 에너지를 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해주고 싶다, 그러려면 뭐가 필요하지?
이런 화두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이미 1학년 때 1년을 봐 오면서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인 건 알았지만, 그 땐 너무 어렸고, 지금은 같이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저녁으로 뭘 먹을까 무진장 고민하다가, 최근 계속 먹고 싶었는데 못 먹었던 치킨을, 고민을 좀 하다가 사와서 먹었다. (치킨을 혼자 먹는다, 는 사실은 왠지 고민이 되는 일이다.ㅋ)
계획보다, 생각보다 배부르게 먹고 나서야 알아차림 없이, 스크린에 마음을 빼앗긴 채, 너무나 맛있게 허겁지겁 먹었네, 싶은 마음에 후회가 슬며시 올라올 때 녀석이 떠올랐다.
헐.
조절을 잘 못하는 일상은, 내가 맨날 겪는 일이네! -_-
수업시간에 사탕을 몰래 먹는 일. 그게, 그렇게, '큰 일'이라고 할 수 있는걸까?!
...
헛웃음이 났다.
내 자신이 참 웃겼다. 내가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것들, 그 '조절'과 '통제'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내 일상에서도 수없이 마주하는 일인데.
다음날, 녀석을 불러 이야기했다.
"어제 일에 대해서 말야. 사실 나도 가끔 스스로 조절이 안 될 때가 있거든."
치킨 먹다 깨달은 얘기를 했다.
녀석은 꿈뻑 꿈뻑 나를 쳐다봤다.
다른 막대사탕을 주며 말했다.
"근데 그럴 때마다 알아차리려고 노력해. 그게 쉽진 않지만. 우리 함께 해볼래? 네가 가진 그 에너지를 잘 쓸 수 있게 같이 해 나가보자."
수줍게 대답하던 녀석을 보니, 마음이 전달 된 것 같았다.
내가 그토록 찾던 '나다운 빛깔'은 어쩌면 이런 작은 깨달음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통해 지금 함께 하는 사람들과 진솔하게 만나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깨달음은 교실에서도, 상담실에서도, 치킨을 먹는 순간에도 불쑥 찾아오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