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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유준 Feb 22. 2017

사진을 글로 배웠어요.

발로 찍는 사진

'역사'라는 과목이 재미있어서 공부하는 분들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경험하거나 체험할 수 없기 때문에

오로지 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겠죠.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들어 주신 이유도,

단군 할아버지가 홍익인간의 뜻으로 나라를 세우신 이야기도,


우리는 눈으로 보지 못했고,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오직 책에 나와있는 내용이 맞는 것으로 알고 그대로 믿어야 합니다.




사진은요?


여러분의 주머니 속에 카메라가 늘 있습니다.

얼마나 활용하고 계신가요?


사진을 배우기 위해 한 달 정도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진 이론을 열심히 공부합니다.

사진 관련 서적 두권 정도 달달 외웠습니다.

머릿속에 ISO, 셔터스피드, 조리개, 화이트 밸런스의 개념이 딱! 잡혀있습니다.

비싸고 좋은 카메라와 렌즈도 준비되었습니다.


한 달 후 이 분은 사진을 잘 찍을까요?

좋은 사진이 나올까요?


안타깝게도 이 분은 좋은 사진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사진을 배우기 위해 한 달 정도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진에 대해 잘 모릅니다.

작은 엔트리 기종의 카메라를 중고로 구입해서 이리저리 만져봅니다.

인터넷 블로그를 뒤져보고 멋진 풍경사진이 나온다는 곳으로 찾아갑니다.

찍어보고, 절망해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수들에게 물어봅니다.

아~~!! 무릎을 탁 칩니다.


이분의 사진은 한 달 후 어떻게 될까요?

책으로 공부하신 분보다는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왕도가 없습니다.

찍고, 보고, 보여주고...


의자에 앉아 모니터만 바라보며 '아~ 그런 거구나' 하고 만다면 딱 그 자리에 앉아있는 만큼만 보입니다.


사진은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글로 배우는 것은 사실상 '매뉴얼' 뿐입니다.


이후에는 경험해봐야 합니다.

찍고, 보고, 물어봐야 합니다.


그러면 조금씩 궁금한 점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제 궁금한 점을 찾아서 읽어보고, 찍어보고, 보여주고, 물어봐야 합니다.


그 과정이 반복되어야 비로소 스스로 원하던 사진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사진을 배우는 분들의 아주 나쁜 습성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됐어. 친구들이 나 잘 찍는다고 하니까 난 잘 찍는 사람'


당신의 사진은 망했습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백만 원을 호가하는 취미를 갖고도 그저 으스대며 너보다 '잘 찍으니까 만족!'이라고 할 거라면

그 돈으로 가족여행을 한번 다녀오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사진 배우고 싶어요, 사진 잘 찍고 싶어요'라고 하는 분들 중에

직접 카메라 배낭 메고 산에 오르시는 분들이 몇 분이나 계실 것이며,

본인보다 나은 실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물어보고 혼나 보는 분이 몇 분이나 계실까요?


글로 배우지 마세요.

사진 공부에서의 글이란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찾아보고 개념을 잡는 용도'로만 사용하셨으면 합니다.

글을 읽어본 다음에는 꼭 '발로 찍으세요'

직접 걸어 다니면서 찍어보시라는 말씀입니다.




이런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저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글로만 배우는 분들에게 전해드리는 메시지일 뿐

사진 강좌나 뭐 그런 거는 아니잖아요.


저는 사진에 임하는 자세나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진지하게 임하는 분들에게는 저도 진지하게 다가가게 되더라고요.


오늘은 사진 한 장 없이 타이핑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가끔은 이렇게 노인네 같은 잔소리를 좀 해드릴 겁니다.


사진을 발로 찍으세요.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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