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일지 3.
기니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람에게 먼저 다가와서 음식이나 손길을 구걸하는 고양이가 아니었습니다. 경계하는 기색이 완연했고, 때로는 삶을 포기한 것처럼 고립되길 바라는 몸짓이었습니다.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와 밥을 주었는데, 배가 많이 고팠을 텐데 녀석은 저를 믿지 못해 오랜 시간 배고픔을 참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꼬박 하루가 지나서야 경계를 하면서 밥을 먹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먹는 내내 저의 움직임이나 기척에 흠칫 놀래 하고, 허겁지겁 밥을 먹었습니다. 길고양이로 살아왔던 기니의 삶을 감히 추측해보건대 고달팠겠다는 생각과 살아남기 위해서 경계를 풀지 못했었구나 싶었습니다. *코숏이라 불리는 길고양이들은 친절한 사람보다는 해치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사납게 굴거나 공격성 또는 경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코숏 : 한국 집 고양이(Domestic Korean Shorthair), 한국 참고양이, 한국 토종 고양이 등으로 풀어씁니다. 고양이에 관심이 없거나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는 데 사용하지 않습니다. 길고양이들은 야외에서 살아가는 보호자가 없는 고양이로 가장 흔하고 가장 많이 죽습니다.
코숏은 이름에서 나오듯이 털 길이는 짧고(단모), 골격은 보통 4~5kg입니다. 오랜 기간 잡종 교배를 거쳐온 고양이 품종으로 생존을 위해 진화해서 영리하고 사냥 기술이 좋습니다. 또 성격과 기질이 다양하고 다양한 털 색과 무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잡종이라 성격과 기질을 예측하기는 어렵고 길에서 어린 시절부터 자란 고양이는 사회화가 되지 못해 경계심이 높을 수 있습니다.
같이 산 지 한 주, 한 달, 두 달이 되면서 아주 조금씩 거리가 좁혀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을 열겠지?' 하는 믿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제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스스로 제 곁으로 다가왔고, 원래부터 같이 살았던 가족처럼 스며들었습니다. 여전히 예민하고 경계심 많은 소심한 고양이지만요.
기니는 아는지 모르는지 제 생일날, 놀랍게도 이렇게 *무릎냥이(원래 의미와는 조금 다릅니다만)가 되어주기도 하고 배 냥이(?)가 되어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였다니!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버려져도 먼저 다가가 마음을 다정히 열고 몸을 맞대는 고양이에게 사랑을 배웠습니다.
*무릎냥이 : 사람 무릎에 앉기를 좋아하는 애교 많은 고양이를 의미합니다.
기니를 키우면서 고양이가 가진 엄청난 능력을 발견해 공유합니다. 캣타워를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소파와 부모님과 제 침대를 왔다 갔다 하는 기니가 신기해 고양이가 뛸 수 있는 높이를 찾아보았는데요. (1) 고양이는 자기 키의 5배 이상의 높이를 가볍게 뛰어오른다고 합니다. (2) 울버린처럼 위기의 순간, 순식간에 발톱이 나옵니다. 기니는 동물병원 가려고 이동장에 넣을 때 울버린이 되곤 합니다. (3) 발바닥에는 볼록한 패드(젤리, 분홍색 빛은 딸기 젤리, 검은색 발바닥은 포도젤리)가 있어서 걸어도 소리가 잘 나지 않습니다.
지금은 기니가 저를 많이 신뢰해서인지 같이 잠도 자고 *꾹꾹이와 으르렁을 해줍니다. 그러면 저는 기니에게 *궁디팡팡으로 보답합니다. 때로는 서로 *눈키스를 나누기도 하고요. 기니가 편안한 삶을 살기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해주겠노라 오늘도 약속해봅니다.
*용어 정리!
- 꾹꾹이 : 특정 물건을 꾹꾹 누르며 핥는 행동으로 새끼 때 어미젖을 빨았던 행동이 남은 것입니다.
- 그르렁(또는 골골) : 보통 기준이 좋을 때 내는 소리로 고양이의 목 울림소리입니다.
- 궁디팡팡 : 고양이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는 애정표현의 행동입니다.
- 눈키스 : 고양이와의 눈키스는 두 눈을 천천히, 지그시 감았다 뜨는 행동으로 "난 너를 사랑해, 너를 해치지 않아"라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고양이는 보통 눈을 빤히 쳐다보면 위협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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