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준비하는 우리
홍양은 요즘 바쁘다.
외대 사이버대학 스페인어학부에 등록한 후, 학기말 시험 준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원일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온라인 강의를 듣고, 노트북 앞에 앉아 공부에 몰두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이쁘다.
평소 어학 공부를 좋아하던 홍양은 예전에 아이들을 키우면서 방송통신대 영어학부를 졸업하기도 했다.
이번엔 스페인어를 선택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은퇴 후 스페인에서 3개월간 살아보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란다.
특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이 홍양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요즘 홍양은 좋아하는 술도 자제하며 공부에 몰입하고 있다.
나는 그런 홍양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휴일엔 집안 일도 열심히 한다.
스페인어 단어와 문장을 외우는 홍양을 보며 나 또한 자극을 받는다.
나도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공부해 볼까 생각 중이다.
지금 ‘영어라도 잘해라.’라는 내 안의 악마와 ‘뭐든지 하면 좋지’라는 내 안의 천사가 열심히 싸우고 있다.
어쨌든 은퇴 후의 꿈을 준비하는 데 함께 참여한다면 서로에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스페인에서 3개월간 머문다는 건 분명 멋진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머나먼 타지에서 먹고 자기 위한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뼛속부터 ISTJ인 나는 지금부터 철저히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고민하고 있다.
생활비를 절약하고, 필요한 비용을 차근차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면 뼛속부터 ENFP인 홍양은 “어떻게든 될 거야. 걱정하지 마”라며 낙천적으로 바라본다.
서로의 성격은 차이가 있지만,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더불어 스페인에서의 생활을 상상하며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다.
가장 처음으로 떠오르는 게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이다.
현지 전통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해서 먹는 게 식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다.
홍양은 요리를 꽤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홍양에게만 의지만 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요리를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물론 이것도 내 안의 천사와 악마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또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서는 체력도 중요할 것이다.
튼튼한 다리를 만들어야 하니 지금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이미 아내와 나는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내년엔 하프 완주가 목표이다.
순례길의 경치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 그 길 위에 설 날이 올 것이다.
우리의 꿈은 단순히 은퇴 후의 여유로운 시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함께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낯선 곳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인생의 또 다른 추억을 쌓는 일이다.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홍양의 모습에서 나는 그 꿈의 가능성을 본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하지만, 우리가 함께 손을 맞잡고 꿈을 준비하는 현재가 즐겁다.
은퇴 후 스페인으로 가는 길은 단순한 여행 계획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인생의 다음 장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차근차근 잘 준비하여 함께 산티아고의 길 위에 있는 날에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함께 웃을 것이다.
그날은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