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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라 Jun 11. 2022

1. 기자 vs 홍보 (8) 외부 평가/시선

내 직업에 대한 외부의 시각을 무시할 수 없다. 비교했다.

시에라의 Pick 기자 < 홍보


기자로 있을 당시 필자는 언론인, 즉 기자에 대해 상당히 착각을 했던 것 같다. 뭔가 ‘남가는 다르다’ ‘지식인이다’ 그런 착각 말이다.

 

필자가 기자를 준비할 당시인 1990년대에는 기자가 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3대 고시(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와 함께 4대 고시(언론고시)로 표현됐다. 물론 필자는 운이 좋게 기자가 됐지만 온라인 매체가 없을 당시만 해도 기자가 되기는 정말 쉽지 않았다. 주변에 부러움도 많이 샀다.


기자는 '다르다'는 착각


자연스럽게 ‘나(기자)는 다르다’는 인식이 기자생활 내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어렵게 기자가 됐고, 아무도 기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다 보니 외부에서의 평가와 시선이 자연스럽게 높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2015년 기자 명함을 내려놓은 후 봤더니 실제는 달랐다.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말이 통용될 당시여서 그런지, 기자에 대한 사선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뭐랄까 기자는 접대(취재원의 대접)만 받고 기사는 적당히 취재처(출입처)에서 주는 것을 받아 쓴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언론을 아는 사람들은 '돈만 주면 기사를 낼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런 매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기자가 깊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심도 있는 취재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사회를 정화한다는 순수한 목적에 버금가는 행동을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이는 사실 언론계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페이퍼(종이신문)에서 온라인 매체 위주로 언론이 변화하면서 기자들의 업무 부하는 매우 커졌다. 즉 기사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온라인 매체가 득세하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하루 업무량은 많지 않았다. 대개 단독 취재기사 1건에 보도자료 중요한 것 두세건 정도만 처리했다. 보도자료의 경우 시간이 많이 안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취재기사 한건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라고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2005~2010년부터 상황이 매우 열악해졌다. 이유는 두 가지를 꼽고 싶다. 온라인 매체의 급증과 언론 경영 상황 악화다. 둘은 연결시켜 볼 수 있다. 


매체 급증은 곧 영향력 감소


매체가 급증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경쟁 심화다. 과거 경쟁매체가 5개라면 어느 순간부터는 경쟁매체가 3~4배인 15~20개로 확 늘어났다. 경쟁률이 3~4배 늘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바로 변한 것이다.


그만큼 경쟁은 치열하고 상황은 열악해졌다. 기자가 챙겨야 할 것이 많아졌다. 수많은 경쟁매체 기사도 파악해야 하고 또한 낙종을 하지 않기 위해 취재도 더 열심히 해야 했다. 바빠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로 나타났다. 완성도 떨어지는 기사가 나가는 상황이 왕왕 발생한다. 과거에는 기사 완성도(팩트 확인)가 80% 이상이 돼야 출고(기사화)가 됐다면 어느 순간부터 완성도 비율이 계속 내려갔다. 


'단독' '특종'이 오히려 언론 벨류 깎아먹어


모든 매체가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매체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기사를 ‘단독’ ‘특종’이라는 꺽쇠([ ])와 함께 출고(기사화)하는 경향이 발생한다. 자연스럽게 페이퍼 매체에서도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취재가 어느 정도 되면 타 매체에 특종기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둘러 출고를 했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기자에게 넘어왔다. 출고 기사 수가 늘어나고 그렇게 하다 보면 취재할 시간은 줄고 자연스럽게 깊이 있는 취재가 어려워진다.


여유가 사라진 기자


필자가 주니어 시절인 2000년 전후에는 데스크(부장)가 “기사를 하루 잡았으니(출고하지 않았으니) 오늘은 보충 취재를 하거나 다른 아이템을 취재해”라는 지시를 종종 받았다. 그러다가 기사가 두건 정도 홀딩(미출고)되면 “너 기사 쌓여 있으니 하루 쉬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 날은 영화를 보는 등 여유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여유는 사라졌다. 기자가 소화해야 할 기사량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과거 하루에 3~4건을 처리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10건 안팎으로 늘었다. 산술적으로 두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기자들에게 '직'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실제로 필자가 속해 있던 매체에서는 모 선배 기자가 “기사가 무슨 짜장면 면 뽑듯이 나오느냐?”며 항의하고 퇴사한 사례도 있다. 점점 일이 고되지면서 기자직을 놓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필자도 홍보로 전직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또 하나의 이유로 매체 경영 상황을 꼽겠다. 언론 경영사정이 과거에 비해 매우 열악해졌다. 일단 광고 수주가 점점 어렵다. 인터넷, 유튜브, 페이스북 등 광고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광고주(기업) 입장에서는 적절히 광고를 안배해야 한다. 과거 TV, 신문, 잡지, 옥외광고판 등만 이용했던 것에 비해 두배 이상 광고 집행 대상 매체가 늘었다. 더욱이 새로운 매체는 광고효과 검증이 훨씬 용이하다.


광고국에서 당당히 기사 작성을 요구하는 황당한 시대


그러다 보니 언론사는 취재처(출입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편집국은 광고로부터 철저히 독립됐었다. 하지만 경영상황이 악화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광고주의 요구사항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사 수정, 심지어 기사 삭제의 경우까지 나타났다.


물론 여전히 매이저 매체는 광고로부터 독립돼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언론사들이 광고주 기사 요청을 받아들인다. 심지어 별도의 회원제로 기업들을 관리하는 매체들도 있다. 1년에 몇 회 이상은 무조건 관리 대상 기업의 광고성 기사를 내보낸다. 또한 기업이 행사를 개최하면 관리 대상 회원사라는 이유로 의미가 크지 않음에도 취재기자가 현장을 찾아 기사화한다.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 놓이다 보니 기자에 대한 외부 시선이 좋을 리가 없다. 소위 ‘돈 받고 기사 쓴다’ ‘복붙(복사+붙여넣기)한다’ 등 부정적인 얘기가 들린다. 필자가 홍보로 이직했을 당시 해당 기업 직원들의 기자에 대한 시각에 깜짝 놀랐다. 기자에 대한 시선이 매우 부정적이었다.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기자라는 직종에 대해 ‘부조리를 밝혀내 사회를 개선한다’는 시각보다는 ‘비즈니스로 일하는 사람’ 정도로 봤다. 그래서인지 ‘지식인’으로 본다기보다는 오히려 ‘무례하다’ ‘돈 받고 기사 쓴다’는 인식을 가졌다.


필자는 직속 상사가 다른 사람과 통화에서 필자에 대해 “그 사람 기자 출신이야. 그래서 일처리가 막무가내식이야”라는 말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회사내 다른 직원과 일하다 보면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있다.


홍보는 회사의 ‘입’이자 ‘얼굴’


홍보직에 대한 외부 시선은 나쁘지는 않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까탈스러운 ‘기자’들을 상대해야 하니 어느 정도 고충을 이해한다. 그래서 공무원 사회에서는 임원 승진 코스로 홍보(대변인)를 거치길 원한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기자들을 잘 다루는지 일종에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아마 인내심을 테스트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동시에 대변인은 회사의 ‘입’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도 호평을 받곤 한다. 회사 또는 대표(사장)를 대신해서 회사를 대변하는 사람이 홍보맨이다.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입’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정리


기자에 대한 외부 시선은 과거에 비해 많이 악화됐다. 어떻게 보면 자기 멋에 사는 직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상사에 취재 내용을 보고하거나 상사의 지시를 받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자 본인이 취재하고 싶은 것을 취재한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취재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되고 그 취재 내용에 대해서는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이런 업무 패턴이 상대적으로 일반 직장인과 비교해 남들 눈치를 안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지멋대로'라는 평가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홍보는 다르다. 물론 행사, 홍보 아이템 등을 기획해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서포트(지원) 조직이다. 메인 부서나 인물을 대신하는 것이 홍보다. 자연스럽게 겸손해야 하고, 말조심도 해야 한다.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 더욱 조심하게 되고 이는 내외부의 긍정적 평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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