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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doo Jun 17. 2020

엄마노릇 퇴근이다.


밤 11시 반이다. 아이들이 이 시간 까지 자지 않고 기운이 펄펄 넘친다. 어르고 달래고 협박해보아도 좀처럼 자려고 하지않는다.

코로나가 시작된지 벌써 6달가량이 흘렀다.그동안 학교도 못가고 외출도 잘하지 못했던 아이들의 생활패턴은 마치 방학을 맞은 대학생의 생활패턴과 비슷해졌다. 늦게 까지 놀다 늦게 잠이 들고 늦게 일어나 다음날을 시작한다.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친구를 대신에 옆에 바짝 붙어있다. 좀처럼 운동도 하지 못해 살이 토실하게 올랐다.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아 에너지를 소진하고 집에 들어와주어야 일찍 잠자리에 들텐데 

아침과 비슷한 점심,점심과 비슷한 저녁을 지내고 있으니 그 에너지가 갈 곳이 없어 저러는가 싶기도 하다.

11시가 넘어가면서 나는

"얘들아 이제 자자 "를 계속해서 외친다.

처음엔 부드럽게 . 그래도 듣지않으면 어조를 바꾸어 이를 꽉 깨물고 외친다.

"얘들아 이제 진짜 자자" 그래도 듣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이제 안자면 곧 엄마 폭팔한다." 이런 협박이 들어가게 된다.

이 정도 나의 게이지가 올랐을때 아이들은  슬슬 눈치를 보며 잘 준비를  시작한다.

아이들이 누우면 불을 꺼주고 엄마는 이제 퇴근한다고 알린다.

 에휴 엄마노릇 퇴근을 하고 보니 이미 12시다. 오늘도 나를 위한 시간은 거의 없었구나 싶어 그냥 잠들기 억울한 기분이다.

맥주 한잔을 따고 읽고 싶었지만 한켠에 쌓아둔 책중 하나를 골라 조금 읽어나간다. 막상 책을 읽으려니 피곤이 덮쳐온다.

그때 아이들 방에서 아이 한명이 빼꼼히 나와 작은 목소리로

"엄마아"

하고 또 나를 부른다. 창밖에 무슨 불빛이 있어 잠이 안온단다. 갑자기 화가 올라오지만 꾹참고 커튼을 쳐주고 다시 토닥여준뒤 방을 나오며 이를 앙물고 말한다.

"이제 엄마 진짜 찾지마 엄마 퇴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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