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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doo Jul 08. 2020

공부는 마음이 한다. 루틴이 한다.

불안하지 않게 아이를 키우는 법 ,덜 자란 내안의 아이를 키우는법


어린시절 나는 공부를 무지 잘하고 싶었다. 공부를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는것 같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멍하니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만으로  채우는 날도 많았다. 그런걸 보면 의욕과 의지력은 별개의 문제인가보다.

하고 싶은 마음과 그것을 실재 해내는 힘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 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공부를 잘하고 싶지 않은 학생이 어디있겠는가. 그렇다고 모두가 열심히 해내고 있지는 않지 않은가. 지금에서야 나는 그때 나의 의지력,몰입력 부족이 불안에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은 사람을 들뜨게 하고 집중할 수 없게 한다. 불안한 사람이 몰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불안과 긴장은 비슷한 건데 긴장하면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으냐고?  불안과 긴장은 분명히 다른 기제이다. 불안한 사람이 긴장을 하기도 하지만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긴장 할 수도 있다. 전자는 실패를 가져오기 쉽지만 후자는 오히려 집중도를 높혀 효율성을 가져오기도 한다.

나의 불안의 근원은 어디에 있었을까 . 나의 부모님은 편안한 성격이 아니셨다. 밥상앞에서 물만 없질러도 살벌한 말이 오가고 항상 공부에 대한 강조가 반복됬다. 다행히 공부는 곧잘  했기에 나는 다른 형제들에 비해 크게 혼나지 않고 자랐지만 다른 형제들이 혼날때 덩달아 마음이 불안해 어쩔줄 몰라했던게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엄마는  시댁의 스트레스에 늘 시달렸고 아빠는 늦게까지 이어진 공부에 가장 노릇까지 해내느라 참 불안하고 힘들었었던 것 같다. 우리는 그런 부모님 아래서 사랑도 받았지만 많은 불안을 또한 먹고 자랐다. 물질적으로는 비교적 풍족한 집이었지만 난 집이 편하지 않았다.  스물여덟에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던날 나는 눈물이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부모님의 세계를 벗어나 나의 가정을 꾸리는 기쁨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일도 내 마음같지 않았다. 부모님이 사라지니 남편이 나에게 또 다른 불안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결혼이고 사람이었기에 물러날 곳이 없었다. 10여년을 우리는 열심히 싸우고 화해하며 맞춰갔고 이제는 서로에게 불안을 주는 일을 많이 줄었다.

 불안이 많았던 나였기 때문일까 아이를 낳고 내 마음에 항상 중요하게 깔려있던 기조는 아이를 불안하지 않게 키워야 겠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우기 위해 하던 일도 접고 육아에 전념했고 조기 사교육의 열풍속에서도 사교육을 거의 하지 않았다. 너도 나도 영어 유치원에 영재 놀이학교에 보낼때 나는 숲에서 뛰어노는 발도로프 어린이집을  보내기 위해 그 근처로 이사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자유롭게 풀어놓지는 않았다. 무한한 자유는 오히려 아이에게 불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야 할 일을 정해주고 작은 할일은 스스로 해내해 했다. 7세 이전에는 혼자 밥먹고 목욕하고 머리 빗고 방정리 하는 정도의 자조능력을 기르는 일과 그림책 읽기같은 쉽고 즐거운 일을 매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인식되도록 했다.  

 8세 입학이후부터는 아이들도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할 줄 안다. 마냥 자유롭게 놔두고 아무 학습을 챙기지 않는것도 아이 자존감을 해치는 일이다. 따라서 아이가 학교 수업을 즐겁게 따라갈 수 있도록 기본적인 현행 수학공부를 매일 1시간씩 하도록 옆에서 챙겨주었다. 영어도 부담없이 매일 즐겁게 노출 할 수 있는 엄마표 영어로 아이는 영어공부인지도 모르고 영어 영상을 즐기고 영어 그림책을 즐기게 되었다. 우리말 독서를 즐기게 하기 위해 매주 한두번씩 도서관에 가고 신간 책을 사서 집 여기 저기 전시를 한다. 그리고 마치 학원다니듯 독서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만큼은 꼭 모여앉아 독서를 한다. 이것 이외의 시간은 모두 자유롭게 내버려 두었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루틴으로 자리잡기까지 상당한 애를 썼다.

 독서와 현행수학과 영어노출. 이 세가지를 매일 하는 일은 사실 쉽지는 않았다. 때론 못하게 되는 일도 많았지만 되도록 다시 그 루틴을 되찾으려고 애썼다. 아이는 자유를 누리면서도 꼭 해야 하는 루틴을 수행하고 스스로의 성장을 확인하며 안심한다. 몇년을 선행하는 영재학습은 하지 않지만 탄탄히 자기 안에 쌓여가는 것들을 스스로 느끼며 매일 하는 루틴의 중요함을  깨달아간다.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불안이 거의 작용할 구석이 없다는 것이다. 속도를 재촉하지 않고 많은 양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의 양을 즐거움을 잃지 않으며 해내도록 하되, 그것을 해내는 태도는 격하게 칭찬해 준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비교는 불안을 나을수 있기때문이다.  그리고 할일을 하고 난 나머지 자유시간에 손대지 않는다. 아이는 자유시간을 즐기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스스로의 감각을 탐색할 기회를 갖는다.

 이런 원칙을 가지고 키운 큰 아이가 이제 5학년이 되었다. 둘째 아이는 3학년이다. 아이들은 당연하다는듯 꼭 해야 하는 루틴을 즐겁게 해내는 편이다. 할일을 하고 나면 열심히 자유를 즐긴다. 이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 최상위 학생이 되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는 일과 삶의 균형을 스스로 조절해나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할일을 해내고 있다. 공부는 마음이 한다. 마음이 하는 공부는 오래 남는다.  

 나는 아이가 자신의 50대 쯤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어울려 살며 ,더 나아가 사회에 작은 기여를 할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면 성공한 육아라고 생각한다. 당장 이 아이가  명문대를 가고 대기업에 취업하는게 자식농사의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한가지 또 다른 차원의 변화를 경험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만든 나의 원칙과 루틴들이 나의 불안도 잠재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을 나에게 준다. 작은 루틴들을 해내며 쌓이는 기쁨을 온전히 누린다.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매일 하는 루틴에 집중한다.  이런 일상들이 비로소 덜 자란 내안의 아이에게 '불안하지 않아도되. 매일 쌓아가는데만 집중하자 '라며 속삭여주는듯 한다. 요즘 나는 다시 일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매일 매일 작업을 한다. 크게 성공할 욕심같은 것은 없다. 그거 매일 그리고 싶은 것을 한장씩 완성한다. 그 새 쌓인 그림의 양이 늘어 갈수록 불안이 흐려지고 기쁨이 솟는다.  행복한 기분이든다.

 무슨일이든 마음이 한다. 마음이 하기 위해 불안을 잠재워야 하는데 불안을 잠재우는데는 매일 즐겁게 감당할수 있는 수준의 루틴이 가장 좋은 약이다.

 앞으로도 작고 행복한 루틴들을 추가하며 불안하지 않게 즐겁게 여러가지 일을 도모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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