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가끔은 내용을 이야기하는 게 망설여지는 영화도 있다. 닉 놀테와 리차드 드레이퓨즈가 주연으로 나오는 ‘비버리 힐의 낮과 밤’(Down And Out In Beverly Hills/186년)도 그렇다. 내용은 입에 담기가 좀 그런 ‘막장’ AV 단골 소재가 여기저기에 난무. 그래도 야구 이야기를 통해 서로 모르는 두 남자가 우정을 맺는 아름다운 장면도 있다.
영화의 도시 ‘헐리우드’. 게다가 고급주택가가 즐비한 비버리 힐즈가 무대다. 어느 날, 도망친 애견을 찾아 헤매는 홈레스 제리(닉 놀테 분)가 불쑥 이곳에 나타난다. 그러면서 우연히 만난 개와 친해진다. 그런데 그 개는 억만장자 데이브(리차드 드레이퓨즈 분)의 애견이었다. 그것이 인연이 돼, 제리는 데이브의 집에 머물게 된다.
데이브는 제리의 삶. 무엇인가에 얽매이지 않으며 개방적인 성격에 호감을 느낀다. 물론, 성적인 대상이 아닌 자신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동경에 가깝다. 이성적인 호감은 데이브의 집에 있는 여성들이 느끼지만.
어쨌든 데이브가 제리에게 강한 인연을 느끼게 된 것은 대화를 통해너다. 며칠 후, 데이브는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면서 제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야구, 그것도 연고지를 이전한 브루클린 다저스에 대한 이야기다.
제리는 데이브가 만든 샌드위치를 보며 브루클린에서 먹은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브루클린 출신이라고 밝힌다. 그러자 데이브는, 자신은 에베츠 출신이라고 말한다.
에베츠 필드. 일찍이 브루클린 다저스의 홈 구장이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외야수 듀크 스나이더. 제리는 포수 로이 캄파넬라도 있었다고 말한다. 여기에 질 수 없다는 듯, 데이브는 투수 칼 어스킨과 랄프 브란카 등의 선수 이름은 물론, 그들의 동작까지 흉내 낸다.
그러면서 제리는 1957년을 떠올린다. 전년도에는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해에는 2위인 세인트루이스에 11경기나 뒤진 3위로 침몰. 그래도 내년에는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다저스는 브루클린을 떠나 LA로 연고지를 이전한다. 그 소식을 들은 제리도 데이브도 울음을 터뜨렸다고 떠올린다.
우스갯소리로 여자는 남자들의 군대와 축구 이야기를 제일 싫어한다는 말이 있다. 나라와 문화에 따라서는 축구 대신에 야구가 되기도 한다. 오밤중에 어린 시절 야구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중년 남성들.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방식도 있다.
덧, 이 영화를 아주 어릴 때 TV를 통해서 봤다. 당연히 여기저기 가위질의 향연이 펼쳐져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기 어려웠다. 후에 가위질이 되지 않은 정상적인 영화를 봤을 때의 기쁨은······. 물론, 그 기쁨은 이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게 됐다는 기쁨이지만. 다만 확실히 19금 설정과 이야기는 TV에서 방영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굳이 내보내려고 한 방송국의 생각(의도)은 무엇이었는지는 가늠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