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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전원러 Aug 28. 2021

만만치 않은 계단 생활, 3층과 소통하려 무전기를 샀다

여름이 끝난 것 같더니 바로 가을장마가 찾아왔습니다. 요즘 비는 정말 종잡을 수 없이 오는 것 같습니다. 야구 팬인 저에게 가을장마는 정말 끔찍합니다. 올림픽 기간 때문에 야구도 제대로 못 봤는데, 이번엔 장마 때문에 또 야구 중계방송도 못 봅니다. 슬프네요.


이미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비가 오면 왠지 뜨끔합니다. 지난여름 장마에 1층 천장에서 비가 샌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올해는 외벽공사를 깔끔하게 마쳤기 때문에 비가 새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오늘은 전원주택 생활의 기본 of 기본인 것 같은, 계단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계단 생활이 뭐가 문제냐고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으신가요? 생각보다 엄청 문제가 많습니다.ㅠㅠ


아이 있다면 계단 쿠션 생각해볼 만


우선 제가 이 집을 이사올 때 가장 걱정한 것 중에 하나가 4층까지 오가는 계단입니다. 어른들이야 오가는 걱정은 없었는데, 우리 막내가 당시 4살이었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내리다 넘어지는 사고가 반드시 발생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알아본 것이 안전계단입니다. 잘 이해가 안 되시나요? 계단 쿠션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듯합니다. 계단에 쿠션 같은 보호장비를 덧붙여서 아이가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어린이집 계단이나 키즈카페 같은 곳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저희 집 계단입니다. 이런 계단으로 4층까지 오가야 합니다.

근데 이 계단 쿠션을 하려고 하니 견적을 받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직접 계단 사이즈를 다 재야 하는데, 돌아가는 코너 사이즈는 어떻게 재야 하는지 막막하더라고요... 매번 느끼는 건데, 이런 인테리어들은 왜 참고할만한 가격이 없는 것일까요? 대략의 예산이라도 알려주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는 동안 1년 반이 훌쩍 지났습니다. 어느덧, 둘째도 5살이 되면서 계단을 오가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게 됐습니다. 익숙해지니까 넘어질 것 같은 느낌도 없었고요. 결국 와이프와 합의하에 쿠션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쿠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아직은 둘째가 잘 다녀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손님들입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들이 집에 놀러 올 때가 문제입니다. 아기들은 왜 이리 계단을 좋아하는 걸까요? 계단에 엄청 올라가려고 합니다. 당연히 엄마, 아빠들은 불안하지요. 계속 따라다녀야 합니다. 고생길이지요... 지금도, 그런 모습을 볼 때면 그냥 쿠션을 했어야 했나란 생각이 듭니다.(생각만요... 공사비용이ㅠㅠ)


3층 TV, 1층 냉장고 조합은 참 힘듭니다


그리고 1년 반 정도 계단 생활을 해보니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계단 오가는 것이 별로 안 힘들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정말 힘들어요. 특히 저희 집 구조상 TV가 3층에 있는데... 냉장고는 1층에 있습니다. TV와 냉장고가 떨어져 있고 계단을 지나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또 육아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 아이들이 꿈나라로 가고 부모가 육퇴를 하게 되면, 배달음식과 함께 알코올 한잔 걸치는 맛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TV는 3층이고 냉장고는 1층입니다. 그냥 옆에 가서 맥주 캔을 꺼내오는 게 아닙니다. 계단을 2층이나 내려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미리 꺼내오면 안 시원해요. 정말 진퇴양난입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 정말 사고 싶었는데, 일단 참았습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처음엔 3층에 작은 미니 냉장고라도 놔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가 나왔을 때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었습니다. 무조건 사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아직 거기까지 가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정말 필요하면 살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젠 노하우도 생겼습니다. 그냥 아이스박스에 마실 맥주나 소주, 물병을 채워서 3층에 올라옵니다. 계단 오가지 않고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비결입니다. 최근에 스타벅스 아이스박스도 인가가 좋았는데, 그런 거 그냥 사용하면 됩니다.


계단 생활 장점은 층별로 보장되는 개인생활


대신 층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편한 점도 많습니다. 일단 층과 층 사이의 소음이 많이 들리지 않습니다. 1층에서 노래를 크게 틀어 놓거나 피아노를 치더라도 3층, 4층에서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2층에서 자는데, 아이들이 잘 때 3층에서 TV를 꽤 크게 틀어놓고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아이들 자는 방 문을 열어놔도 3층이나 1층에는 불을 훤하게 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지요.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공부를 해야 할 때도 마찬가지 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층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소음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공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이들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서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아이들 놀이방이 3층에 있습니다. 주방은 1층이지요. 1층에서 아이들 식사를 챙겨놓고 밥 먹으러 내려오라고 얘기하려면 엄마가 3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아니면 큰 목소리로 얘기해야 하는데, 목도 아프고 시끄럽지요. 

모토로라의 생활 무전기 'T42KR' 


그런데, 층이 나눠져 있어서 의사소통이 안된다


꼭 식사가 아니더라도, 3층에 있는 아이에게 무언가 전달할 말이 있으면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정말 힘들어요ㅠㅠ 아이들이 조금 크면 휴대폰을 사주고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직 저희 아이들은 어린 편이라 다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가정용 무전기입니다. 집에서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무전기가 꽤 많더라고요. 그래서 하나는 1층에 두고 하나는 아이들 방에 두면, 필요할 때마다 무전기로 연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말씀드렸죠... 전원생활에 필요한 건 웬만하면 쿠팡이랑 네이버 쇼핑에 다 있습니다. 무전기도 쿠팡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무전기는 모토로라의 생활 무전기 'T42KR'이었습니다.


생활무전기가 필요했던 이유


생각보다 가격이 꽤 되지만, 1km 정도까지는 무전이 가능하다는 후기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집에서 큰 아이 학교까지 거리가 그 정도 되기 때문입니다. 학교 수업이 끝났는데, 엄마가 조금 늦게 도착할 때, 아이와 무전기로 연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 무전기를 선택했습니다.

무전기를 들고 있는 모습(왼쪽)과 아이들이 무전기를 사용하는 모습

아이들은 무전기를 참 좋아합니다. 멀리 떨어진 엄마 말이 여기서 나오는 게 신기한가 봅니다. 이제 무전기를 산지 2~3주 됐는데요. 아직은 잘 가지고 놉니다. 덕분에 1층에서 3층에 있는 아이에게 말도 전할 수 있고요. 아이 학교까지 가서 집에 있는 무전기와 연락을 해봤는데, 꽤 잘 들리더라고요. 일단 만족합니다. 


그런데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무전기를 켜 놓으면 배터리가 아주 빨리 소진됩니다. 사용 안 할 때는 꺼놔야 하는데, 언제 무전기를 이용할지 모르니 주로 켜놔야 합니다. 지금은 잘 때만 끕니다. 배터리를 사러 코스트코를 자주 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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