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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전원러 Sep 11. 2021

벌과의전쟁...에프킬라와 배드민턴 라켓을 준비하자

가을이 되면서 바깥활동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초보 전원러의 집에서도 외부활동을 더 많이 하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9월이 되면서 텃밭 관리하는 전원러들은 더욱 바빠집니다. 그동안 심었던 작물들을 정리하고 겨울 김장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8월 말부터 텃밭 정리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밖에 나가는 일이 많습니다. 늦어도 9월 초에는 무와 배추를 심어야 합니다. 그래야 김장 시즌에 맞춰서 무와 배추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잘 자랐을 때 얘기죠.


텃밭 정리 얘기는 다음 편으로 미루고, 오늘은 벌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지난번에 분명, 전원생활은 벌과의 전쟁이라는 얘기를 해드렸지요? 그 전쟁을 어떻게 치르고 있는지 설명해드릴까 합니다.


쌍살벌의 습격, 배롱나무야 미안해


지난 주말, 텃밭을 정리하기 위해 마당에서 꽤 오래도록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작지만, 꿀벌은 아닌 것 같은 벌들이 마당을 더 많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원래 정원에 피어난 민들레 같은 잡초에 벌들이 앉곤 했는데, 이번엔 특히 나무 근처에서 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나무에 뭐가 있나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서 봤더니... 정말 비명을 지를뻔할 정도로 끔찍한 모습을 봤습니다.

저 나무에 달라붙은 벌들이 보이시나요?


제가 정원에 심은 나무 중에, 가장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배롱나무에 벌들이 적어도 50마리 이상 붙어있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끔찍한 모습이었습니다. 아 이걸 어쩌지요? 배롱나무 가지를 그냥 잘라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저거 벌집 맞지? 벌 퇴치는 어쩌지? 네이버에 물어봐


사실 벌과의 전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 집에 이사 오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을 때, 집을 오가다가 외벽에 무언가 이상한 물체가 달려있는 것을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도시에만 살던 저는 그게 뭔지 정확히 몰랐지만, 느낌적으로 벌집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웃 주민께 여쭤보니 벌집이 맞다고 하더군요. 그냥 벌집도 아니고 말벌집이라고... 어쩐지, 집 근처에 말벌들이 많이 달아 다닌다 싶었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전원생활의 필수품, 네이버의 스마트 렌즈 /사진=네이버 앱 캡처


저는 전원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일단 네이버 앱을 켭니다. 잘 모르겠는 벌레나 잡초들도 네이버 스마트 렌즈로 찍으면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꽃이나 벌레를 찾는데 아주 유용합니다. 며칠 전에는 정원에 거미줄을 친 거미 종류가 궁금해서 스마트 렌즈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벌 퇴치 방법도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아주 잘 나옵니다. 그런데, 처음 겪는 일이라 혼자서 벌집을 제거하기는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119에 신고했습니다. 벌집 제거는 119에 신고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용감한 소방관 아저씨가 출동해서 우리 집 벌집을 제거해주셨습니다. 그게 벌써 1년 전 이야기네요.


언제까지 벌 때문에 119 부를 텐가... 에프킬라를 주목하자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벌들이 배롱나무에 매달려 있는 겁니다. 수십 마리의 벌들을 스마트 렌즈로 찍어서 어떤 종류인지 알아보니 쌍살벌이라는, 말벌의 한 종류더라고요. 아무래도 말벌은 무섭습니다. 


그래서 저는 또다시 119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번에도 소방관 아저씨 3명이 출동했습니다. 고작 벌 때문에 큰 소방차가 우리 집 앞에까지 와야 한다는 점이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혼자서 처리하다가 벌에 쏘이는 것보다는 낮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벌 퇴치에는 에프킬라와 배드민턴 라켓, 잊지 마세요. 


이번에 오신 소방관 아저씨 세분은 모두 에프킬라와 배드민턴 라켓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세분은 하나 둘 셋, 하며 동시에 에프킬라를 벌들이 모여있는 나무에 분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에프킬라에 벌들은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졌습니다. 벌들은 에프킬라에 상당히 약합니다.


그리고 저는 소방관 아저씨들의 행동을 유심히 봤습니다. 나중에는 제가 직접 처리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소방관 아저씨들은 에프킬라를 뿌리면서도 라켓으로 얼굴을 보호하더라고요. 에프킬라에도 날아드는 벌들의 공격을 라켓으로 막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벌을 퇴치할 때는 가급적 해가 떨어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한 시점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벌들이 해가 떨어지면 움직임이 둔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벌집은 에프킬라만 뿌리면 안 되나 봅니다. 옆집 아저씨가 벌집을 떼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에프킬라를 불 쪽으로 뿌려서 화염방사기처럼, 벌집을 아예 태워버리더라고요.


잊지 마세요. 배드민턴 라켓과 에프킬라, 그리고 저녁. 정 안 되겠다 싶으면 그냥 119.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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