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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전원러 Nov 28. 2021

찬 바람 불면..고기 바비큐 대신 '석화구이'의 시간

이제 제법 아침저녁으로 쌀쌀함을 넘어 춥다고 느껴집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아파트와 달리 주택은 겨울을 앞두고 준비할 것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처음 이사 오고 겨울을 맞았는데요. 아무 준비도 돼 있지 않아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겨울이 오면 당시 에피소드도 하나씩 꺼내놓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바로 이 시기에, 놓치면 안 되는 석화구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겨울은 굴이 제철이죠? 그런데 12월로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추워지면 외부에서 바비큐를 하기는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11월인, 바로 지금이 석화구이를 즐기기에 제격인 것 같습니다.


수산시장에서 '석화'를 사보자, 인어교주해적단과 함께...


아마 아파트에 살았으면 석화구이는 그냥 펜션에 놀러 갔을 때나, 음식점에서나 먹는 음식이었을 겁니다. 집에서 석화를 먹는다면, 거의 대부분 석화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마당에 바비큐 장비까지 있으니 한번 도전해보자 싶었습니다.

손질을 마친 석화. 이제 그릴에 구워봅시다. /사진=허준 기자

가까운 수산시장에서 석화를 샀습니다. 시세는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7kg 정도를 한 망에 담아 2만 원에 팔더군요. 10kg 정도를 3만 원에 구매해왔습니다. 이렇게 구매하면 굴을 좋아하는 성인 3~4명 정도는 질리도록 흡입할 수 있습니다.


수산시장에서 가격 흥정하기가 어려우시다고요? '인어 교주 해적단'이라는 서비스를 추천합니다. 잊지 않으셨죠? 저 IT기자입니다. 인어 교주 해적단을 서비스하는 더파이러츠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도 170억 원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기업입니다. 전국 수산시장의 당일 시세를 제공하는 서비스인데요. 이 앱만 잘 보시고 가면, 최소한 많이 손해 보시진 않을 겁니다. 

인어 교주 해적단 홈페이지 사진

일단 석화 구매에 성공했다면 이제 손질을 해야 합니다. 철 수세미로 석화 겉에 묻은 이물질들을 닦아내 주고 물에 담아 20~30분 정도 해감을 합니다. 해감을 하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많이 짜서 못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귀찮아도 해주는 게 좋습니다. 


웨버 침니 스타터와 라이터 큐브만 있으면 토치는 필요 없다


해감을 하는 동안 우리는 이제 그릴을 준비하면 됩니다. 앞에서 설명드렸던 대로 저는 웨버라는 브랜드의 그릴을 사용합니다. 그릴을 사면서 침니 스타터라는 숯 점화 통과 라이터 큐브라는 고체연료도 함께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침니 스타터와 라이터 큐브가 있으면 숯에 불 붙이는 것이 정말 너무도 쉽습니다. 침니 스타터에 숯을 넣고 밑에 라이터 큐브 3개 정도에 불을 붙여두면 끝입니다. 15분 정도면 알아서 불이 다 붙습니다. 조금 더 잘 붙이고 싶으면 중간에 한번 정도 뒤적여주면 됩니다.

웨버 침니 스타터와 라이터 큐브를 활용해 브리켓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사진=허준 기자

숯도 다양한 숯을 사용해봤는데요. 요즘은 그냥 웨버에서 나오는 브리켓을 사용합니다. 코스트코 숯도 사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화력이 약하고 빨리 수명을 다하더라고요. 의외로 좋았던 숯은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숯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성비까지 생각하면, 그냥 웨버 브리켓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적당히 숯을 넣어서 불을 붙이고 그릴팬을 올린 다음 손질과 해감을 마친 석화를 그릴팬에 올립니다. 석화가 다 익으면 먹어달라고 입을 벌립니다. 벌리자마자 먹으면 약간 비릴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익혀서 맛있게 먹어줍시다.


그릴 요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석화구이'


굴은 초장에 찍어먹어야 제맛일까요? 석화구이를 해보시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지실 겁니다. 석화구이는 초장에 찍지 말고 그냥 먹어야 제맛입니다. 먹다 보면 자연히 소주 한잔이 생각나는 그런 밤이 될 것입니다. 

웨버 그릴에 석화를 올렸습니다. 이제 석화들이 알아서 입을 벌리길 기다리면 됩니다. /사진=허준 기자


주의할 점은 석화를 불에 올리면 가끔 껍질이 튀기도 합니다. 처음엔 철 수세미로 안 닦고 하니 많이 튀었는데, 철 수세미로 손질을 하니 처음보다는 덜 튀는 것 같습니다.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석화구이를 하려면 조금 바빠야 합니다. 그릴이 크지 않아서, 하나가 입을 벌리면 얼른 먹고, 그다음에 바로 새로운 석화를 올려줘야 합니다. 끊기지 않고 먹으려면 누군가는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주로 '집주인'이 바쁘겠죠? 바쁜 만큼 맛있으니 바빠도 좋습니다.

입을 벌린 석화. 맛있어 보이나요? 사진은 별로지만 맛은 정말 좋습니다. /사진=허준 기자


1년 반 넘게 주택에 살면서 웨버 그릴로 다양한 음식을 해봤습니다. 가장 간단한 고기 직화구이부터 간접구이, 생선구이, 조개구이 등등해볼 수 있는 것은 웬만하면 많이 해본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맛있었던 음식이 바로 이 석화 구입니다. 


이번 초겨울에만 벌써 두 번의 주말을 석화구이와 함께 했습니다. 남은 겨울, 얼마나 많이 석화구이와 함께 밤을 지낼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보시겠습니까?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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