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Learning)머신

2. 신문기사에 없는 숫자

by 송영광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1977년 자아 효능감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이렇게 정의했다. "자신이 특정 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이 실제 행동을 결정한다." 실력이 있어도,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 시도하지 않는다. 시도하지 않으니 경험이 쌓이지 않고, 경험이 없으니 더 믿지 못한다. 악순환이지.

실력은 PISA 1위인데 시도는 62위. 이 간극이 바로 한국 교육의 진짜 성적표다.


그 결과가 장래희망에 나타났다. 당시 한국 학생의 장래희망 1위는 공무원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아이들이 가장 안전한 자리만 찾는다. 페라리를 사서 주차장에만 세워두는 셈이지. 이것은 아이러니가 아니라 논리적 귀결이었다. 자기 효능감이 바닥인 사람에게 불확실한 도전은 공포다. 시험 외에는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니까, 무언가를 만들거나 창출할 생각 자체가 떠오르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시험을 더 보는 것이었다. 시험은 유일하게 자기가 잘하는 것이니까. 취업이 안 되면 공무원 시험, 공무원이 안 되면 고시, 고시도 안 되면 자격증. 시험에서 시험으로, 시험에서 시험으로. 러닝(Learning)머신.


멈추지 않는다.


이 구조는 한국만의 발명품이 아니었다. 1806년, 나폴레옹에게 참패한 프로이센은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공교육을 설계했다.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민족주의적 충성심을 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 혁명에 필요한 순응적 노동력을 양성하는 것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등교하고, 정해진 과목을 배우고, 정해진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종이 울리면 멈추고, 종이 울리면 시작한다. 이 시스템은 국가에 충성하면서 공장에 순응하는 시민을 만들기에 최적이었다. 한국은 이 프로이센 모델을 가장 충실하게 계승한 나라 중 하나였다. 다만 한 가지를 추가했지. 입시라는 극한의 경쟁을 얹은 것이었다. 프로이센이 순응을 훈련했다면, 한국은 순응하면서 동시에 이기는 법을 훈련시켰다. 그 결과가 수학 1위, 효능감 62위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이 현상을 목격한 외부자 중 가장 직설적인 사람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연구소로 꼽히는 MIT 미디어랩을 1985년에 설립하고, 100달러 노트북으로 개발도상국 어린이 교육을 혁신하려 했던 이 석학은 한국 방송에 출연해 말했다. "시험을 잊어야 해요. 반란을 일으키는 거예요. 시험을 없애는 거죠. 그것이 한국의 아이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이 시험들은 3, 4년 안에 국가의 창의력을 없앨 겁니다."


"죽이고 있다"는 표현에 당시 많은 사람들이 불쾌해했다. 세계 1위의 교육을 외부인이 감히 부정하다니. 하지만 PISA 데이터를 다시 본다. 내적 동기 58위. 배움을 즐기는 감각이 65개국 중 58번째라는 것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배움에 대한 본능적 호기심을 체계적으로 소멸시키고 있다는 증거였다. 호기심이 사라진 지식은 창의성의 연료가 되지 못한다. 네그로폰테가 "죽인다"고 한 것은 아이들의 몸이 아니라, 아이들 안에 있어야 할 무언가 —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탐색하고,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감각 — 을 말한 것이었다.


그는 한국어판 저서 《디지털이다》의 서문에서도 같은 경고를 남겼다. "내가 받은 인상으로 당신들은 교육 분야에서 극히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교육의 길 대신에 주입식 암기교육에 극단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이적인 경제 성장을 축하하면서, 동시에 그 성장을 이어갈 다음 세대의 엔진이 꺼지고 있다고 경고한 것이었다.


경이적인 성적과 바닥난 효능감. 이 조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답안지를 쓰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다만, 그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아무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1965년, NASA는 흥미로운 질문에 답해야 했다. "우주선에 왜 사람을 태우는가?" 컴퓨터가 빠르게 인간의 연산을 대체하고 있던 시대였다. 70킬로그램짜리 생명체를 우주까지 실어 보내는 비용은 천문학적이었다. 반복적인 계산에서 기계는 이미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고, 쌌다. 그런데도 NASA의 대답은 이랬다. "인간은 비선형 처리가 가능한 가장 값싼 범용 컴퓨터 시스템이며, 심지어 중량이 70킬로그램 정도로 매우 가볍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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