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외국어 학습담> 을 읽고 든 생각
1. 외국어 공부를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재밌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고르게 된 책.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건 행운이었다.
2. 언어 순례자라는 저자의 자기소개가 인상적이다. 미국 원어민인 저자는 영어부터 스페인어, 한국어, 일본어, 독일어, 에스페란토, 이탈리아어 등을 공부했고, 공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공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작은 일본어 전공이었지만, 세계 이곳저곳을 거치면서 여러 언어를 접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일본에서, 미국에서 학생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교수직을 했다. 무엇보다 재밌는 점은 한국어로 직접 책을 집필했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스러운 한국어로.
3. 외국어 공부는 운동과 같다는 말이 공감된다. 사람들은 외국어의 ‘학습기’ (learning period)만 알고 있는데, 외국어는 실력을 유지시키는 ‘유지기’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손실이 오는 것처럼, 외국어도 쓰지 않으면 손실이 온다.라는 내용이 인상적 이었다.
4. 책 내용 중에 과제 중심 학습법(task-based learning)에 대한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과제 중심 학습은 행위를 통한 학습이다. 무언가를 배울 때 다른 학습자와 같이 과제를 푸는 행위는 학습 성취도를 높여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예를 들면 프랑스 요리 수업을 하면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것 같은 것이다. 엄청 멋진 것 같다.
5. 나도 이런 과제 중심 학습법과 같은 비슷한 맥락으로 언어학습법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단순히 언어 교환 모임, 외국어 회화 모임 시에 특정 대화 주제로 대화하는 게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신에 어떤 task 나 mission이 주어지면 그걸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외국어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고, 뭔가 서바이벌(?) 느낌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거다. 예를 들면, 봉사활동을 하는데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라든지. 그러니까 relevance 가 생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6. 또 성인의 외국어 학습법은 학생과 달라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시험과 평가가 강제적이었던 학생 시절에 비해 성인은 자율적으로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 외국어 학습을 마음 편하게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배우는 과정 자체를 즐기자.
7. 마지막으로 저자가 교수직 퇴직 후 스페인으로 여행을 갔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이 뭔가 가슴이 아련(?) 했다. 저자는 스페인에서 2주 동안 여행하면서 현지 사람들과 교류해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현지인들과 교류를 못해 아쉽다는 말을 했다. 2,30대와 같이 젊었을 때는 낯선 사람들과도 쉽게 교류할 수 있었는데, 이제 자신은 더 이상 젊지 않고, 50대 중반의 외국인 남성이 낯선 사람과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뭔가 이 대목에서 살짝 내 미래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낸 저자도 이런 아쉬움이 있는데, 내가 젊었을 때 충분히 경험하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