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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도피 D+12 천지연폭포, 세화오일장과 세화 해변

by 펜이
십 년 묵은 체증을 시원하게~ 천지연폭포와 정방폭포


이틀간의 편안한 호텔 생활이 끝나고 처음의 도피처로 들어가는 날이다.

호텔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근지하의 천지연폭포를 찾았다.


어제 갔던 새연교 못 미쳐서다.

신혼여행 이후 처음이다.

천지연폭포

거의 30여 년만이다.

높이 22m에서 떨어지는 물벼락은 깊이 20m에 곤두박질치는 우렁찬 굉음에 감회가 새롭다.


천지연폭포의 전설을 찾아보고 피식 웃었다.

전설의 단골 메뉴 - 아리따운 아가씨와 명문 총각 그리고 용이 나온다.

신혼여행 후 3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천지연폭포에서

다행히 해피엔딩이어서 좋다.

30년 전 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사진을 찍었다.


당시 사진이 앨범 어딘가에 있을는지 모르겠다.

30년 전 추억을 뒤로하고 또 다른 폭포를 찾았다.




폭포수가 바람에 흩나리는 정방폭포

정방폭포다.

작년 이맘때 올레 걸을 때 너무 무리한 탓에 발병 나서 정방폭포까진 못 내려갔었다.


이번엔 마눌님과 함께 데크를 따라 폭포 앞까지 내려갔다.

확 트인 바닷가에 굽이쳐 천 길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폭포는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시원하다

펜이 부부도 순간을 담다.

자연이 빚은 오묘한 섭리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이다.

그 아래에 선 사람들은 순간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두 폭포 모두 입장료는 2,000원이다.

제주에 도피자는 신분증 확인으로 무료입장이다.


이럴 땐 제주도에 도피하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비록 한 달 살이지만.




세화오일장과 세화 해변


에메랄드빛 세화 해변

세화 해변을 찾았다.

해변 바로 옆에 세화오일장(1, 6일)이 있었다.


마침 점심때가 되어 장구경도하고 끼니를 때울 작정이었다.

시골장이지만 주변에 예쁜 해변이 있어 장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세화오일장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생기가 돈다.


순번을 기다려 허름한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건강식 보리 비빔밥과 미역국을 게눈 감추듯 비웠다.

장터는 역시 주전부리가 제격

시골장 여기저기를 돌면서 여행 중 필요한 군것질거리도 샀다.

제주 특유의 억양으로 물건을 흥정하는 상인과 손님의 대화가 이국에 온 듯하다.




세화항 등대

이어서 누군가 일러준 고등어 낚시를 위해 세화항 방파제를 둘러봤다.

부푼 꿈을 안고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 예닐곱이 에메랄드빛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참을 지켜봤지만 불어오는 바람처럼 바늘을 연방 헛발질이다.

그런데 등대 옆에 앉은 강태공이 릴을 당기더니 조그마한 새끼 고등어가 올라온다.

강태공과 펜이 낚싯대

그래서 펜이도 초보지만 새끼 고등어에 눈이 멀어 낚싯대를 던졌다.

밋감은 새우로.


시간이 갈수록 파도는 높아지고 바람이 거세져 차갑기까지 했다.

바다 빛은 곱지만 미세먼지 경보가 통보될 정도로 시야가 뿌옇다.

숨은그림찾기_윈드서핑하는 사람...

그래서 애잔한 새우만 날리고 철수했다.

한라산 자락을 넘나들며 한 시간을 달려 3일 만에 도피처에 재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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