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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우 Feb 20. 2022

낙산

시 모음집 #7

바람이 시린 겨울밤

만남보다 이별을 의식했던 우리는

그 마음을 아쉬움이라고 불렀고


하늘의 별을 빼앗아 만든

낡고 정든 도시의 야경을 보며

그 모습을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저물어가는 낙산의 밤

얼마 전 보았던 초승달이

어느새 반달이 되어간다는

너의 말을 들었을 때


홀로 별빛도 없이 서 있는

그 희미하고 무색한 것을

나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며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는 저 달처럼

지금은 미약하지만 서서히 채워져 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어디론가 가버려도

곧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을

네 옆에서 배우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물어가는 낙산의 밤

가로등 불빛으로 물든

노란 산 계단을 내려오며


어쩌면 우리는

너무 현명해서, 너무 겁이 많기에

서로 닮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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