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시린 겨울밤
만남보다 이별을 의식했던 우리는
그 마음을 아쉬움이라고 불렀고
하늘의 별을 빼앗아 만든
낡고 정든 도시의 야경을 보며
그 모습을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저물어가는 낙산의 밤
얼마 전 보았던 초승달이
어느새 반달이 되어간다는
너의 말을 들었을 때
홀로 별빛도 없이 서 있는
그 희미하고 무색한 것을
나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며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는 저 달처럼
지금은 미약하지만 서서히 채워져 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어디론가 가버려도
곧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을
네 옆에서 배우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물어가는 낙산의 밤
가로등 불빛으로 물든
노란 산 계단을 내려오며
어쩌면 우리는
너무 현명해서, 너무 겁이 많기에
서로 닮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