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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oung Abby Lee Nov 27. 2020

중국 자가격리 해제 날의 풍경

[자가격리편 #8] 디디추싱 앱 필수

자가격리 15일 차.

7시 반 아침 배달 노크 소리가 들리는, 그 어떤 날과도 다르지 않은 날.


그렇지만 오늘은 격리 해제 날. 기대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언제 또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이 오겠어.


그래도 바깥공기를 마실 수 있으니 힘차게 하루를 시작해볼까?

2주 썼더니 시트 주름이 자글자글. 정들었던 방과 이별할 시간


1. 자가격리 해제 시간

나는 입국 당일 호텔에 두 번째로 도착한 팀이었고, 저녁 8시 방에 들어왔는데, 격리 해제는 오후 4시였다.

층별로 차례차례 격리 해제 예정이라고

저녁 7~8시경을 예상했다가 4시에 보내준다니 몇 시간 벌은 느낌. 격리 해제 시간은 별도 안내가 없었고 호텔 직원에게 며칠 전 위챗으로 물어보니 미리 알려줬다.


2. 숙박비/식사비 지불

아침에 숙박비와 식사비를 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퇴소할 때 카운터에서 현금으로 내겠다고 하니 직원이 돈을 수거하러 올 거란다.


1) 숙박비: 3108위안(52만 원)

- 3080위안(방) + 20위안(공항>호텔 이동비) + 8위안(라면)

2) 식사비: 815위안(13.7만 원)


각 항목이 무얼 의미하는지 몰라서 총액 그대로 냈는데, 라면은 먹지 않았으면 뺄 수 있단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항상 먼저 물어보지 않으면 안 알려줌) 뭐 어쨌든 자가 격리 해제 1시간 반 전에 직원이 돈을 수거하러 온다. 나는 위챗페이 인증이 안 되다 보니 현금으로 지불했다.


3. 각종 서류 수령

건강 QR코드 발급기​에서 언급했듯이 격리 해제 후 일반 호텔에 체크인하려면 하기 서류가 필요하다.

1) 자가격리 해제 확인서(解除隔离证明)

2) 7일 이내 코로나 음성 확인서(核酸检测报告)

3) 초록색 건강QR코드(绿码)


격리 해제 이틀 전 코로나 검사 설문지를 작성하고, 격리 해제 전날 코로나 검사와 혈액 검사를 받았다.  격리 해제 1시간 전에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관련 서류를 나눠주고 사인을 받는다. 이미 음성 판정을 받아서 그런지 마지막 날에는 체온 측정이 없다.

자가격리 해제 증명서
코로나 음성 검사 확인서


4. 초록색 건강QR코드 확인

알리페이 앱에 들어가 봤더니 격리 해제 30분 전에 이미 초록색! 격리 해제 이후에도 한동안 빨간색 코드여서 위챗으로 디디추싱을 못 불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난 다행히 미리 바뀌었네.

빨강빨강보다는 초록초록이지


5. 엘리베이터 붐비기 시작

자가격리 해제 시간이 되기도 전에 문 밖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린다. 호텔 직원분이 한 층씩 격리 해제될 거라고 해서 의료진분들이 돌아다니면서 ‘이제 나가도 됩니다.’라고 말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도 안 온다?

‘격리 기간에는 외출 및 다른 방 방문 금지’

동태를 살피고자 시간 맞추어 나가 보니 이미 15명 정도가 엘리베이터 앞에 줄 서 있다. 아, 이제 가도 되는 거구나. 사람 너무 많으니 일단 방에 들어가서 여유롭게 쉬는 걸로.


25분 뒤에 나가니 엘리베이터 탑승이 한결 여유롭다. 아예 일찍 나가거나 조금 천천히 나가는 편이 에너지를 아낄 수 있을 듯.

‘검사 인력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마세요. 길 잃어버리지 않게 잘 따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로비에서 카드키와 명찰을 반납하고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 후 듬뿍 들이마셔보는 바깥공기. 비에 젖은 축축한 공기가 코를 타고 올라온다. 아직까지 격리 해제라는 것이 전혀 실감 나지 않는다.


6. 택배 현장 발송

호텔 문 앞은 택배 보내는 사람으로 문전성시다. 순펑택배 직원이 박스와 뽁뽁이를 왕창 쌓아놓고 주문을 받는다. 오, 이런 것도 있구나. 아이디어 좋은데?

말로만 듣던 순펑택배 첫 만남

택배가 온다는 걸 미리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중국 분들은 큰 캐리어나 면세품을 택배로 보내더라. 운송장을 따로 출력하지 않고 박스에 인쇄된 QR코드를 읽어서 조작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이 나라는 QR코드를 정말 사랑한단 말이지.


7. 디디추싱 호출

이제 예약해둔 호텔로 가야 할 시간. 내 위챗페이 계정은 여권 실명 인증도 받았고, 한국 발행카드가 연결되어 있지만 실제 결제는 안 되더라. 그래서 위챗 내 메뉴에서 디디추싱(滴滴出行)을 부르면 결제가 안 된다.

텐센트가 투자한 디디다처(滴滴打车)와 알리바바가 투자한 콰이디다처(快的打车)가 합병해서 탄생. 정식 이름은 디디콰이디(滴滴快的). 주로 디디추싱(滴滴出行)이라고 부름

정말 중국 친구에게 부탁하는 방법밖에 없나 해서 중국 여행 후기들을 찾아봤다. 디디추싱 앱은 해외 휴대폰 번호로도 가입 후 호출이 가능하고, 현금으로 지불하면 된다고 해서 미리 디디추싱 앱을 다운 받았다.


참고로 아이폰은 디디추싱 앱을 받으려면 Apple ID 국가를 중국으로 변경해야 한다. iOS14부터는 설정 메뉴가 아닌 ‘앱 스토어>프로필>계정명 클릭>국가/지역>국가/지역 변경’과 애플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중국 번호와 결제수단이 없어도 국가를 변경할 수 있다.

‘无(없음)’ 클릭
도로, 시, 성, 전화번호 항목만 필수값. 전화번호는 한국 번호를 넣어도 된다

불편한 점은 국가를 중국으로 바꾸면 카카오톡 이모티콘 구입, 네이버 쿠키 결제 등 인앱 결제를 모두 위안화로 해야 한다. 그런데 위안화 결제 수단이 없다 보니 결제 실패. 그래서 국가 설정값이 중국일 때만 다운 가능한 아래 앱들을 한 번에 받고 한국 계정으로 다시 바꿨다.

신선식품 배달 앱 허마셴셩(盒马鲜生)

배달 음식 앱 어러머(饿了么)

부동산 앱 워아이워지아(我爱我家)

부동산 앱 리엔지아(链家)

맛집 검색 앱 따종디엔핑(大众点评)

인터넷 쇼핑몰 앱 타오바오(淘宝) *한국 계정일 때 다운받을 수 있는 앱은 타오바오 Lite여서 기능 차이가 크다고 한다(앱 스토어 리뷰 참고)


자, 그럼 디디추싱을 써볼까?

격리 해제 전에 미리 테스트해보고 싶었는데 호출 취소가 안 될까 봐 못해봤다. 첫 사용이다.


호출 버튼을 누르니 결제 방식을 추가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다행히 국제 신용카드(国际信用卡)도 목록에 있다. 당연히 체크카드도 된다.

‘자주 쓰는 결제 방식 추가’

비가 오다 보니 차가 너무너무 안 잡힌다. 홍바오(여기서는 팁 개념) 기능이 있길래 20위안(3,400원)을 추가했더니 그제야 잡힌다.


기사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나는 중국 통화가 포함된 홍콩 선불 유심 15일짜리를 쓰던 터라 부담 없이 통화 가능. 기사분과 서로 위치를 확인해 드디어 만났다.


기사분은 나보고 짐이 너무 많다고 이래서 홍바오를 추가했냐며 목소리를 한 껏 높이시며 불만을 토로하신다. 일반 크기의 택시였는데 다행히 28인치 캐리어 2개 모두 겨우겨우 구겨 넣을 수 있었고, 20인치 캐리어는 뒷 좌석에 들고 탔다. 아저씨가 원래 트렁크에 들고 있던 짐도 다행히 뒷 좌석에 모두 들어갔다.


차에 앉아 가만히 창 밖을 보는데 풍경이 너무나도 생경하다. 나, 진짜 밖으로 나온 거 맞지? 그런데 왜 내 일 같이 안 느껴지지. 호텔 가는 길에도 기사 아저씨는 차가 막히네, 짐이 많아서 차가 앞으로 잘 안 가네 등등 계속 불만이 가득하시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결제창이 뜬다. 결제수단이 해외 발행카드도 있나 해서 살펴보니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 결제 수단뿐. 현금으로 내도 되냐니까 가능하다며 홍바오도 잊지 말고 달란다. 네네, 당연히 드려야지요.

‘60위안 결제 확인’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우 기사가 별도 조작을 하지 않으면 앱에서 지불하지 않은 걸로 뜬다. 결제 완료 전까지는 디디추싱 차 호출을 못하기 때문에 기사에게 따로 연락해서 처리해야 한다. 무척 번거로우니 꼭 차에서 내릴 때 미리 확인하자. (이 글 쓰기 직전 바로 이 문제 때문에 디디추싱을 못 썼다.. 하하)


아무튼 그래도 어찌어찌 목적지까지 잘 왔다.

자가격리 진짜 끄읕-

본격 중국 생활 시자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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