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책에 있다네. 참, 과학에 있을지도-
이번 호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꼭지는 <잘못은 유튜브가 아닌, 우리 별에 있어>라는 글이다. 천문학자이자 유튜버인 지웅배님의 글인데 생각해볼만한 내용들이 많았던 것 같다. 유튜브를 해악의 근원으로 보지 말라는 것이 글쓴이의 요지.
"단순히 텍스트만 보고 제멋대로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방식은 과학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있어 그다지 유용한 감상법이라 할 수 없다. 블랙홀이 어떻게 주변 우주 시공간을 왜곡하는지 텍스트로 아무리 장황하게 설명하더라도...(중략) 물론 문학적 감수성을 길러내는 측면에서는 아주 훌륭한 상상이라 할 수 있지만, 오직 과학 콘텐츠를 소비하고 과학적 지식을 공유하는 측면에서 봤을 때 그렇다는 뜻이다.(중략)실제 자연에서 벌어지는 모습들을 알기 쉽게 도식적으로 표현한 그래픽을 즐기는 것이 과학 콘텐츠를 소비하는 측면에서는 더 유의미한 감상법이다."
책과 유튜브를 대척점에 두고 바라보지 말고 '유튜브는 책에서 파생된 연장선의 일부'라고 이해하자는 말에 동의한다. 책이 텍스트와 이미지를 종이라는 물질을 통해 담아낸 콘텐츠라 하면, 유튜브는 콘텐츠를 영상과 음성에 녹인 또 다른 미디어라는 것이다. 책이든 유튜브든 각기 다른 효용이 있다는 것이고 우리는 어느 한쪽에 매몰되지 않고 균형감있게 소비하는 건강한 태도를 취하면 되지 않을까.
이번 호에 또 재밌게 읽은 글은 강양구 지식큐레이터의 <당신은 어떤 과학책을 읽고 싶습니까>이다. 최근 과학 교양서의 약진 사례를 들며 왜 요즘 독자들이 과학책을 찾는지 흥미로운 견해를 내놓는다. 서점에서 과학 분야로 분류되긴 하지만 사실은 과학의 탈을 쓴 인문학 책이라는 점. 예를 들면 <랩 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같은 책들은 두 여성의 고난 극복기이자 지금에 이른 성장기라는 것.<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다정함, 즉 공감을 둘러싼 이야기이고 <정리하는 뇌>는 뇌과학의 중요한 연구성과를 '정리'라는 키워드로 연결한 사회학이자 인문학을 다룬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과학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과학의 소재를 빌려 사회 현실의 돌파구를 찾아보는 일이 의미가 있는 것일지 모른다는 글쓴이의 말이 인상깊다.
이번 기획회의 616호는 #과학의바다를건너는법 이라는 주제로 과학책 읽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한다. 평소 과학책이 높은 허들이 있다고 생각해 온 독자라면 이번 주말에는 서점에 찾아가 과학분야를 한번 둘러봐도 좋겠다. 혹시 모르지 않나.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의 실마리를 과학이 풀어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