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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Feb 21. 2024

책 쓰기, 나의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인가?


이 글은 책을 쓰고 싶은 독자가 읽을 가능성이 99.9%다. 예상컨대 크게 네 부류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① 남녀노소 불문하고 언젠가 책 한 권 내는 것이 로망인 사람, ② 말은 잘하지만, 글이 약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 ③ 써놓은 글도 있고 글쓰기도 익숙하지만, 책 쓰기는 감조차 오지 않는 사람, ④ 전문 지식이 있는데 책을 쓰지 못해 업계에서 서러움을 당하는 사람일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독자라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운동할 때 가장 어려운 건 집에서 나와 여기까지 오는 겁니다. 여러분은 그 어려운 걸 해냈습니다. 이제부터는 쉬운 걸 해볼까요?     


크로스핏을 하러 갔다가 문 앞에 붙어있는 문구를 보았다. 그렇다. 시작이 반이라고 새로운 도전에는 물꼬를 트는 것이 가장 힘들다. 자동차도 처음에 시동 걸고 속도가 올라가기까지 가장 많은 에너지가 든다.      

     

내가 책을 쓰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밝혀졌다. 나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첫 발을 내딛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책쓰기 학원이 1,000만 원의 수강비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책을 쓸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기 때문이다. 알고 나면 별거 아닌 거 같은데 그 별거 아닌 것 때문에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는가?     


나도 처음에는 600만 원(5년 전 가격, 지금은 1,000만 원)이나 들일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하루 8시간씩 공들여 쓴 원고는 계약도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다. 첫 원고를 완성하고 2년의 숙성을 거쳐 출판사에서 정식 출판되었고 첫 책의 인세 수입으로 학원비는 뽑았다. 물론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고 4쇄까지 찍은 책의 인세로는 초라하지만. (인세 계약과 수입에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다.)     

     

책쓰기 학원을 찬양하는 광고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여러분의 1,000만 원을 아껴드리고자 하는 것 아닌가. 배움의 가치를 알고 시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결과물은 현격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노하우를 배운다는 것은 그 사람의 땀과 눈물이 녹아든 시간을 사는 것이다. 15년간 전업 작가이자 10권 이상의 책을 낸 사람에게 책 쓰기를 배웠다. 단순히 기술만 배웠다면 600만 원이라는 돈이 아까웠겠지만, 나는 그의 15년이라는 시간을 샀기에 돈이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나는 4권(자가출판 1권 포함)의 책을 낸 작가가 되지 않았는가.      

  

   

주변에서 책쓰기 강의 요청이 종종 들어온다. 보통은 입이 떡 벌어지는 학원비에 장벽을 느껴 책쓰기 학원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만난 어느 기업 사내 강사는 "그 정도 돈을 내기 때문에 이 악물고 책을 쓸 수 있는 거 아니에요?"라고 말해 놀랐다. 나는 첫 육아휴직 때 수입도 없으면서 책쓰기 학원에 덜컥 등록했으니 외벌이 가장으로서 심적 부담이 얼마나 컸겠는가. 당시 학원비를 벌벌 떨리는 손으로 할부 결제하고 난 후 내 뒤에는 바로 낭떠러지가 있다는 각오로 책 쓰기에 임했다. 노빠꾸, 오직 진만 있었다.     

     

그러고 보면 돈만큼 확실한 동기 부여도 없는 것 같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아니 경제적 여유가 없더라도 열심히 모아 책쓰기 학원 등록비를 벌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학원에서 책 쓰기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물론 팔리고 읽히는 책을 쓰고 싶은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다. 혼자 기념하려고 자서전 등을 자비 출판으로 하려는 경우는 그냥 책 만들어주는 곳으로 바로 찾아가면 된다.)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에 올라오는 글을 읽으며 책 쓰기를 시작한다면 돈은 들지 않을 거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당부한다. 최소 1,000만 원의 각오로 임한다고 약속해 주길. "내가 이번에 책을 못 쓰면 내 돈 1,000만 원을 나눠주겠다!"라고 주변에 선포하면 좋겠다. 자신과의 약속에서 지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1,000만 원을 기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각오가 되었는가? 주변에 선포했는가? 나 자신과 약속했는가? 그렇다면 신발 끈 단단히 묶고 따라오길 바란다. 앞으로 함께 떠날 가슴 뛰는 여정을 소개한다.


ⓒ 이학기 반장 / 참고 도서 <작가는 처음이라>, 김태윤,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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