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편히 앉으렴." 나는 말을 건넸다. "어머니, 막내 형님은 사사건건 간섭이고요. 저희가 무슨 서너 살 먹은 아이들도 아니고, 이것을 준비했니 못했니. 정말 참을 수가 없었어요."라고 며느리가 말을 이었다. 나도 알고 있다. 우리 막내딸이 시시콜콜 잔소리가 많은 것에 대해서 말이다. 내 아픈 손가락 막내딸은 우리 집보다 집안이 한 참 기우는 사위에게 시집을 간다고 했다. 그 사위에겐 위로 누나가 다섯이나 있었다. 층층시하 시집살이를 어찌 견딜꼬 싶어서 두 팔 걷어붙이고 반대를 했다. 게다가 나이도 열다섯이나 많은 사위였다. 막내딸은 막무가내였다. 집을 나가서 돌아올 기미를 안 보이자 그만 내가 졌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다고 했던가? 사위는 결혼 이후 참 잘했다. 딸 셋 중 막내딸 사위가 지금은 제일 마음에 들게 나에게 지극정성이다.
3년 투병 끝에 이승과 이별한 남편 장례를 치르고, 나는 커다란 빈 집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며느리가 갑자기 방문을 했다. "왜 왔어?"라고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그냥 어머니 뵈려고요." 며느리는 소고기 조금이랑, 야채들이랑 잔뜩 사 와서 샤부샤부도 아닌 소고기 뭇국도 아닌 정체불명의 음식을 해 놓고서는 나에게 먹으라고 권했다. 맛은 뭐라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와서 먹을 것을 챙겨주는 마음이 참 이뻤다. "얘야, 음식하고 남은 모든 야채들은 다시 가져가렴. 집에서 아이들이 기다리잖니." 소고기 남은 것과 야채 남은 것을 모두 싸줬다. 회사 다니랴 애들 챙기랴 음식 해 먹으랴. 동분서주 항상 바빠하는 며느리가 나는 마음에 쓰여서 먹을 것이 보이면 항상 싸줬다.
내 생일에 며느리가 상차림을 해 주겠다며 코스트코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아왔다.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며느리가 들고 온 시장바구니를 막 열어서 꺼내어서, 프라이팬을 꺼내어 가스레인지 불을 켰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니?" 내가 두 팔을 걷어 부치자, 며느리는 "어머니 생신인데, 어머니 좀 가만히 계셔보세요. 제가 다 조리해왔으니까, 그냥 데우기만 하면 돼요." 하면서 잡채랑, 새우 홍합 토마토 졸임, 그리고 샐러드 등을 차려냈다. 케이크도 사 와서 초도 불었다. "어머니 저 회사에서 상여금 받았어요. 행운의 열쇠를 샀어요." 우리 며느리가 선물도 사줬다. 너무 고마웠고, 며느리가 차려준 상차림이 맛있었다. 나의 세 딸들에게 자랑 자랑을 했다. 우리 딸들도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아들이 집에서 쉬는 날이다. 요즘 아들은 좀 편한 곳으로 직장을 옮겼다. 며느리랑 밥은 잘 챙겨 먹는지, 두 손녀딸들은 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근처 대형 마트에서 세일하는 장어를 사다가, 지하철에 몸에 실었다. 지하철 역으로 마중 나온 아들은 얼굴이 훤하다. 아들이 얼굴이 밝고 훤하면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들 집에서 장어를 구웠다. 며느리 퇴근시간을 기다리기가 못내 지루하다. 며느리가 돌아오는지 현관 자동문 소리가 들린다. 며느리가 들어온다. 며느리 얼굴이 파리하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신경을 많이 썼는지. 혈색이 하나도 없다. 내 곁으로 오는 며느리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아가 돈 벌기가 이렇게 힘이 드니? 세상에 신경쓰고 이렇게 힘이 드는구나."라고 말을 하며, 차가운 손을 꼭 쥐어본다. 정장을 입고 앉아있는 며느리에게 어서 가서 편하게 옷도 갈아입고 씻고 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장어를 같이 먹기 시작하는데, 며느리가 너무 잘 먹는다. 정말 예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아들과 너무 잘 살아주는 나의 며느리가 나는 고맙고 예쁘다. 이렇게 예쁜 며느리를 내려준 하늘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우리 아들과 잘 살아주면 너무 고맙겠다. 건강관리 잘하고,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걱정시키지 않게, 나도 건강 관리를 잘해야겠다. 오늘도 체육공원 나가서 5바퀴 돌아야지. 식사도 건강한 것으로 먹어야지. 아들아 며느리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