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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한 Mar 15. 2021

#18 <그녀가 사라졌다> (스포有)

로맨스 영화가 맞습니다


  #18 <그녀가 사라졌다(I Met a Girl)>

   로맨스 영화가 맞습니다


(* 스포일러가 대거 포함되어 있어 영화를 보기 전에 읽으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으니 꼭꼭꼭 유의해 주세요!)


시사회에 당첨된 윤선언니가 보여준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예상치 못하게 충격에 충격을 거듭하며 보았던 영화인데, 오호.... 꽤 마음에 들었다. 긴장감, 공포감, 뭉클함, 참신함, 몽글함이 전부 들어 있는 영화였다.





브렌튼 스웨이츠가 주인공 데본을 연기한다. <갓 오브 이집트>와 <더 기버>를 보게 했던 배우인데 오랜만이었다. 이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가 꽤 특색 있어 마음에 든다.


데본은 환영과 환청 때문에 불안정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인물이라, 주변인들이 계속 주시하고 있다. 형의 결혼식에서 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자해를 하고 거추장스럽다며 바지를 벗고 다니기도 하니,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를 보듯 보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영화 속에서 말해주듯 그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가 그를 위태위태한 환자라기보단 앞으로 잘 나아갔으면 하는 영화 주인공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데본의 시점에서 영화를 따라가며 우리 또한 그의 감각으로 현실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이 해당 영화의 장르가 판타지가 되었다가 공포가 되었다가 로맨스가 되었다가 드라마가 되는 이유다. <스탠바이 웬디>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웬디의 여정이 완벽한 성장 서사를 완성해 내 희열을 느끼게 하고 <눈이 부시게>에서 혜자가 사는 특별한 삶을 보여줌으로써 혜자의 특별함(큰 스포이니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먹먹한 감동을 가져와줬던 것처럼, 이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또한 병을 앓고 있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독특한 기법을 가미함으로써 해당 인물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응원을 가능하게 해준다.








보호시설에서 나와 형 부부와 함께 살고 있던 데본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이들이 데본의 독립에 대해 말을 꺼내게 된 것이다. 형 부부에게서도, 함께 했던 밴드 동료에게서도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데본은 죽음을 결심했다가 루시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강렬한 사랑에 빠지지만, 데본은 곧 루시를 잃어버린다. 루시와의 에피소드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데본은 홀로 그녀를 만나러 시드니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동화 같던 둘의 사랑 이야기와 허술하면서 심지어 사라지기까지 하는 증거들을 지켜보며 극중 인물은 물론이고 관객들까지 루시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된다. 그러나 데본을 먼 시드니까지 행하게 만든 힘의 근원이 있었을 거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이는 영화 말미에 밝혀진다.


영화는 아프고 서툰 주인공 데본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용기를 얻고, 시드니에 도착하기까지 차근차근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 속에 무시무시한 인물들이 등장하니 솔직히 말해 이 영화를 편안하게 즐겼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극장 맨 뒷좌석에서 윤선언니와 여러 번 흠칫했고 천장으로 솟구칠 듯 벌떡 뛰어올랐다. 영화의 장르가 공포가 될 때마다 말이다...!!! 뒷좌석에서 본 게 천만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너무 민망할 뻔... 뭐가 그렇게 무서웠냐면,,, 니들씨의 모든 등장씬들이 무서웠다. 데본의 눈에는 시종일관 용기를 주는 히어로 아저씨와 소름 끼치는 표정으로 응시하며 달려오는 니들씨가 보이곤 하는데, 데본과 함께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세상을 경험하는 일은 동화 같으면서도 공포영화 같았다. 이 영화가 로맨스의 탈을 쓴 공포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공포물의 탈을 쓴 성장 로맨스 영화였다. 더불어 환자들이 받곤 하는 상처에 대해, 환자들 가족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기도 했다. 데본의 사랑과 삶을 절실히 응원하며 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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