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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한 Jul 17. 2021

#9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천재만재들의 앙상블...에 무릎 꿇습니다...


 #9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천재만재들의 앙상블...에 무릎 꿇습니다...




그렇다. 개인적으로 벅찼던 시기라 제때 보지 못했던 이 드라마를, 최근에 사람들이 흔히들 따르게 된 경로로 보게 되었음을 밝힌다. <간 떨어지는 동거>에 출연하게 된 혜리X장기용의 예능, 라디오에서의 케미스트리에 동공이 확장된 게 첫 번째 단계, 이어서 유스케에 나왔던 장기용 배우의 수려한 랩과 끼를 포착한 게 두 번째 단계, 그리고 그렇게도 좋다고 소문난 장기용 배우의 출연작인 이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까지 흘러오게 된 게 마지막 단계다. 그리고 결과는, 장기용 배우는 물론이고 이 드라마 자체의 쳐돌이가 되어 헤롱거리고 있게 되었다. 명성이 자자했던 이유를 2021년이 되어서야 알게 된 이 늦깎이 덕후가 나라는 사실에 참 어이가 없고,,, 드라마의 제목에 있는 'www'까지 떡밥을 회수하며 드라마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격하며 감탄을 멈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뒤늦은 덕심에 대해 더이상 자책하지 않고 이 드라마의 역대급 매력들을 이곳에 적어두고서 두고두고 곱씹으려한다.





이 드라마는 포스터, 기획의도, 인물소개까지 완벽하다. 얼마나 치밀하게 짜낸 세계인지, 얼마나 애정이 많은지가 다 보인다. 기획의도는 읽는 순간 동공이 확장될 만큼 흥미롭고, 인물소개 카테고리에는 해당 인물이 작성한 것처럼 설정된 글을 읽을 수 있다. 인물별로 톤앤매너와 말투가 다르고, 글을 올리는 온라인 공간까지 캐릭터마다 다 다르다. 인물소개까지도 그 정성과 귀여움으로 웃음짓게 만드는 이 드라마 <검블유>는 에피소드, 캐릭터 설정, 대사, 장면 연출, OST, 케미스트리 등을 작정하고 매력적으로 표현해냈다. 천재만재 작가, 연출, 배우, 음악감독, 촬영감독, 스태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배타미, 차현, 송가경 - <검블유>의 주인공들이다.(사진 순서는 차현, 배타미, 송가경) 실력을 인정받아 주요직을 사수하고 있는 열정적인 포털 업계 직장인들로, 이미 성공했지만 성공에 대한 욕망을 갖고 살아간다. 이들이 매력적인 것은 그들이 각자의 뚜렷한 가치관을 갖고 서로 대치하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배타미는 특이하고 용감한 불나방 같다. 차현은 정의롭고 심플하며, 송가경은 위험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개성 뚜렷한 성격에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이들 세 명의 텐션이 드라마의 흡입력을 이끄는 제일 큰 요소이고, 두 명씩 씬 속에서 붙을 때 생기는 워먼스도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말티즈와 골든리트리버를 연상시키는 배타미X차현의 조합도, 두 사람의 대치상황을 보면 쫄리면서도 동시에 아련해지는 배타미X송가경 조합도, 애틋하고 귀여운 차현X송가경 조합도 다 너무 재밌다. 누가 누구랑 붙어도 긴장감이 역대급으로 팽팽하다. 여기에 더불어 세 명의 배우가 방송이 끝나고도 아직까지 끈끈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걸 지켜보는 게 얼마나 짜릿한지.



차현 : 이 정도면 해야죠, 법적 규제.

배타미 : 하, 지금 인터넷을 정부 손에 쥐어주겠다는 건가요?

차현 : 실시간 검색어 조작에, 성매매 카페에. 이쯤되면 법적 규제 못할 이유가 없죠. 싱가폴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배타미 : 싱가폴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인터넷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고 거의 모든 국가가 그 가치에 동의한다는 뜻이죠.

차현 : 유니콘은 규제가 두렵나봅니다. '감출 게 없으면 두려울 것도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배타미 : 그 말의 기원은 나치 독일입니다, 차현 본부장.

차현 : 책임지지 않는 자유는 폭력입니다, 배타미 본부장.

배타미 : 우리 집 담벼락에 '차현 또라이!!!'라고 누가 적어놨어요. 그 낙서 때문에 차현 본부장이 정신적 피해를 봤다 칩시다. 그런데 제가 그 담벼락을 세웠다는 이유로 법적인 책임을 져야합니까? 포털은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사용자 잘못까지 일일이 포털이 책임질 순 없어요.

차현 : 책임질 수 없죠. 그런데 집주인께선 그 담벼락 낙서를 발견하고 뭘 하셨습니까? 낙서를 지웠습니까? 아니면 다시는 누가 낙서를 못하도록 막았습니까?

배타미 : 못 막았다는 이유로 담벼락을 정부에 넘기고 관리를 받으라는 겁니까? 그리고 지금 불법 카페가 유니콘만의 일이면 여기 왜 앉아 계시죠?

차현 : 바로는 유니콘만큼 불법 카페가 많지 않습니다.

배타미 : 유니콘만큼 가입자가 많지 않아서죠.

(일동 정적)

배타미 : 우리 좀 솔직해집시다. 불법 카페 가입자 수가 수만 명에 이릅니다. 불법 카페 하루 방문자 수는 수천이 넘고 PV는 만 건이 넘어요. 관리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죠. 매일매일 책상 위에 유니콘 바로 점유율 순위가 배달되는데 PV 만 건, 어떻게 포기합니까? 안 그래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법적 규제가 아니라 페어플레이겠죠.

차현 : 검색어 조작으로 청문회에 불려가신 분이 페어플레이를 논하시니, 재밌네요.

배타미 : 유니콘에 대한 열등감은 성적으로 극복하시죠, 차현 본부장?

차현 : 이게 열등감일까요? 난 당신과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쪽팔리는 겁니다.

배타미 : 쪽팔린 김에 1위 탈환하시고 포털의 위상을 바로잡아주시죠, 그럼?

차현 : 부려 꼼수로 쌓은 1위가 뭐 그렇게 자랑스럽습니까?

배타미 : 자랑스럽지 않아요. 그렇다고 2위를 하고싶진 않네요. 사람들이 유니콘 비리도 유니콘에서 검색하도록 내 청춘을 바쳤으니까.

민홍주 : 토론하죠. 네. 디스 말고 토론합시다. 토론하자고 모였으니까요. 예..

(_2회)



배타미와 차현 두 사람은 이 이후로 바로에서 함께 일하며 이 전투적인 의견 개진을 이어간다. 서로의 의견에 반대를 거듭하며 주장의 깊이를 더해가는 게 멋짐 포인트 중 하나다. 세 사람의 말빨 배틀이 정말 꿀잼인데, 이거 보는 맛에 드라마 보는 사람 엄청 많았을 것이다. 위 내용은 2회에서 인터넷 불법 카페 규제 방안에 대한 포털협회토론에서 유니콘 배타미 vs 바로 차현으로 붙었을 때의 배틀이다. 개인적으로 내 최애 배틀이었다. 넘나 살벌하면서도 설득력 갑인 것... 이런 씬들이 드라마 곳곳에 있어서 배틀을 기다리는 맛이 있다. 두 사람의 다른 똑똑 토크도 아래 하나 남겨보려 한다.



배타미 : 포털에게 쓸데없이 권력을 쥐어주니까. 이건 이래서 지우고 저건 저래서 놔두고. 그 자체가 난 좀 이상해요. 검색어는 사람들이 만드는 건데 그걸 포털이 검열하니까요.

차현 : 검열이 아니라 점검이죠. 누군가에게 유해하고 음란하고 폭력적이지 않기 위해.

배타미 : 그쵸. 근데 스칼렛은 그 기준이 완벽하다고 생각해요?

차현 :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기준은 없습니다.

배타미 : 그래서 싫다는 거예요. 서비스는 불안정한데 영향력은 지대하니까. 영향력은 지대한데 다스릴 법규는 없으니까.

조아라 : 어..? 법규가 없어요?

배타미 : 네, 포털이 실검을 삭제하고 조작해도 처벌할 수 없어요. 법이 없어서.

차현 : 실검은 포털의 수익을 위한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법규가 없는 겁니다. 뭐, 포털이 언론의 중심이라고 해서 비즈니스할 자격까지 없는 건 아니잖아요? 돈 버는 건 다 나쁩니까?

배타미 : 안 나쁘죠. 실검이 싫다고 했지, 없애자고 안 했어요. 없으면 안 되죠. 실검은 수익과 직결돼 있고 우리 사이트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주는 최고의 수단인데. 그 장사엔 동의해요, 나도.

(_4회)



난 정말이지... 앞으로 권도은 작가님에게 충성할 예정이다. 어쩜 이렇게 텐션있고 스파크 튀며 설득력있는 업무 대사들을 쓸 수 있는 것이며...! 어쩜 이렇게 쫄깃하고 신박한 fox들의 대사를 쓸 수 있는 것인지... 이런저런 감탄을 하며 반복재생한 장면들이 회차마다 있었다.







세 여자들의 장면들 말고도 배타미X박모건이 등장하는 장면들도 정말 좋았다. 헉하게 되는 대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들었다 놨다 하는 이런 대사들은 어떻게 생각해낼 수 있는 걸까! 특히 박모건이 진짜 fox다. fox 재질의 대사가 텐션 있는 연출과 만나서 사람들의 마음을 마구 흔들었고, 확인해보니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해당 클립을 재가공해 SNS에서 소비하며 환호하고 있더랬다. 대표적인 장면들을 나열해보겠다.






배타미 : 너 몇살이니?

박모건 : 미성년자는 아니야.

(_1회)



박모건 : 그럼 어디까지 기억하는 거예요? 전화번호 주고받은 것도 기억 못하면 당연히 말 놓은 것도 기억 못하는 게 맞고.

배타미 : 하.. 세탁비는 지금 드릴게요. 아까는 죄송했어요.

박모건 : 우리 안 잤어요.

배타미 : 그런 거짓말은 왜 하는 거지? 우리 잤어!

박모건 : 기억하네.

배타미 : ...!

(_2회)



1회의 저 강렬한 대사를 시작으로 드라마 내내 주구장창 fox력을 뽐내는 박모건이었던 것이다... 타미 대사에 대답 하나 할 때마다 대화 흐름 다 바꿔버림... 넘나 fox. 검블유 보면 장기용 배우가 간동거 캐스팅된 게 당연한 결과였다 싶다.





배타미 : 우리 다시는 얽히지 말자고 했던 것 같은데. 익명인 채로 서로를 가장 모르는 채로 그냥 지나가자 우리.

박모건 : 늦었어요. 그냥 지나가기에는 너무 많이 알아요, 서로.

배타미 : 밤에 만난 사이에는 낮이 없어. 밤만 있지. 이거 봐, 또 밤이잖아.

술 취하면 찾고 하룻밤 같이 보내고 해 뜨면 줄어든 말수로 우린 뭘까 고민하는거.. 그건 20대나 하는 거지.

난 더 이상 그런 감정소모 관심 없어. 그런 관계는 사람을 더 외롭게 하거든.

박모건 : 그런 관계 나도 관심없어.

배타미 : 그럼 뭘 원하는 건데?

박모건 : 내가 원하는 대로는 안 될 것 같고.. 혹시 어장 관리 같은 거 해요? 그 어장에 들어가보려고.

아까 생선에 밥 잘 주던데 나한테 떡밥만 잊지않고 챙겨주면 잘 버텨볼게요. 나 생활력 강하거든.

배타미 : (보는)

박모건 : (찡긋한다)

배타미 : (피식 웃는) 귀엽네.

박모건 : 귀여우면 가져야지.

(_2회)



진부하지 않은 대화 흐름도, 섞여 있는 반존대도 완전 잘 살렸다,, 심지어 이 어장 컨셉 대사 너무 깜찍하고 귀엽고 웃기다.ㅋㅋㅋㅋ "원래 어장이라는 데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곳이에요, 모르겠지만." 이 대사도 엄청 뿜었던 대사 중 하나였다. 이런 박모건의 요물스러운 모먼트는 끝까지 계속된다.



박모건 : (카톡) '뭐해요?'

배타미 : (안읽씹)

박모건 : (카톡) '바빠요?'

배타미 : (안읽씹)

박모건 : (카톡) '백수가 뭐가 바쁘지?'

타미, 카톡 내용을 보자마자 바로 모건에게 전화를 건다.

박모건 : (웃는) 이런 멘트에 반응하는구나?

(휴대폰을 들며) 네, 여보세요?

배타미 : 나 백수 아니거든?

박모건 : 메시지는 보고 있었는데 안 본 척 했다? 귀여운 구석이 있네.

(중략)

박모건 : 어장에서 혹시 나 말고 다른 어종 있는지 궁금해서요.

배타미 : 있으면?

박모건 : 스펙 좀 알려줘요. 참고하게.

배타미 : 뭐에 참고할 건데?

박모건 : 경쟁력을 키우는 데? 내가 어장 안에서 외모는 몇 등이에요?

배타미 : 1207등.

박모건 : 와... 아쿠아리움에 살고 있었네. 아쿠아리움에 사는 기념으로 내일 초밥 먹어요.

(_3회)



하지만 박모건의 진짜 매력은 저돌적인 모습, 자기 사랑에 대한 단단한 믿음을 포착할 때 알 수 있다.





박모건 : 알겠어요. 다음엔 좋은 타이밍에 올게요.

배타미 : 다음은 없었으면 좋겠어. 나 서른 여덟이야. 서른 여덟은 끝이 뻔한 길에 뛰어들지 않아.

에라 모르겠다 하기엔 무르지 않고 될대로 돼라 하기엔 어떻게 되는지 알거든.

해보기 전에 포기해. 포기는 손해가 없으니까. 열정은 유한하고 열정의 주인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야. 생존이지.

멋 없지..? 이게 네가 아무 상관없다는 이 나이의 실체야.

박모건 : 이런 당신한테 나 오늘 한심했겠다.

배타미 : 아니, 부러워. 열정의 주인이 아직 사랑인 네가.

(_3회)



그리고 이 대화는 3회 엔딩씬에서 이어져 완성된다.



배타미 : 너한테 생긴 그 나쁜 일, 나 때문에 생긴 거야.

(중략)

박모건 : 진짜 미안하겠다.

배타미 : 정말 미안해..

박모건 : 미안하면 시키는대로 할래요?

배타미 : 할게! 한 달, 아니 2주 안에 새 일자리 구해줄게. 나 이 바닥에서 오래 일해서..

박모건 : 내 연락 받아요. 문자에 답장해요. 나오라고 하면 나와요. 밥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먹읍시다.

배타미 : 뭐?

박모건 : 난 계약이 엎어져도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돼라예요. 나 모르거든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래서 하고싶은 건 해야되고 포기란 없어요. 그니까 진짜 미안하면.. 각오하라고.

스물 여덟은 이래요. 열정은 무한하고 지금도 열정의 주인은, 나예요.

(_3회)



열정의 주인이 나라니ㅠㅠㅠ 나라니.... 권도은 작가님,, 대사를 너무 잘 쓰셔서 다음 대사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감이 마구 상승한다. 이런 식으로 박모건은 앞서 fox 재질의 대사를 선보였을 때처럼 능글능글하고 짜릿한 면모 말고도 다른 모습들도 많이 갖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6화에서 타미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건을 막기 위해 손을 뻗었을 때 말없이 있다가 뒤돌아가는 장면이라든지 열정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라든지 사랑에 있어 성숙하고 솔직한 태도를 보인다. 극중 OST인 오존 - '우리 사이 은하수를 만들어'와 너무 찰떡인 것... 완전 박모건 주제가다.


귀여운 장면 하나 더 보여주자면 7회가 있다.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워딩이 이렇게 귀엽게 쓰일 줄은 몰랐다. 쫄깃쫄깃한 대사 라인 너무 좋다.ㅠㅠㅠ너무 좋아...



박모건 :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배타미 : 뭔데?

박모건 : 어장 수문 완전히 닫혔어요? 열려 있으면 좀 들락날락 거리게.

배타미 : 얘 근성 봐라. 어장 관리 하겠다고 선언한 지 이틀도 안 지났거든?

박모건 : 그쵸. 이틀 동안 내 문자 씹었죠. 그것도 읽씹.

배타미 : 아. 미안, 미안. 답장 하려고 했는데 김백작 기사가 갑자기 터져가지고.

박모건 : 터져가지고 이틀 동안 나에 대해서 일초도 생각이 안 났다? 내가 의미 있는 사람 됐다는 거 거짓말이죠?

아님 원래 의미 있는 사람한테 연락을 전혀 안 하나? 의미 없을 때도 안 했잖아. 그럼 의미가 있거나 없거나 연락 안 하는 건 똑같네요.

그럼 뭐하러 의미 생겼다고 해서 내가 기대를 하게 만들어요?

배타미 : (웃음 터짐)

박모건 : 지금 웃어요..?

배타미 : (웃으며) 아니, 미안.

박모건 : 내가 귀여운가본데, 나 귀엽자고 이러는 거 아니에요.

배타미 : 알았어. 무슨 말인지 알았어. 답장 못한 건 미안해. 근데 너 원래 이런 애였어? 이런 컴플레인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잖아.

박모건 : 안했죠. 싫어할까봐 질려할까봐 그리고 어장에서 쫓겨날까봐. 근데 갑자기 만나니까 숨겨지지 않는 걸 어떡해요.

...이런 거 싫으면 말해요. 안 할게요.

배타미 : 이런 거 해도 되고요. 답장 못한 건 미안해. 정말 너무 바빴어. 매번 제깍 제깍 답장은 못하겠지만 연락 신경 쓸게.

의미 있는 사람에 대한 대우, 물고기에 대한 예의, 지킬게.

박모건 : 알겠어요. 갈게요. 듣고 싶은 말 들었으니까.

배타미 : 벌써?

박모건 : 이미 늦었어요. 의미 있는 사람은 이만 갑니다.

(_7회)



심장 간질간질해지는 배타미X박모건 커플의 텐션과는 또 다른 송가경X오진우 커플의 텐션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마냥 파탄 난 사이로 보였던 이 커플은 7회 장면부터 흘러나오는 텐션이 엄청나다. 단순한 대화 같아보여도 두 사람이 호흡과 표정에서 긴장감과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마구 느껴진다.





송가경 : 집에 있었네?

오진우 : 어. 이제 들어오는 거야?

송가경 : 어, 방금.

나 부탁할 게 있어. 우리 회사 웹툰 판권 하나만 사줄 수 있어? 영화까지는 제작 안 해도 돼. 그냥 판권 팔렸다, 기사 한 줄이 필요해.

고도리라는 작가 웹툰인데 제목은..

오진우 : 살게. 비싸게 사줘, 싸게 사줘?

송가경 : 적당히. 고마워.

오진우 : 다음주에 바빠? 레이싱 경기 시상하러 가야되는데 바람 쐬고 싶으면 같이 갈래?

송가경 : 사람 많은 데 좀 피곤해.

오진우 : ..그래 그럼.

(_7회)



이,, 다른 커플들에게선 느낄 수 없는 한 수 위의 관계 설정 최고다. 정략결혼으로 시작했으나 친정의 사업의 망하게 되어 버린 송가경. 그것도 시어머니가 장회장인데, 이 사람은 종이에 그림 그리다가 사람 몸에 타투를 그려 넣기 시작한 이유가 '종이는 반응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무자비한 사람이다. 숨 막히는 결혼생활 속에서 서로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송가경과 오진우의 케미스트리 또한 맛집이다.







하 정말,,, 천재만재 작가님이다. 곧 차기작(스물다섯 스물하나)이 나온다고 하니 목놓아 기다릴 예정. 더불어 미술과 연출에도 반해버렸다. 로케이션이랑 소품은 다 너무 특별해 보이고, 장면장면의 좋은 연출들이 많았다. 최애는 무조건 14회다!!! 14회에서 차현과 설지환이 서로의 마음을 인정하고 이를 서로에게 보이는 장면은 너무 예뻐서 아직도 잊지 못한다.





투샷으로 시작해 - 말을 하고 있는 설지환의 원샷으로 이동했다가 - 그 샷 사이즈 안으로 차현이 훅 들어와 입을 맞춘다. 그리고 이 컷은 그대로 차현에게로 이동하며 - 역시나 설지환이 샷 안으로 들어와 키스를 하는 것으로 이 롱테이크 씬이 마무리된다. 여러 컷으로 제단되지 않은 채 호흡을 끌고 가는 배우들의 연기와 기가막힌 무빙으로 샷을 완성시키는 촬영까지... 촬감님 리스펙.. 진짜... 쾌감이 장난이 아니다. 이 장면은 작감배, 음감촬감님까지 완벽한 앙상블을 뽐낸 장면이었다. 엄청 여러 번 봤다. 차현X설지환 커플을 떠올려보니 극중에서 은근히 보는 재미가 있던 <장모님이 왜 그럴까!>도 생각난다. 나같은 시청자들이 많았는지 유튜브에 이 드라마만 모아놓은 영상도 있을 정도다.ㅋㅋㅋㅋㅋ 귀여운 설정이었다. 이밖에도 15회 배타미X박모건의 분할화면 연출 등 좋은 화면들이 많았다. 서로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일상을 보내지만 연결되어있는 두 사람ㅜㅜㅜ 데칼코마니 연출 좋았었다...



이렇게 쭉 정리를 해보니 진짜 덕후들 많이 양산해낼 만한 드라마 답다. 검블유... 진짜 앓고 죽을 검블유...8-8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도 많고 아직 안 본 재밌다는 드라마도 많고 시간은 한정적인데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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