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f45운동이란
알랭 드 보통 <불안> 을 읽고
가장 최근 가장 불안을 느꼈던 기억으로 돌아가 본다. 제일 먼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조급한 나의 마음 상태이다. 많이 떨리는 심장. 입 밖으로 나오는 비속어.. 그다음으로 그때의 온도 습도 냄새가 어렴풋이 나타났다. 모든 것들은 나의 외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내부에서 시작된 태풍은 많은 것들을 휘몰아쳤다. 기다려왔던 운동 대회(취미 수준의..)를 앞두고 꽤 큰 상처를 입어 제한되는 동작이 많았다. 통증이 컸다. 아프지 않아야 할 자세가 아파서 해낼 수 없었고, 더 많이 퍼포먼스를 늘려야 하는 동작이 불가능했다. 불안했다. 우승이 분명히 목표가 아니었지만, 손에서 꽤 벗어나 버린 그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1년 넘게 거의 쉬어본 적 없는 운동을 쉬었고, 병원에 다녔고, 약을 먹었고, 배도 안 고픈데 떡볶이를 더 먹고, 그랬다. 사실 이것도 아픈데 운동하다가 더 아파져서 병원에 갔고 겨우 일주일 쉬고 다 안 나았지만, 또 운동을 가면서 낫고 있는 중이다.
미련하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실제로 타인에게 들은 말이기도 하다. 무엇이 우선인지 생각해보라. 너 그 대회가 다가 아니다. 결국 평생 운동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그거 그만두어라. 다음 기회도 있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으나, 1년 반 정도 거의 삶의 전부로 여겼던 운동을 못 한다고 생각하니 불행했다. 또는 불안이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나에게 원하지 않는 여유 시간이 생겼고, 하지 않던 게임을 해보거나 잠을 더 자거나 무엇이라도 더 먹거나, 책은 읽히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운동 없이 살아왔던, 훨씬 길었던 예전의 나를 톺아보았다. 중독이라는 말로는 채워지지 않는 빈칸. 무엇에 쫓겨서 운동으로 삶을 가리고 있었을까.
운동은 나에게 재미를 크게 선사했다. 성취하는 재미. 나아지는 재미. 멋져지는 재미. 약속을 지키는 재미. 키우는 재미. 풀업과 푸시업을 하나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하나를 해낼 때까지 꾸준히 연습해 해내는 재미와 기쁨 같은 거. 공부나 일에서 그러한 재미를 얻기 어려워진 현재 내 인생에서 정말 '유일하게' 내 불안을 해소해주는 것 같았다. 살면서 누군가가 강요해서 또는 해야 하기에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내가 지불하고, 내가 기꺼이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것을 찾았기 때문이다. '취미'라는 단어로는 넘치게 모자란다.
또, 어디를 가나 존재하는 위계의 관계에서 자유로운 점도 있다. 멤버들과 같은 위치에서 느끼는 소속감. 나이도 출신도 직업도 성별도 그냥 그 모든 것이 다 리셋되어 만난 사람들. 친구 아버지도 이름을 붙여 ㅇㅇ님이라 부르고, 어린 대학생 친구와 허물없이 지내고, 다양한 삶을 편견 없이 만날 수 있었다. 그 속에서 당연히 어긋남도 있고, 어색함도 있고, 이별도 있지만 이러한 커뮤니티를 언제 겪어볼까(사실 트레바리가 비슷한 커뮤니티 성향을 지니고 있긴 하다) 하며 감사함을 느낀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불안감은 정상적인 반응일 듯하다. 이 불안감을 떠나보내기 위해 가지 않던 한의원도 찾고, 큰 비용을 지불하여 스트레칭(재활에 가까운)도 받고 있다. 내 불균형을 깨닫고, 자세와 습관을 교정하고, 미래를 기대한다. 불안은 나를 떠나지 못하고 나도 불안을 떠나지 못했지만, 나는 불안 덕분에 '나에게로' 향하게 되었다. 무엇이 지금 필요한 상황인지, 그러니까 어떻게 지금 살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얻은 것들을 생각한다. 영양성분에 대한 올바른 이해, 운동 동작과 근성장 등에 대한 연관성, 스포츠 룰과 그 정신, 꾸준하고 열심히 도전하는 사람들의 마인드. 살아있다는 증거로 충분히 불안해도 될 것 같다. 불안한 만큼 다시 나는 나에게로 나아가고 있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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