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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내일 Mar 11. 2020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내 글은 없었다

며칠 전, 아침부터 핸드폰 진동이 미친 듯이 울렸다. 새벽에 마감 원고를 보내고 잠든 지 2시간 정도밖에 안 지서인지 괜스레 짜증이 났다. 이왕 잠 깬 김에 핸드폰을 봤는데, 전부 브런치 구독과 라이킷 알람이었다. 이전에도 몇 번 브런치와 다음 메인내 글이 소개된 적이 있어서 엄청나게 놀랍지는 않았다. 그런데 (매우 반성하며) 내가 최근에 올린 글은 2019년 11월 7일에 멈춰있었다. 4달 전의 글을 브런치가 메인에 띄울 확률은 낮았다.


브런치 어플을 열었더니, 메인에는 2019년 2월 브런치 추천 작품으로 선정되었던 <답은 '나'였다> 브런치북이 올라와 있었다. 나의 첫 개인 저서이며, 지금의 길을 걸어가게 해 준 작품이다. 그래서 지금 쓰는 이 글은 바쁘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한 자가 반성을 기반으로 두지만, 게으른 나를 잊지 않고(?) 메인 글에 올려준 브런치에 감사함을 전하고자 함이기도 하다. 그런데 단순히 메인 화면에 올라서만은 아니다. 브런치는 지금의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글 쓰는 삶을 선택한 지 2년이 되었다. 연차로는 3년이지만, 2018년 2월부터 꽉 채운 2년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3권의 책을 출간했고, 20여 번의 북토크를 했다. 글쓰기 강연과 수업을 하고 있고, K 신문사 칼럼 필진을 맡고 있다. 글쓰기 새싹이지만, 글로 밥벌이를 하는 중이다. 생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삶이다. 그런데 지금은 ing 중이다.


단언에 가깝게 말하건대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내 2년은 없었다. 글로 밥벌이를 해보겠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단언하건대' 표현을 쓰고 싶지만,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일지라도 말이다.


2017년, 세네갈에 머물 때였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글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읽어줬으면 하는 글이었다. 그런데 '마음'에 불과했다. '보잘것없는 내 글을 보여줘도 괜찮은 걸까?', '나는 왜 글을 보여주려 하는 걸까?'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이와 관련하여 친구인 M과 대화를 나누었다. 트렌드를 선도했고, 마케팅을 하는 친구였다. M은 내게 무한한 응원을 보내며 글을 쓸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그리고 M은 내게 말했다.


"그래도 이왕 쓸 거면 제대로 써야지. 인스타그램처럼 휘발성이 강한 글을 쓸 건 아니잖아. 힘들게 결정한 건데, 제대로 해야지."

"괜찮은 플랫폼 있을까?"

"최근에 핫한 곳이 있긴 해. 아직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인데, 아마도 엄청나게 성장할 것 같아. 잘하면 곧 B로그를 잡을지도 몰라."

"어딘데?"

"브런치"

"음식 관련 글 올리는 곳이야? 내가 쓰고 싶은 글은 그런 게 아닌데..."

"아니야.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건데, 나 믿고 한 번 훑어봐. 괜찮은 글도 많고, 마케팅 적으로도 너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거야."

 

단순히 친구의 말에 시작한 브런치였다. '핫한', 'B로그를 잡을지도 몰라'에 귀가 솔깃했다. 그래도 이왕 글을 적을 거라면 제대로 된 공간에 적고 싶었다. 글을 쓰고 싶게 할 욕망을 건드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2017년 10월 8일 '내가 글을 쓰는 이유'라는 이름으로 첫 글을 올렸다.





아프리카 여행 중이어서 매일 글을 올리지는 못했다. 종일 이동을 할 때면 글을 쓸 여유가 없었고, 인터넷이 느려서 업로드하다가 포기한 적이 수십 번이었다. 그런데 적으면서 '이런 내용을 적어도 될까?', '내가 이 글을 올려서 어떤 이득이 있을까?', '읽는 사람들이 내 글을 쓰레기 글로 판단하지 않을까?'. '내 글을 읽기는 할까?' 계속 부딪혔다. 그래도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위해 꾸준히 글을 썼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점점 글 쓰는 습관이 생겼고, 글쓰기가 좋아졌다. 사람들이 내 글에 반응하는 것도 좋았고, 글을 쓰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내가 좋았다. 여행 중이어서 책을 접하기는 힘들었지만, 브런치에서는 현직 작가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글쓰기에 도움이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5회 브런치북에 신청했다. 깔끔하게 떨어졌다. 호기롭게 6회 브런치북에 신청했다. 더 깔끔하게 떨어졌다. 그런데 5회 브런치북에서 떨어진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미친 듯이 글을 써서 출간한 책이 <답은 '나'였다>이며,  6회에 신청해서 떨어진 내용을 조금 더 깊게 쓴 책이 <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 삽니다>이었다. 특히 <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 삽니다>는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나올 글이 절대 아니었다. 오로지 브런치 공모전용이었다. 그런데 글을 확장시켜보자는 지인의 권유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결국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2년 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브런치를 통해 강연 의뢰를 종종 받았다. 브런치 글을 읽은 사람이 내 책을 구매해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처음에는 브런치가 나의 글 쓰는 습관과 동기부여를 책임진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글 쓰는 삶을 사는 나를 브랜딩 하는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강연이나 북토크에서 누군가 내게 이렇게 물어보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라고 권유한다. 그리고 그것보다는 조금 더 진중하면서도 깊은 글을 쓰고 싶다면 브런치로 옮기라고 이야기한다. 브런치에는 글 잘 쓰는 사람이 많고, 글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엇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들어가야 하듯, 글을 쓰고 싶다면 브런치가 만들어 놓은 환경에 발을 내디디라고 말한다.


당연히 브런치에도 개선했으면 하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그것과는 달리 지금부터 브런치에 글을 적기 시작해서 2년 동안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면 3권의 책을 내고, 글과 관련된 자리를 마주하는 삶을 살지도 모른다. 그 삶이 옳은 삶은 아닐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원하고 희망하는 삶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브런치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적어도 나는 아직 브런치만큼 글쓰기에 적합한 사이트는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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