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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내일 May 03. 2020

우리가 독서모임을 하지 않는 10가지 이유

독서모임에 대한 오해 아닌 오해들

지난번에 '우리가 독서모임을 해야 하는 10가지 이유'란 제목의 글을 올린 후 브런치를 통해 홈페이지(http://www.booktents.com) 방문자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그중에는 모임 등록을 진행한 사람도 있었다. 이외에도 독서모임 관련하여 SNS로 문의 및 글 피드백을 받았는데 그중 한 분이 "독서모임을 하고 싶은데 바빠서 할 시간이 없어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가 독서모임을 안 하는 (진짜)이유에 관한 글을 적어 보려 한다.





우리가 독서모임을 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바빠서', '몰라서' , '책을 안 읽어서' 셋으로 나뉜다. 그런데 세 번째를 제외하고는 독서모임뿐만 아니라 어떤 행위를 하지 않는 데 있어 치트키에 가까운 이유가 된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해야 하지만, 운동을 해야 하지만, 연애를 해야 하지만, 돈을 모아야 하지만) 바빠서, 잘 몰라서...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 독서모임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1. 나는 책을 읽지 않는다.

독서모임에 있어 유일한 문턱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책을 읽지 않고 성인으로서 가지는 일반 상식만으로 모임에 참가해도 되지만, 아래에 언급되는 이유들로 인해 스스로 모임에 만족하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이 이유 앞에서는 어떠한 방책이 없다. 책을 읽지 않는데, 독서모임이라니... 그래도 혹시 말의 내면에 '나는 책을 읽어보고 싶지만'이 내재되어 있다면, 독서모임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에 해당한다. 독서모임의 장점 중 한 가지는 어떻게든 책을 완독 하게 도와준다는 점이다.


2. 이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떠한 행위를 이제 막 시작했을 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흔히 '행위 + 어린이'를 활용해 'O린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한다. 책도 마찬가지로 이제 책을 막 읽기 시작한 사람을 '책린이'로 스스로 칭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책린이는 '독서모임과 같은 곳'에 가면 안 된다고 스스로 규정하는 것이다. 아래 3번에도 기반을 두는 전제이지만, 독서모임은 뭔가 수준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인격이나 작품 등의 고상하게 보이는 품격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기품'이라는 단어를 활용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어떤 모임은 수다에서 끝나는 경우가 있으나, 어떤 모임은 일정 수준의 배경지식이 없으면 모임에서 겉돌 수 있다. 분명 사람들이 가볍다고 이야기하는 에세이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리스 비극부터 시작하여 심리학, 프로파일링까지 다양한 책의 향연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책 지식을 선보이기는 부끄러움이 느껴지는 게 평범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두 가지 갈래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그 모임에서 배우는 것이다. 세상 어디든 전문가는 존재한다. 누군가는 전문가에게 배우기 위해 무수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그런데 독서모임 비용만 내면 인생책, 추천책이 눈앞에서 쏟아진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선택하여 읽은 후 책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사유를 확장하면 된다.

두 번째는 그 모임에 가지 않는 것이다. 대게 선택하는 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모임에 가면 된다. 부산에서 내가 알고 있는 독서모임만 50개가 넘는다. 서울은 훨씬 더 많을 테고, 독서모임을 접하기 힘든 지역의 경우는 아래 8번에서 조금 더 설명할 예정이다.


3. 나는 똑똑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2번과 비슷한 결이지만, 책의 지식이 아닌 전반적인 '지식수준'으로 치부된다. 분명 '똑똑하다'는 상대성에 기반을 둔 단어지만, 사회에서 정해놓은 일정 기준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뭔가 수준 있어 보이는 독서모임'에 똑똑하지 않은 사람(자신)이 참석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한다.

모임에서는 보통 타인의 나이와 직업을 공개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각자의 신분(?)을 알게 된다. 이제까지 진행된 평일 저녁, 주말 독서모임을 봤을 때 선생님, 공무원, 공기업, 금융권, 사업가 등이 일정 이상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직업을 토대로 봤을 때 '똑똑하다'를 증명하기보다는 '독서모임은 일정 이상의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을까?'라는 전제가 더 어울린다. 즉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여 나를 확장시키는데 중점을 두는 독서모임의 특성상 똑똑함과는 연관성을 크게 두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스스로 똑똑하지 못한 부분이 문제가 된다면 위의 2번과 같이 두 가지 갈래 중 한 가지를 선택하면 될 것이다.



4. 성비가 너무 불균형이다.

이해가 안 되는 이유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자주 들었던 이유이다. 독서모임은 일반적으로 여성 참여자가 많다. 그래서 여성은 여성의 생각 말고 남성의 관점을 듣고 싶다는 이유로, 남성은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진다는 이유를 든다. 실제로 <82년생 김지영>을 두고 한 독서모임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참가자 10명 중 나 혼자 남성이었다.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의견과는 상관없이 2시간 동안 뭔가 책에 나오는 남편과 의사의 공식 대변인을 맡은 기분이었다. 마치 하기 싫은데 꼭 해야만 하는 국선 변호사 같은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이러한 부분에 있어 '여자는 시간이 많다.'라는 오해를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여성이 책을 많이 읽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참여하는 모임이므로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게다가 남성의 독서 특성상 자기계발서와 역사 책을 많이 읽는다. 일부는 거의 편독에 가깝다. 그런데 독서모임에서 다양한 주제로 모임을 개설한다고 했을 때 평균적으로 늦게 모집되거나 인원이 안 모여서 취소되는 경우의 대부분이 자기계발서, 역사, 철학 모임이다.


5. 나는 나이가 어리다/많다.

"저는 나이가 많은데 괜찮을까요?",  "저는 나이가 어린데 괜찮을까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홈페이지나 SNS에서 '참여자의 나이 제한은 없습니다.'로 말하지만, 실제로 성인 독서모임 참여자는 보통 20대 중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 주를 이룬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데, 어린 친구들이 꼰대로 보지는 않을까?', '나이가 어린데, 지식이 많이 차이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사실, 이 부분에는 어떠한 정답이 없다. <데미안>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스스로 알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 독서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한 권의 공통된 책을 두고 다양한 생각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 다양함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면 참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독서모임에서 나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독서모임 마니아에 가까운 한 지인의 말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XX님은 저희보다 연배가 좀 있으신 것 같은데, 이런 모임 나오는 거 어떠세요?"

"저야 당연히 좋죠. 저는 책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해요. 게다가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배울 게 얼마나 많은데요.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회식 때는 돈 주고도 거부당하는데, 여기서는 거부도 안 당하고 오히려 반겨주잖아요."


6. 집중이 안 된다.

최근 들어 독립서점을 비롯해 별도의 공간이 마련된 독서모임이 많아지고 있지만,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카페, 스터디룸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카페에서는 4인 전후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모임 평균 인원인 10명 전후면 여러모로 집중이 안 되는 게 사실이다. 음료 벨소리, 음악소리, 사람들 말소리에 귀를 빼앗기면 사람들의 이야기를 놓치는 경우도, 자신이 말하다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스터디룸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제대로 웃지도, 소리 내지 못하기도 한다. 한 번은 독서모임도 가능한 공간이라고 해서 스터디룸을 빌린 적이 있는데, 직원이 오더니 "저기, 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분들에게 방해되는 것 같은데. 조금만 줄여주시겠어요?"라고 했다. 종종 웃음소리가 나오기는 했지만, 분명 일정 범위의 데시벨 안에서 소리를 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점차 독서모임 공간이 다양해지면서 해소되고 있다.


7. 수다랑 다를 바 없다.

독서모임을 한 번 해봤던 사람에게서 가장 많이 드러나는 이유 중 한 가지이다. 개인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독서모임이라고는 하지만 찬반을 나눠 이야기하는 토의 형식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한 권의 책에 맞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흔히 말하는 독서모임이다. 그래서 '카페에서 그냥 모여 앉아 이야기하는 수다랑 뭐가 달라?' 느낄 수 있다. 나도 내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모임에서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는 경우 종종 느끼는 감정이다.

이러한 부분은 모임의 커리큘럼이 포함된 시스템에서 차별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2~3시간 동안 한 권의 책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이야기할 것이 너무 방대하다. 그래서 모임에서 이야기 나눌 발제문을 몇 가지 정하는데, 발제 자체가 산으로 가버리면 당연히 뒤따라오는 이야기도 산으로 가버린다. 독서모임에서 발제를 중요시하는 이유이다.

또한 모임을 진행하는 모임장(혹은 호스트)이 자기 할 말만 하거나, 이야기가 완전히 다른 쪽으로 흘러도 적절하게 커트하지 못하면 이 또한 산으로 가버린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독서모임의 질을 운운하게 되고, 독서모임을 하지 않는 주요한 이유가 되어 버린다. 

종종 독서모임을 소재로 한 강연을 할 때가 있는데, 독서모임을 하지 않는 10가지 이유 중 7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독서모임이 정체되어 있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이다.


8. 우리동네에는 독서모임이 없다.

이 부분은 독서모임의 관심도에서 발생한다. 앞서 언급한 '독서모임을 해야 하는 이유 10가지'에도 적었지만, 독서모임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포털 사이트에 'XX지역 독서모임'을 검색하거나 'N이버 우리동네'를 검색하면 다양한 모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가 아닌 경우에는 실제로 근처에 독서모임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세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한 가지는 모임이 진행되는 타 지역으로 가는 것이다. 주변에서 독서모임 참가를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가거나, 대구에서 부산으로 오는 경우를 많이 봤다. 고작 독서모임 참가하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은 투여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두 번째는 스스로 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독서모임을 하고 싶은데 모임이 없어'라는 생각을 자신만 할 리는 없을 테다. 분명 누군가는 모임이 만들어지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은 온라인이다. 최근 코로나 정국으로 인해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었는데, 독서모임도 마찬가지다. 운영하고 있는 '북텐츠' 또한 오프라인 모임이 모두 중단되어서 일부 모임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다행히 수요가 많아서인지 모임이 잘 되고 있다.


N이버 우리동네


9. 비싸다.

현재 독서모임은 회당 비용이 무료부터 5만 원까지 주를 이룬다. 네트워킹이 주가 되는 독서모임은 회당 20만 원 이상을 이루는 곳도 있다. 무료 모임은 대부분 도서관 내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다.

유료 모임은 부산을 예로 들면, 2년 전만 해도 회당 5,000~10,000원이었는데, 이제는 회당 15,000원 전후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데는 전국에서 회원 수가 가장 많은 T 모임의 영향이 클 것이다. T 모임은 3~4달 정도를 두고 시즌으로 운영하는데, 시즌 멤버십 비용이 19~29만 원이다. 즉 이 정도의 돈을 지불해도 괜찮을 만큼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뜻을 일정 부분 내포하고 있다.

누군가는 '내 돈 내고 책을 사서, 내 돈 내고 수다 떠는데 왜 만 원 이상씩이나 필요한가?' 생각한다. 앞선 이야기들에 해당하는 사람일수록 당연한 생각이 아닐까 한다. 나도 참가자가 되었을 때 회당 2만 원 이상이 넘어가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독서모임에서 얻는 가치는 (괜찮은 모임이라면) 정말 최소로 잡아도 만 원 이상은 된다고 생각한다. 한 달에 만 원을 투여해서 일상에서 쉽게 얻지 못하는 가치를 얻는다면 효율성이든, 효과성이든 상관없이 괜찮지 않을까?


10. 대부분 주말에 편중되어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모임 같은 경우 요일을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모임이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모임을 진행하는 운영자의 사정상 그렇지 않은 모임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보통 평일 낮 아니면, 주말 오전과 오후이다. 평일 낮은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가정주부와 프리랜서가, 주말은 직장인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평일 낮과 주말에 참여를 못 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주말은 워낙 일정 변동이 심해서 전 주까지 참여한다고 생각해도, 며칠 전에 다른 일정이 생겨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평일 저녁밖에 시간이 안 되는 사람이 이와 같은 이유를 든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 독서모임이 워낙 많다 보니, 하지 않을 이유 중 가장 약한 편에 속한다.




이밖에도 하지 않을 이유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건 독서모임을 꼭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수많은 모임이 존재한다. 자신에게 맞는, 모임을 찾아가면 된다. 그 모임에서 분명 좋은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단, 독서모임에서는 그러한 가치를 조금 더 찾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앞선 글(우리가 독서모임을 해야 하는 10가지 이유)에서 마지막 문장으로 적은 내용을 자체 인용하여 이 글에 다시 옮기자면



"살아오면서 느끼는 것 중 한 가지는
안 할 사람은 100가지 이유가 있어도 안 하지만
할 사람은 이유가 없어도 한다."






https://brunch.co.kr/@jjacksarang/157




독서모임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http://m.yes24.com/Goods/Detail/117188038





*부산에서 북텐츠라는 이름으로 독서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독서모임이 나아가는 길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는 언제나 감사하게 조언받겠습니다.


*글이 마음에 드시면 널리 널리 공유 부탁드립니다.


북텐츠 홈페이지: http://www.bookten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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