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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ma Yong Feb 13. 2018

[픽사]에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팁 (완)

[스토리텔링]


*픽사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픽사에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팁(1)

픽사에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팁(2)

픽사에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팁(3)




17. 당신의 작업은 버려지지 않는다. 만약 잘 풀리지 않는다면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라. 이전 작업은 나중에 써먹을 때가 올 것이다.

No work is ever wasted. If it's not working, let go and move on - it'll come back around to be useful later.



작가가 글을 쓴다고 모든 작품이 빛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수없이 많은 원고가 서랍장이나 컴퓨터 폴더 안에서 세상에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당신이 간직하고 있는 작품은 사라지거나 버려지지 않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로 만들지 못한 자신의 단편 대본들을 재구성해 '펄프 픽션'의 대본을 완성했습니다. '이터널 선샤인'의 작가로 유명한 찰리 커프만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른 '존 말코비치 되기'의 대본도 커프만이 예전에 구상하다가 실패한 줄거리를 다른 이야기와 합쳐서 완성시킨 대본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한번 써 놓은 글은 다른 작품에 영감을 주는 재료가 될 수도 있고 다시 재활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아까운 마음에 한 작품에 집착하지 마세요. 서랍에서 잠자고 있는 글도 작가에겐 소중한 보물입니다.




18. 최선을 다하는 것과 사소한 것에 집착을 하는 것은 다르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실험하는 과정이지 정제하는 작업이 아니다.

You have to know yourself: the difference between doing your best & fussing. Story is testing, not refining.



화가, 디자이너, 음악가, 요리사 등 어떤 직종에서 일하든 자신의 창작물에 헌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하여 전전긍긍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마치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처럼 조금의 흠결이라도 있다면 모든 걸 깨부수는 접근방식은 이야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죠. 끝없이 흠을 찾아 고치는 작업에만 집착한다면 결코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하게 됩니다.





19. 우연을 통해 캐릭터가 위기에 빠지는 것은 그레잇! 우연을 가장해 위험을 벗어나는 건 편법!

Coincidences to get characters into trouble are great; coincidences to get them out of it are cheating.



Deus Ex Machina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신의 기계' 혹은 '기계 장치로 나타나는 신'이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선 때때로 연극의 결말을 마무리하기 위해 제우스나 다른 신이 막바지에 나타나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고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던 결국 마지막엔 신이 알아서 해결해준다는 장치를 쓴 것이죠. 현대에선 게으른 글쓰기의 표본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주인공 스스로의 힘으로 적이나 장애물을 물리치는 게 아니라 갑자기 등장한 전지전능한 제3의 인물이나 기관이 나타나 모든 사건을 해결해주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할 때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비판을 받습니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이 겪어야 했던 시련과 고통, 깨달음과 자기희생이 결국엔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행동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 관객들은 허탈해하겠죠.


꼭 결말이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위기는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계속 몰아쳐옵니다. 우연을 가장해 주인공이 자신에게 닥친 위협을 벗어난다면 그건 '반칙'입니다. 주인공은 자신을 시험하는 적들과 장애물을 극복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영화는 위기상황과 주인공의 반격을 반복하면서 이야기의 결말에 도달하게 됩니다. 한껏 위기감을 고조시켜 놓고 이상한 이유를 만들어내서 위험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되풀이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긴장감이 없어진 관객들에겐 모든 장면이 시시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등장인물들의 노력에는 성공이던 실패던 타당한 결과가 주어져야 합니다. 값싼 해피엔딩보다는 차라리 처참히 실패하는 결말이 관객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보상이 될 것입니다.





20. 연습 : 당신이 싫어하는 영화의 중요 요소들을 재구성하기

Exercise: take the building blocks of a movie you dislike. How d'you rearrange them into what you DO like?




누구나 자신이 싫어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왜 영화를 이따위로 만든 거야" "내가 만들어도 이것보다는 잘 만들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끔 하는 영화. 마치 인간의 인내심을 실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영화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싫다, 재미없다, 못 만들었다로 감상이 끝난다면 창작자로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픽사가 추천하는 연습방법은 싫어하는 영화의 요소들을 뜯어보고 재배치해보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블록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잘난 체하는 주인공이 문제일 수 도 있고, 서로 다른 장르를 섞으려는 야심 찬 시도가 이상한 결과를 가져온 것 일 수 도있습니다. 등장인물 간의 분량을 조율하지 못한 것이 흠일 수도 있고 너무 많은 주제를 하나의 이야기에 엮으려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죠. 이 모든 것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배치하는 것은 굉장히 좋은 연습입니다. 이야기의 진행 순서를 바꿔 보던가 주제를 바꾸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훈련을 통해 좋은 시나리오와 나쁜 시나리오를 구별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스스로도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21. 당신이 만든 상황이나 캐릭터에 동감해야 한다. 그냥 '멋지다' 한마디 수식어로 끝나지 않는다.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행동하게 하는가?

You gotta identify with your situation/characters, can't just write ‘cool'. What would make YOU act that way?




15번의 팁이랑 비슷한 내용입니다. 이야기는 작가가 창조한 세상이며 그 때문에 작가와 작가가 만든 인물들은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경험이나 이상이 등장인물에게 투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실제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기도 하고요. 작품에 투영되는 작가의 영향은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이야기에서 벌어지는 상황에도 적용됩니다.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이나 현재 겪고 있는 상황들이 작품 속 사건의 토대가 되죠. 자신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라고 상상해보세요. 등장인물들은 결국 작가의 분신입니다. 어째서 등장인물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자기 자신을 투영해서 바라보면 실제로 살아 숨 쉬는 듯한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22. 이야기의 본질이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이 답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What's the essence of your story? Most economical telling of it? If you know that, you can build out from there.




자신이 만들고 있는 이야기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잘 짜인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콘티 없이 만화를 그릴 수 없고, 열심히 쓰인 가사 노트 없이는 랩 음반도 나올 수 없겠죠. 박물관에 전시된 명화도 여러 번 고민을 거듭한 스케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모든 준비 단계도 결국은 자신이 창작하고 있는 작품의 기본 토대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가진 진정한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단계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Economical은 직역하면 경제적이라는 표현이지만 문맥에 맞게 효과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직설적이고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구현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연극처럼 대사로 풀어내는 방법이 자주 쓰이지만 대사 없이 진행되는 방식이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연출의 방향이 달라지겠죠. '메멘토'의 시간을 역행하는 순서나, '펄프픽션'의 옴니버스식 구성, '500일의 썸머'에서 사용된 분할 화면 기법 등이 전달하려는 이야기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영상으로 구현한 좋은 예입니다.


'500일의 썸머'. 연인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주인공의 기대감과 현실의 괴리를 표현한 연출


'업'은 위의 예시를 가장 잘 활용한 영화 중 하나입니다. 칼과 엘리의 결혼식 장면부터 영화는 아무런 대사 없이 잔잔한 음악과 함께 진행됩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 아기를 가지지 못하는 슬픔, 노년을 함께하는 부부, 그리고 꿈에 그리던 여행을 떠나지 못 한채 엘리를 떠나보내는 칼의 모습까지 몽타주 형식으로 풀어냈습니다. 불필요한 요소를 들어내고 10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수십 년 지속된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그려냈습니다.

 





지금까지 '픽사의 스토리텔링 팁 22가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온라인 무료 교육 사이트인 '칸 아카데미'가 픽사와 제휴하여 'Pixar in the Box'라는 픽사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강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 픽사에서 일하는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스토리텔링과 애니메이션 물리엔진, 색채과학 등 여러 동영상 강의의 강사로 나와 자신이 터득한 노하우를 알려줍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창작자가 되기를 꿈 꾸신다면 한 번 들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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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에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팁(1)

픽사에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팁(2)

픽사에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팁(3)








출처 - Emma Coats @lawnrocket,  Pixar, Google Image

참고 - 찰리 커프만 BAFTA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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