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퇴사한 지 한 달이 되었다. 퇴사하자마자 일주일 동안 각 잡고 회사 프로젝트에 대한 6개월의 대장정을 글로 풀었다. 그 후 3주일 동안은 죽어라고 미뤄왔던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다 보니 '브런치 글 올리기'는 내 뇌리에서 잊히고 있었다. 뭐, 그것도 있고, 사실 회사 일 말고는 유의미한 경험이 없다 보니 소재가 고갈된 것도 있었다.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가 며칠 전, 친구가 지도 앱 서비스를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지도 서비스 헤비 유저로 분류된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그동안 내가 헤비 유저라고 인식한 적은 없었는데, 지도 앱에 빼곡히 가고 싶은 곳들이 별표가 표시된 걸 보고 '아.. 이 정도면 나 지도 앱에 진심인가?'라고 자아 성찰을 했다. 그래서! 지도 서비스를 사용하며 느꼈던 개인적인 경험 + 서비스 분석을 다룬 글으로 브런치에서 재기하려고 한다. (정상에 오른 적도 없지만. 핫핫) 더 많은 지도 서비스가 있겠으나 일단 내가 주로 사용하는 3가지 서비스, 카카오 맵, 네이버 지도, 구글맵으로 내용을 구성하겠다.
수치부터 이야기해보자. 2020년 2월 닐슨 코리안클릭에서 발행한 기사에 따르면 국내 지도/내비게이션 앱 시장은 Mobile Android 기준으로 지난 3년간 약 16%의 성장을 보였으며, 2020년 1월 기준으로 국내 인터넷 사용자 중 약 72%인 약 2,896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국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포털 3사(네이버, 카카오, 구글)의 지도 앱 서비스는 지도/내비게이션 카테고리 순이용 자수의 약 79%를 차지한다. 또한, Mobile Android 기준으로 3년간 약 22%의 순이용 자수 성장, 그리고 약 126%의 총 이용시간 성장을 보였다. 절대적으로 유저 수가 많고, 지속적으로 유저 수와 이용시간이 증가하는 지도 서비스. 결과에만 집중하지 말고증가하는 이유도 생각해보자.
슈퍼 앱들이 생기기 시작하다
이탈이란 없다!
내가 미취학 아동 때만 해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초록창에서 검색하세요'라는 광고를 때리던 네이버. 나에게 2000년도 초반의 네이버란 주니어 네이버와(...) 지식인 정도의 피쳐를 가진 서비스였다. 2021년, 이제는 단순한 포털 서비스를 넘어 웹툰도 보고, 쇼핑도 하고, 예약도 하는 등 네이버 앱에서 벗어나지 않아도 삶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은 카카오도 마찬가지. 알 없으면 문자도 못 보내던 가난한 시절을 코웃음 치듯 나온 메신저 앱은 이제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생활 밀착형 종합 서비스에 가까운 느낌이다. 서비스가 범람하는 21세기, 유저 입장에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선택하고 다운로드할 필요 없이 어플 한 개만으로도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유저의 피로감을 줄여준다. 뭐, 유저보다도 모든 IT 기업의 꿈은 유저가 해당 서비스에서 이탈할 필요 없이새로운 사업까지 확장하는 것이겠지. 이렇게 두 이해관계자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며 소위 슈퍼 앱들이 탄생한다.
즉, 위에서 언급했던 지도 서비스의 이용시간의 증가, 바로 줄어드는 이탈률 때문이 아닐까.
슈퍼 앱으로서의 지도 서비스
그런 의미에서 지도 서비스는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지도 앱은 무엇보다도 유저 플로우 상 자연스러운 확장이 큰 장점이다. 또한 지도 서비스는 유저가 '장소를 찾는다'라는 실용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운 피쳐들까지 제공한다.
이 유저 플로우의 예를 들기 위해 백수 은영 씨를 데려오겠다.
1단계, 검색
강남역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하다가 거지꼴인 자신의 모습을 보고 현타가 빡 온 백수 은영 씨. 충동적으로 근처 헤어숍을 가기로 한다. 일단 가까운 헤어숍 매장을 찾기 위해 네이버 지도에서 '헤어숍'을 검색한다. 지도 검색 결과, 상단 UI에는 강남역 내 근처 헤어숍들의 위치가 '핀' 표시되어있는 지도가 나타난다. (2021년 8월 기준, 리스트로 진입하지 않아도 지도 자체에서 에서 헤어숍 가격대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하단에는 필터가 있고, 필터를 죽 위로 당기거나 목록 보기를 누르면 지도에 표시되었던 헤어숍들이 리스트로 보이며 위치뿐만 아니라 네이버 페이/예약 가능 여부, 프로모션 멘트, 사진, 별점 등 추가 정보가 간략하게 드러난다.
지도-리스트 전환
2단계, 예약
아무튼 은영 씨는 매장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마음 편하게 머리를 다듬기 위해 가격대 확인 후 바로 네이버 지도에서 예약을 시도한다. 세부 피쳐이지만 소개하자면 헤어숍 N예약의 경우, 두 가지 방법, 즉 원하는 시간 또는 원하는 선생님을 기준으로 예약 가능 여부를 보여준다. 원하는 시간대, 선생님을 선택한 후 바로 결제까지 마치면 예약 완료다.
지도 서비스에서 유저가 이탈하지 않고도 나오는 예약 페이지
3단계, 매장 가기
해당 날짜,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지도 앱을 다시 켜서 위치 확인을 할 것이다. 네이버 지도와 같은 계정, N예약으로 예약한 경우에는 이렇게 내가 예약한 곳의 위치 아이콘이 크게 나타나고, 폰트는 볼드 처리되어 예약한 시간을 알려준다. 덕분에 내가 갈 곳과 도착해야 할 시간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다. 이것 또한 작은 기능이지만 은영 씨 입장에서도 스케줄 관리가 되어 좋고, 매장 사장님에게도 손님의 인지 오류로 인한 노쇼가 방지되어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상부상조 피쳐다.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 예약 (헤어숍 아니고 며칠 전에 예약한 레스토랑입니다)
4단계,리뷰(피드백)와 취향의 장소 추천받기
이제 실제 서비스를 받고 나서 다른 사용자와 매장 분을 위해, 또는 긍정적/부정적 감정 해소를 위해 장소를 평가할 때이다. 최근 들어 네이버 지도가 리뷰의 중요성과 장소가 가진 엔터테인먼트(취향 찾기)의 포텐셜을 보고 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피쳐는 구글맵이 정말 잘하는 중. 다음 편에서 소개하겠다) 그래서 그런지 리뷰 페이지에 가서도 리뷰 남기기가 상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단에 구성되어 있다. 지도와 엔터테인먼트 지점을 이어나가 인스타그램처럼 SNS 서비스로까지 확장하려는 것이다. 아직은 베타 서비스이나, 장소와 취향을 섞은 콘텐츠를 통해 어떻게 더 발전시킬지 기대된다.
리뷰 남기기 및 피드
다음 편 예고
취향, 장소, 만남. 요즘 많은 서비스들에서 집중하고 있는 키워드가 아닐까? 같은 해 졸업을 한 나의 동기들은 이를 묶어낸 멋진 서비스를 졸업전시로 기획해내기도 했다. '핀즈'는 Z세대들이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관심사에 맞는 장소들을 쉽게 찾고 공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라고 한다.(커뮤니티 맵핑 서비스 핀즈)
'진짜 서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있는가? 보통의 딱딱한 지도와는 다르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여 재해석한 '진짜' 서울을 보여주는 서비스이다. '호캉스 맛집', ' 혼자 노트북 들고 작업하러 가기 좋은 곳', '안주 맛집 술집'등 테마 별로 실제 서울 주민들이 정성스럽게 큐레이션 한 곳들을 추천해준다.
진짜 서울_혼자 노트북 들고 작업하러 가기 좋은 곳 테마
이동을 위한 도구였던 지도는 더 이상 실용적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사람 냄새나는 엔터테인먼트 영역까지 뻗어나가는 중이다. 다음 화에서는 IT 공룡, 네이버, 카카오, 구글의 지도가 어떻게 이 영역을 다루고 있는지 소개하겠다.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