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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Jan 31. 2023

도시락 싸는 엄마의 아침

  구정이 지나고 저는 이른 개학을 했습니다. 덕분에 늦은 방학을 한 현이의 돌봄 교실 행이 결정됐지요. 친구들은 방학인데 혼자 정상 등교를 하려니 아무리 의젓한 현이라도 입이 삐죽 나옵니다. 그런데 입을 삐죽이고 싶은 건 현이만이 아니에요. 사실 저도 입이 한껏 나오거든요. 바로 현이의 점심 도시락 때문이지요. 


  아침 5시 50분, 오늘도 어김없이 알람이 울립니다. 비비적 침대에서 내려와 서늘한 거실로 나와도 찰떡처럼 붙은 눈이 잘 떠지지가 않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아들의 점심은 소중하니까요. 겨울철 도시락은 어떻게 싸도 무겁네요. 엄마 퇴근 전까지 학원을 돌아야 하는 초등 1학년 생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도시락은 없는 걸까요. 최대한 가볍게 싸 보려 하지만, 마음 같지 않습니다. 


  전날 씻어 불려둔 쌀을 밥솥에 안치고, 소시지를 잘라 뜨거운 물에 데쳐내고 달궈진 프라이팬에 볶습니다. 칼집 낸 소시지가 입을 떡 벌리기 전에 빠르게 콩나물도 씻어요. 빈 냄비에 씻은 콩나물을 담아 전기주전자에 끓인 물을 붓고 불을 올립니다. 콩나물이 다 삶기기 전에 김치도 씻어야죠. 소시지 보다 씻은 김치를 더 좋아하는 현이니까요. 삶은 콩나물을 찬물에 씻어 건진 후, 물을 남김없이 짜 줍니다. 매실 한 스푼, 국간장 약간, 참기름, 깨소금 한 꼬집을 넣어 요리조리 버무리니 삼삼한 콩나물 무침도 완성됐어요. 


   가방 무게 때문에 국을 포기했었는데, 반찬을 보니 안 되겠습니다. 아쉬운 대로 레토로트 미역국을 데워 국그릇에 담고, 갓 지은 밥도 보온병에 넣어줍니다. 

  


  아들 도시락을 싸다 보니 학교 급식이 보급되기 전 옛날 생각이 나네요. 점심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모여 앉아 도시락 통을 펼쳐두고 이 반찬, 저 반찬을 나눠먹곤 했는데요. 현이의 도시락엔 그런 추억은 없을 것 같아 못내 아쉽습니다. 부스스 일어나 눈을 비비고 있는 현이에게 넌지시 물어봅니다. 


"현아, 도시락 싸 가면 친구들이랑 반찬 나눠먹어?"

"아니, 자기 자리 앉아서 자기 것만 먹어. 근데 OO이가 밥 한 숟가락 남았는데 반찬이 없어서 내 반찬 하나 준 적은 있어."

"그렇구나. 엄마 때는 말이야..."

(안 듣고 세수하러 가버린다...)

"..."



역시... 라떼는 함부로 찾는 게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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