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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Feb 27. 2023

뜨뜻미지근한 사랑의 온도

  어쩐지 길을 잃은 것 같은 모양입니다. 멍하니 안갯속을 걷는 것만 같달까요. 브런치 앱의 글쓰기 독촉 알림이 울릴 즈음이면, 어김없이 스스로에게 반문하고 맙니다. 저는 도대체 왜 글을 쓰려고 하는 걸까요. 답도 없는 도돌이표 같은 질문입니다. 


  오늘 아침엔 뻑뻑하던 눈이 강렬한 붉은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이상합니다. 크게 무리하거나 힘든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덕분에 오늘 하루 종일 동료들이 안부를 물어봐줘서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역시, 타인의 관심만큼 위안이 되는 건 없죠. 관종의 탄생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와 글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계속 견주어보게 됩니다. 글을 쓰지 않아도 별 다를 것 없는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내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오히려 낮 동안 쏟아낸 에너지를 밤의 휴식으로 맞바꾸는 단순한 생활이 더 적합해 보이기도 합니다. 일에 충분히 몰입하는 즐거움과 타인과의 관계 맺음에서 오는 성찰, 가정의 안락함과 운동 후의 성실한 땀방울, 마지막으로 편안한 잠자리.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상하죠. 왜 저는 쓰지 못한 밤이 이토록 쓰라릴까요.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이 무엇인가를 계속 써 내려간 날들이 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이네요. 잔뜩 얹혀있는 무언갈 토해내고 쏟아내며 막무가내로 써내려 갔어요. 뜨뜻미지근한 열망에 회의하면서요. 돌고 돌아 글쓰기로 돌아오면서도 뜨겁게 타오르진 않는 무엇에 답답한 날들이었어요. 열망이란 자고로 뜨겁게 타올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 열망은 왜 뜨겁지가 않죠. 


  글쓰기에 대한 제 사랑의 온도는 미지근한 온열기 같아요. 뜨거운 온기를 전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싸늘하지도 않으면서 맹숭맹숭한 딱 그 정도의 온도요. 이걸 사랑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딱 그 정도의 온도입니다. 미적지근한.


  그렇게 뜨뜻미지근한 온도로 오늘도 써 내려갑니다.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수긍할 만한 답을 얻는 날이 올까요. 괜스레 미적지근한 온도를 탓하고 싶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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