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회고찰 ep.1
더퍼슨스에게 '누가 독자인가?'라는 질문은 일종의 숙제다. 매 시리즈별로 바뀌는 주제에 따라 해당 시리즈에 관심을 갖는 독자 역시 매번 바뀌기 때문이다. 만약 더퍼슨스가 애플이나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였다면 고민의 방향이나 강도가 달랐겠지만.
더퍼슨스 모든 팀원이 함께 하나의 시리즈 도서 주제와 인터뷰이 후보를 정하며 '뾰족함'을 찾아가지만,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우리가 다루고 싶은 주제' 또는 '뾰족함을 위한 뾰족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일반적으로 대중이 어떤 주제를 좋아할 것인가?
위 문장은 이미 모호함 덩어리다. 어떤 특성이 일반적이며 누가 대중이고, '좋아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단번에 100% 명확한 정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이 또한 모호한 단어이지만 어쩔 수 없이) 대상의 범위를 한정 지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더퍼슨스 첫 번째 시리즈인 '퀀트(Quant)'편의 독자는 누구였을까?
의도한 대상은 디지털 기술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언저리의 금융권 취업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었다. 출간 후 실제 독자는 학생보다 오히려 금융 현업에서 이미 일하고 있는 이들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마케팅 상의 차이 또는 실제 구매자와 도서관 대여율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예상과 실제가 달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금융 도메인의 전문적인 내용 탓에 난이도가 어려웠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난이도를 더 낮춰서 인터뷰/편집했어야 한다. 책의 디자인 때문이었을까. 더퍼슨스가 시리즈로 구성되는 이상 디자인의 통일성을 무시할 수 없기에 더 팝(pop)한 느낌을 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여기서 타겟 설정의 괴리 하나가 등장. 또는 인터뷰이의 구성 때문이었나. 전혀. 이 부분은 결단코 아니라고 자신한다. 오히려 학생들이 만나지 못해 안달인 분들이지, 어중이떠중이를 인터뷰하지 않았다.
이 글에서 모든 해답을 내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명확한 타겟 설정과 이에 따른 실무에 괴리가 발생할 때 생기는 격차를 돌이켜보고자 함이다.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의 골든 서클(Golden Circle)은 이런 의미에서 오래전 소개되었음에도 의미가 크다.
이유(Why)에서 시작하라는 것
어떤 고민(Why)에서 시작해 어떻게(How) 그 고민을 해결하려 했고,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What)가 당신 눈앞에 마련되어 있는가. 굳이 따지자면 앞서 언급한 '퀀트편'의 사례에서는 Why에서 How로 넘어가는 과정이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또는 Why가 비교적 명확하지 않아 How에서 그 모호함이 헛갈림으로 표현되었을 수도 있고.
중요한 시사점은 이것이다. Why의 중요성을 몇 번씩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점. 어제 명확하게 정리했다고 해도 오늘 한번 더 고찰해봐야 한다. 특히 사업과 서비스는 여러 이해당사자들과 유기적으로 반응하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같은 맥락에서 기존에 '누가 독자인가?'에 대해 상정한 결과를 실제 시장에서 검증했을 때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기민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둘 중 하나의 태도를 재빠르게 취해야 한다. 기존에 상정한 것을 새로운 타겟에 맞게 바꾸든가, 기존에 상정한 고객을 위해 다시 다른 프로덕트를 만들든가. 자본, 시간, 인력 등 리소스가 부족한 스타트업에서는 어떤 방안이 효율적 일지는 비교적 명확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더퍼슨스에게 '누가 독자인가?'라는 질문은 마감 없는 숙제가 될 것이다. 이때 최악의 태도는 과거에서 배우지 않는 것. 배웠더라도 다음 시도에 적용하지 않는 것. 이번 기회가 그간의 시리즈별로 '누가 독자인가?'라는 질문에 되짚어 보는 최적의 시간이 될 것이다. 생각한 바를 바로 실천하는 것이 가장 최적의 타이밍이 될 것이므로.
<더퍼슨스 No.1 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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