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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선 Dec 03. 2023

단어 암기, 그 이상의 어휘력

알고 있는 낱말의 수와 어휘력은 비례하지 않는다고요?

줄넘기 건너뛰고 스파링부터 하시나요?
 

말과 글을 통해, 혹은 손짓을 통해 메시지를 이해하고 전달하려면 반드시 단어가 필요합니다. 단어들을 잘 배치하고 이어주는 문법 지식은 있으면 편하고 없으면 불편하지만, 단어는 없으면 메시지의 정상적인 전달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어휘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리딩, 스피킹, 라이팅 기술을 배우더라도, 그것이 실제 퍼포먼스로 결코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기초체력이 부실한 제가 복싱 고급 기술을 배우는 상황이랄까요. 매우 효율이 떨어져 지치기만 한 학습경험이 될 겁니다.


앗, 그런데 제가 여기서 단어와 어휘를 둘 다 언급했죠. 도대체 이 둘은 어떤 관계일까요? 단어를 외우는 것이 곧 어휘력이 되는 것이라면 굳이 왜 명칭이 다를까요? 단어와 어휘는 서로 다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영어에도 복수 형태가 가능한 Word라는 명사가 있고, 복수 형태가 불가능한 Vocabulary라는 명사가 따로 존재하는데요. 단어스스로 일정한 을 담고 있고, 자립성이 있는 언어의 최소 단위를 가리킵니다. 단어를 익힌다는 것은 개별 단어를 구성하고 있는 낱말의 소리, 형태, 그리고 단어의 의미를 아는 것입니다. play라는 단어의 소리(‘플레이’)와 철자(p,l,a,y), 그리고 의미(놀다)를 알고 있다면 이 단어를 잘 익힌 겁니다.


반면 어휘단어의 집합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개별 단어가 많이 모이면 어휘가 되는 게 아니라, 복수 단어들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것을 조직하고 체계화한 것이 어휘가 되는 거죠. ‘단어망’ 정도의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그래서 어휘력낱말들에 대한 앎을 바탕으로 그들의 관계나 관련됨에 대해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휘력은 낱말들에 대한 앎을 바탕으로 그들의 관계나 관련됨에 대해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 평가에서는 학습자가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주변 단어들 간의 관계 속에서 가장 적절하고 자연스러운 쓰임을 아느냐를 평가합니다. 내신이나 수능에 개별 단어의 사전적 지식을 묻는 평가가 없는 이유입니다. 문장과 지문이라는 맥락 속에서 어휘력을 평가하죠. 물론 어휘력을 기르려면 기본적으로 개별 단어에 대한 앎이 전제되고요. (즉, 단어 암기는 이러나 저러나 해야 합니다.) 어휘력은 그 이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학생들이 수능 전까지 외워야 하는 단어의 수는 3,000개 정도입니다. 초등학교 때 800개 단어를, 중고등학교 때 1,800개 단어를, 그리고 고등학교 때 ‘영어 심화’같은 전문교과를 선택했다면 400개 단어를 더 배우죠. 공교육만 따져도 10년동안 영어를 배우는 건데, 3,000개 단어 정도는 그렇게 버거운 양은 아닙니다.

 

다만, 최근에 요구되는 어휘력은 그 3,000개 단어의 뜻과 쓰임을 아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단어를 말하기나 쓰기로 적절히, 그리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죠. 이를 능동적 어휘 지식(Active Vocabulary Knowledge)이라고 합니다.

사실 Active Vocabulary가 이 정도만 차지해도 언어 학습은 성공한 것


우리가 수천개의 단어를 알고 있어도, 막상 스피킹과 라이팅을 하게 되면 그 중에 지극히 일부만, 쓰는 단어만 계속 쓰게 되는데요. 그게 우리의 능동적 어휘(Active Vocabulary)가 되는 겁니다. 언어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라, 할 때 '자기 것'이 바로 능동적 어휘(Active Vocabulary)인 것이죠. 


그래서 어휘 학습은 단지 단어의 형태와 의미를 '아는 것'에서 나아가 말하기와 쓰기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두어야 합니다. 제가 리스닝과 리딩 수업의 마무리 활동으로 딕테이션을 강력히 권장하는 이유죠. 


다음 포스트에서는 능동적 어휘 지식을 기르는, 혹은 길러주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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