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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ink aloud Aug 24. 2023

임신 사실을 알기까지

영원히 만날 순 없지만, 우리에게 처음 찾아와 준 너의 이야기 1

[2018년 7월의 일기]

우리 부부는 올해 10월이 되면 이제 결혼 2주년이 된다. 

아이를 언젠가는 갖게 된다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지만 서로를 알아갈 '신혼기'의 중요성을 결혼 전부터 이야기해 왔기 때문에 임신 시기를 미뤄왔다. 그러다가 작년 8월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이제는 엽산을 먹으며 몸을 만들어야 하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매일매일 숙제처럼 먹고 있다. 그래도 이 달콤한 신혼 생활을 어찌 쉽게 끝낼 수 있으리오. 작년부터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우리 부부는 이곳저곳 '임신' 핑계로 둘만의 여행을 다녔다. 

그러다가 올해 2월, 이제는 정말 우리도 아이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서로 나누기 시작했고, 노력을 열심히 할 시점을 정해야 했다. 남편은 '언제쯤부터 노력하면 좋을까?'라는 나의 질문에... 역시나 '난 네가 좋을 때에'라는 정말 도움 안 되는 답변을 계속했기에.... 결국은 내가 마음먹기에 따른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는 이제 정말, 임. 신. 전!! '마지막 신혼기 여행'을 다녀오자며 영국/파리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5월 중순, 드디어 마지막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파리를 한참 여행하고 있을 시기가 마침 임신 가능 시기와 딱 맞아떨어지길래 감사했고, 우리끼리는 정말 한방에 아이가 생기면 태명을 '리아(파리+아)'라고 지어야 하나라고 얘기하곤 했다. 여행은 잊지 못할 행복한 시간이었다. 여행 가기 전까지 회사에서 몇 달간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아온 상태여서 더 꿀맛 같았고 이 상태로는 스트레스도 없기 때문에 더 아이가 잘 생길 것만 같았다.

 

여행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하루하루 생리 예정일을 기다렸다. 생리를 시작한 이후로, 배란일부터 생리예정일까지 14일의 시간이 이렇게 긴 줄은 정말 몰랐다. 하루하루 기다리는데, 심한 장염까지 걸려 몸은 더 말이 아니었고, 몸이 너무 힘드니깐 아이가 생겨서 그런 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예정일에 생리가 나오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매일매일 남편에게 아직 생리를 안 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거 같다. 

예정일이 3일 지났을 때, 우리는 아이가 아직 찾아오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건강한 커플도 20~30%의 성공 확률을 갖는 다니까 6개월 이상 시도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것인데,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불안했다.

그날부터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아이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주님이 허락한 시간을 기다리게 해 주세요' 

기도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다음 시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간절하지만, 주님께 순종하는 마음으로, 또한 최대한 오버하지 않고 담대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배란주기를 보냈다. 

자, 이제 14일을 기다리면 된다. 마침 14일 이후에 20대 청년 여름 수련회가 있어서, 매일 주제 말씀인 욥기 말씀을 묵상하며 보냈다. 


'우스 땅에 욥이라 불리여 불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온전하고 정직하여(blameless and upright)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더라, 욥 1:1'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내용인데, 이 구절을 읽으면서 우리 가정과 우리의 자녀도 욥과 같이 온전하고 정직한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감사할까. 하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14일을 기다리면서 가장 열심히 하는 것은 나의 몸 상태 변화를 계속 체크하는 것이다. 전과 달라진 점은 없는지, 끊임없이 임신에 대한 확인을 시도했다. 나에게 있었던 증상은 2주 전부터 가슴이 너무 아팠다. 원래는 생리 전 5일 전부터 아팠던 거 같은데 유독 통증이 빨리 시작되었다. 그리고 기다림 1주 차에는 저녁 먹고부터 너무 피곤했고, 2주 차부터는 가끔 배꼽 아래가 쑤시면서 아팠다. 대망의 생리 예정일. 아직 아무런 신호가 오지 않는다. (남편은 가슴통증이 평소와 달랐던 때부터 뭔가 느낌이 달랐다고 한다.) 

삼일을 기다려서 7/18 수요일이 되었다. 남편에게 오늘 내가 퇴근 전까지 생리 소식이 없으면 테스트기를 사 와 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퇴근 전까지 별일(?)이 없었고 남편은 테스트기와 함께 퇴근했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았다. 기도를 하고 테스트기를 뜯는데 남편이 동영상을 찍기 시작한다. 그리고 갑자기 시작된 인터뷰... 우린 그렇게 테스트를 해보기도 전에 지금의 심정을 인터뷰로 남기기 시작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화장실을 다녀와 남편에게 테스트기를 내밀었다. 

어? 어??? 분명.. 3~5분은 기다려야 결과가 나온댔는데. 초시계가 아직 30초를 지나지 않았는데 확연한 두줄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와... 우와... 우리에게 아이가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7/18, 수요일 한 여름밤, 우리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묵상하던 말씀에 따라, 

1) 온전하고 정직한 욥과 같은 사람이 되기를

2) 온정이 넘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온정'이라고 태명을 짓기로 했다. 


"온정아! 만나서 반가워! 아직은 엄마아빠라는 단어가 낯설지만,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우리 건강하게 씩씩하게 지내다가 곧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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