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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ink aloud Oct 24. 2023

내 아이가 다닐 기관은 어떤 곳이길 원하나요?

아이의 유치원 선택과 지원 과정 이야기 

가을이다. 아이를 갖기 전, 우리에게 가을은 어떤 의미였을까?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펼쳐진 하늘과 관대한 날씨에 감사하며 나들이 다니는 시간. 가을에 대한 견해는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부부에게 가을은 웅크리는 겨울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바깥활동을 만끽하며 다닐 수 있는 '풍성하기만'한 계절이었다. 아이를 낳고 보니, 그리고 첫째가 5살을 앞둔 4살이 되고 보니 10-11월 가을은 다음 해 입학을 준비하는 분주함으로 가득한 날들임이 분명해졌다. 


2022년 작년 이맘때 첫째의 유치원 지원을 결정하기 위해 분주했던 날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18개월부터 아파트 단지 내의 가정 어린이집에 다녔다. 영아일 때는 아무래도 '보육'이 가장 중요했고, 소규모일수록 돌봄을 받기 좋다고 생각되어 단지 내에서 가장 평이 좋다는 가정 어린이집을 수소문해서 지원했고 감사히 2년 동안 다녔다. 가정어린이집이기에 4세까지 다닐 수 있었고 아이가 4세 여름을 보내고 있던 시기부터 무한 서치를 하며 유치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이가 4세가 되면 되면 부모는 이런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1. 5세부터 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vs7세까지 하는 어린이집을 계속 보낼 것인가? 

'5세면 아직 어린데,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가서 스스로  할 수 있을까? 그냥 6세부터 보낼까' 생각보다 이런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많았다. 그리고 유치원은 연장보육/방학보육이 칼같이 없는 경우가 많다. 방과 후 과정이 대부분이 있지만, 방학이 3주씩 되고 전체 인원이 방과 후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즉, 내 아이를 포함한 일부 아이들만 방학 때 등원할 수도 있다는 것. 워킹 부모라면 7세까지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우린 여러 가지를 고려했지만 유치원을 보내기로 결정했고, 다시 선택의 순간이 오더라도 5세부터는 유치원에 보낼 것이다. 5세 어린이집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100% 확신할 수 없지만, 유치원은 확실히 '독립성'과 '자조성'을 강조해서 아이가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마련해 준다고 생각한다. 


2. 유치원을 보낸다면, 어떤 점이 특성화된 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숲체험 vs 영유 vs 과학 vs 방과 후 활동

수많은 유치원들이 있고 각각 특화된 활동이 있다. 우리가 고민했던 유치원/어린이집은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었다.     

1) 영어특화 어린이집 : 원어민 교사가 상주 (매일 1~2시간씩 영어 수업), 수영장을 보유했고, 숲 체험 및 마당 텃밭 가꾸기 활동 특화 

2) 음악 특화 유치원 (법인) : 국악에 관련된 수업이 많고 매년 새로운 악기를 배우며 체험할 수 있다. 

3) 특성화 교육 특화 유치원(법인) : 사립 초등학교에 소속된 유치원으로 넓은 공간에서 검증된 선생님들과 교과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초빙 강사들과 함께함 

4) 놀이 중심 유치원 (법인) : 오전반 오후반 담당 선생님이 다르고, 영어를 제외한 모든 수업은 유치원의 선생님들이 계획해서 담당함 (원어민 영어 선생님 수업 격주로 1번)


원래 100% 영어유치원은 안 보낼 생각이었고, 절충안으로 비싼 원비(월 200 가까이)를 감당하고서라도 '놀이식 영어'에 끌려서 1) 번에 거의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근데 9월쯤 해당 어린이집 비리 문제가 기사화되고, '어린이집'이라는 타이틀로 정부 지원을 받지만, 제한된 금액 이상으로 원비를 받기 위해 매월 여러 계좌로 학비를 받고 있고 이는 모두 원어민 교사 임금으로 나가고 있다... 등에 관련된 기사였다. 서울의 대부분의 영어 어린이집에서 행하고 있는 방식인 줄은 알았지만, 생각할수록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영어 유치원(어학원)도 아닌데 월 200만 원 가까이를 투자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집에서 충분히 영어를 노출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부부가 갖고 있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아서 1)은 리스트에서 완전히 제외되었다. 

2) 번은 가장 보내고 싶었던 기관이었다. 설명회에 가서도 커리큘럼이나 원장 선생님의 '놀이위주' 교육 가치관이 참 맘에 들었다. '아이들은 무조건 놀아야 한다'라고 ㅎㅎㅎ 하지만 경쟁률도 늘 너무 높았고, 무엇보다도 매일 자차로 하원을 해야 해서 제외.. (워킹 부모는 웁니다.. ㅠㅠ)

3) 번도 법인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끌렸지만 생각보다 아이가 오랜 시간 셔틀버스를 타야 하고 (길게는 25-30분) 방과 후 선생님이 모두 외부 강사라는 점도 내키지 않았다. 

그러다가 가장 마지막에 알게 된 4) 기관에 지원하게 되었다. 육아휴직 상태였기에 가능했겠지만, 둘째를 부모님네에 맡기고 6개가 넘는 기관에 직접 방문해서 설명도 듣고 문의도 하고 기관의 시설도 눈으로 살펴보며 결정했고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선택했다. 그리고 1 지망에 합격하여 지금까지 즐겁게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1. 놀이 위주 수업 방식 (아이들은 무조건 잘 놀아야 한다! 의 교육 가치관)

2. 단독 건물에 넓은 실내/외 공간 (복도 놀이터, 볼풀장, 야외 놀이터, 모래 놀이터 등) 

3. 기독교 이념을 갖고 설립된 법인 유치원 (기독교 재단은 아니지만, 식사기도, 부활절, 추수감사행사 있음) 

4. 5세는 투담임 체제로 입학 초기에 배변훈련 등에서 큰 도움 받을 수 있음 

5. 오전/오후 담임 선생님 분리되어 선생님의 피로도 감소로 수업에 대한 질 향상 

6. 방과 후 활동도 오후 담임선생님이 준비하여 진행 (영어만 외부 강사)


6개가 넘은 유치원 설명회에 바쁘게 한 달 동안 돌아다니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궁극적인 질문에 도달했다. '우리는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이 선행되어야 이 모든 걸 결정할 수 있겠다는 결론이었다. 우리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어떤 걸 아이에게 채워 넣어줄지만 생각하게 되면 이곳저곳 설명회에 다니며 끌려다니고, 내 욕심을 모두 채워줄 기관은 없는지 더 찾아보게 된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배운다고 한다. 어른들이 볼 때는 단순해 보이고 반복적인 아이들의 놀이가, 단순한 just play가 아닌 educational play임을 우리들은 기억해야 한다. 어느 환경에서든 건강하게 잘 놀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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