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디자인 팀 리드로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록 (3)
#3. Annual Performance Evaluation 2023(2023년 평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태국의 회사는 보통 2월 초에서 3월 초 사이를 시작으로 전년도 평가를 하게 된다. 약 한 달 정도의 시간 동안 전 직원이 서로를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그 뒤 또다시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에 걸쳐 인사팀에서는 평가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그 뒤에는 개별 면담, 조직 변경, 연봉 협상, 퇴사 등등 다양한 일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결국 2월 초부터 4월 초(쏭크란 휴일 전)까지 이 피곤하고 지루한 과정이 이어지는 셈이다.
그동안 한국, 일본 그리고 태국 세 나라에서 일을 해왔다. 약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평가도 수도 없이 해왔던 것 같다. '퍼포먼스 평가'라는 것은 회사원으로서 형식적으로 해야 하는 귀찮은 루틴 중 하나라고 생각해 왔다. 어떻게 생각하면 인사팀에서 '우리 일 잘하고 있어요'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인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팀장이 되고 난 뒤의 '평가'는 그동안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오고 있다. 디자인 팀을 이끌어 가는 팀장으로서 태국 오피스뿐만 아니라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한국 오피스에 있는 모든 직원들과 이해관계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평가를 하고 평가를 받는 대상 또한 그 범위가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가장 밀접하게 일을 하는 디자인팀의 팀원들부터 다른 팀의 팀원들과 파트장과 팀장, C레벨의 임직원, 회사 대표까지. 복잡하지만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이 회사에 2023년 5월에 오게 되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진행하는 퍼포먼스 평가이다. 그러나 퍼포먼스 평가를 위해 만들어진 시트의 질문 문항이 다소 부정확하거나 애매한 부분이 많이 발견이 되고 있다. 그 예로 디자인팀의 일은 마케팅팀의 일과 같이 실적으로 직결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수치로 표현되기 어려운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약간 애매한 문항들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 이 부분은 빠짐없이 노트하면서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도 고민 중이다.
누군가는 '그냥 평가만 하고 끝내면 되는 거 아니야? 내 일만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성격 상 불편한 점이 보이거나 잘 못된 점이 있으면 그것을 분석하고 어떻게 해서든 개선을 하고야 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곧 마흔을 앞두고 천성이 그렇다는 것을 이제는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다. 이 부분을 꿰뚫어 보신 대표님도 이번 평가 시트를 함께 뜯어보면서 수정을 해나가자고 제안을 해주셨다.
퍼포먼스 평가를 한다고 해서 무언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1년에 한 번씩 이런 과정을 한다는 것이 나를 한 번 더 돌아보고 함께 일하는 팀원, 동료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