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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tree Apr 30. 2024

태국에서 디자인, 콘텐츠 제작 시 주의사항

태국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요소 (1)

 태국은 불교 국가이다. 태국에서의 '불교'는 종교를 넘어 문화로 자리 잡은 중요한 존재이다. 크고 작은 사원들이 시내 곳곳에 있고 생활의 일부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불교는 늘 내게 친숙했고 친숙하다. 우선 중고등학교가 불교 학교였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 오후에 불교 의식을 1시간 동안 드리는 시간이 있었다. 심인실이라는 회당에 올라가 반 친구들과 모여 합장을 하고 명상을 하며 불교 말씀을 들었다. 되돌아보면 여중여고생들이 모여 수다를 떨기에 참 좋은 시간이었다. 어디에선가 선생님이 나타나서 꾸벅꾸벅 조는 친구들의 등을 죽비로 치곤 했다. 이것은 소리는 큰지만 전혀 아프지 않은 대나무 막대기였다. 요즘 시대에 이런 행동을 하면 큰 일 나겠지만 라뗀 괜찮았다. 하하 갑자기 이 불교 시간 선생님을 똑같이 따라 하던 한 친구가 떠오른다.

 그리고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한 달 전부터 연등 축제에 나갈 연등을 만들기도 했다. 딱 이맘때 즈음이다. 손끝이 빨갛게 물이 드는 빨간 연잎을 한 장 한 장 풀로 붙여 예쁜 연등을 만들었는데 나는 그저 이 아름다운 조형물을 만드는 게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과정이 단순 노동이라 생각을 없애기에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좋아했나 싶기도 하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 만든 연꽃을 애지중지 들고 부처님 오신 날에 봉은사 근처로 연등 축제를 나갔다. 친구들과 함께 교복을 입고 통제된 삼성동 거리를 활보하는 게 참 즐거웠는데 이때 무언가 자유로움이 느껴졌던 순간으로 아직도 기억이 된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코엑스로 월드컵 거리응원을 빼놓지 않고 나갔던 것일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인생에 전혀 예상에도 없던 태국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남편과 그의 가족 역시 불교이고 아버님, 어머님 집에 가면 신당 같은 방이 따로 있을 만큼 그 깊이가 매우 깊다고 할 수 있다. 불교 용어로 이렇게 좋은 믿음을 갖는다는 말이 따로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시부모님 댁에 가면 함께 절에 가서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따라서 나는 어릴 때부터 우연히 아주 자연스레 불교에 대해 노출이 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태국에서 디자인, 콘텐츠 제작 시 주의사항에 대한 글을 쓰려다 추억여행을 휘릭하고 오게 되었다. 무튼 태국에는 공휴일이 많은데 '부처님 오신 날'과 연관된 날이 정말정말 많다. 직장인으로서 휴일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그 뒤로는 왕의 가족과 관련된 공휴일이 많다. 암튼 부처님이 수시로 오시는데 너무 많아 태국인 친구들도 정확히 모든 날들을 모르는 것 같다.   

 부처님과 관련된 콘텐츠 및 디자인 제작을 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 공유를 하려고 하는데, 결론적으로 부처님의 형상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금한다. 이것은 태국인들에게 있어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다. 부처님은 종교이자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한 경각심을 잘 나타내는 옥외광고를 방콕 수완나품 공항 가는 길에서 볼 수 있다.


태국에서 부처님 형상을 대하는 태국인들의 자세를 한 번에 잘 보여주는 옥외광고


 태국도 5월부터 부처님의 날들이 이어진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콘텐츠에 대한 제작물이 자연스레 디자인팀으로 많이 들어오게 된다.

 오늘 아침엔 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친구가 디자인팀에 부처님의 날과 관련된 디자인 배너 제작을 요청해 왔다. 요청된 레퍼런스에 부처님의 형상이 그대로 들어가 있었는데 이를 본 디자인팀의 팀원들이 평소와는 다르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이렇게 하면 분명 드라마가 펼쳐질 거예요'라고 했다. 태국에서 드라마라는 것은 안 좋은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어떤 일에 대한 온갖 잡음 같은 것들이 발생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태국 드라마 한 편을 보면 이 뜻이 어떤 의미를 하게 되는지 어렴풋이 알 것이다. 나는 곧장 부랴부랴 해당팀에게 코멘트를 달았고 결국 결과물은 부처님의 형상이 없이 사원의 형상과 연등만으로 채워져 컨펌이 났다.


 누군가 태국에서 콘텐츠를 제작할 때 참고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 오늘도 역시 하나하나 배워가는 태국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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