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만날 언어는 과연 무엇일까?
점심시간에 회사 오피스 근처에서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서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처음엔 비즈니스 미팅인가 보다 했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들으니 언어 교환 모임이었다. 영어, 태국어, 프랑스어, 일본어가 두 사람의 사이를 공기의 흐름처럼 자유롭게 오고 가고 있었다. 남자는 태국인인데 일본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었고 기본 영어가 가능하며 초급 프랑스어를 배우는 중이었다. 그리고 여자의 국적을 알 수 없지만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할 줄 알고 고급 영어가 가능하며 초급 태국어를 배우는 중이었다. 4개국의 언어가 핑퐁처럼 쉴 새 없이 오고 가는 모습이 굉장히 흥미로워 나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30분 정도가 흘렀을 때 그들에게 합석을 하자고 거의 말할 뻔했다.
이처럼 방콕엔 언어 교환 모임이 정말 많다. 워낙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방콕에서 머물거나 거주하기 때문에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참여할 수도 있다. 특히 4개 국어를 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정말 멋진 사람들이 많아 흥미로운 부분이 가득한 방콕 생활이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에 노출되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출퇴근 길에 이용하는 방콕 지상철 BTS에선 정말 많은 언어를 만날 수 있게 된다. BTS 한 칸에 얼마나 많은 언어가 존재할지 대략 계산해 본 적이 있었는데 어림잡아 평균 5개국 언어 이상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 상황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이것 보다 더 되지 않을까? 그리고 재밌는 것은 이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친구들이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나나(Nana)'역에 도착하면 안내되는 방송을 따라 한다는 것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똑같이 따라 하는데 너무 귀엽고 재밌는 풍경이다. 나도 역시 종종 "나나"를 따라 하곤 한다.
태국에 와서 내가 일을 하고 있는 모든 회사 역시 기본 4개의 언어가 오고 간다. 영어, 태국어, 한국어, 일본어는 거의 디폴트로 가져가고 여기에 대만어, 베트남어, 크메르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무한대로 언어가 추가된다. 영어의 경우에도 영국식 영어, 미국식 영어, 싱가포르식 영어, 태국식 영어 등으로 세분화가 된다. 같은 영어이지만 그 나라만의 색깔이 입혀진 영어이기 때문에 꽤나 다른 느낌이고 굉장히 재밌다.
내가 하루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는 태국어다. 태국어 공부를 어떻게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특별한 방법이 없었다. 태국에서 먹고살아야 하니깐 정말 마음먹고 공부를 했던 것 같다. 물론 현재에도 공부 중이다. 태국어의 경우는 성인이 된 이후에 두 번째로 열심히 공부한 언어이다. 첫 번째 언어는 이태리어였다. 대학교 때 토리노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태국에서 태국어를 잘하며 살아가기 위해선 태국어를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방법이 없다. 그리고 태국식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세팅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태국에서 살면서 어느 정도 태국어를 사용하는 삶이 편해지기까지는 늘 머리가 아팠다. 없던 편두통이 생겼고 이러다 고라파덕이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종종 걱정을 했다.
그러다 가끔 태국어보다 어려운 언어를 공부해보기도 한다. 태국어보다 더 생소하고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인 아랍어가 그 예이다. 그렇게 종종 아주 새로운 언어에 잠시 나를 보냈다가 다시 태국어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편안함은 말로 다할 수 없다. 더불어 더 잘 들리고 읽히게 되는 경이로운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다중언어(多重言語)는 여러 개의 언어가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한 사람 등에서 여러 개의 언어가 동시에 사용 가능한 상황을 말한다. 나의 가정만 해도 태국인과 한국인이 파트너가 되었다. 파트너의 말을 100 퍼센트 이해할 수 없어 때론 속상하기도 하지만 100 퍼센트 이해 할 수 없기 때문에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처음에 파트너가 한국어를 배울 땐 귀여웠는데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시점이 오니 귀엽지많은 않았다. 이건 파트너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었다.
나는 최대한 많은 언어를 배우고 싶다. 살아가는 동안 기회가 된다면 3년에 한 번씩 나라를 옮겨가며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며 살아가고 싶다. 1년은 너무 짧고 최소 3년은 배워야 기초적인 언어의 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드래곤볼 모으듯이 언어를 모으며 살아가는 삶. 다음은 어떤 언어를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