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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tree Apr 20. 2023

[ 여행과 여행사이 ] 용기가 만들어준 파리의 인연

파리, 프랑스

1996년 파리의 마레 지구에 오픈을 한 오에프알파리(ofrparis). 10년 전 파리에 갔을 때 이 서점이 지금과 같이 유명해질 줄은 몰랐었다. 하지만 지금은 파리를 대표하는 독립서점 중의 하나가 되었고 몇 해 전 오에프알서울(ofrseoul)까지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서울에선 책 보다 에코백, 티셔츠와 같은 굿즈가 더 잘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번 파리 출장 때 다시 방문을 했을 때 서점 앞에서 우연히 Alex를 만나게 되었다. 여전히 유쾌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알고 보니 Alex는 나의 태국 친구와 아주 친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나 좁고 좁은 이 세상.

그리고 알렉스 옆에 눈에 익은 한 사람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흠모하고 있던 파리 패션 포토 그래퍼 Marie도 함께 마주하게 되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서점 안에 들어가 책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중 그의 에디션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파리 감성이 가득한 스트리트 사진. 역시 그의 작품은 늘 나를 설레게 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서점 직원이 이 책은 오직 한 권만 제작되었다는 두근거리는 이야기를 귀띔해주었다. 책을 이리저리 만지작 거리다 내려놓았는데, 밤새 이 책 생각이 나서 그다음 날 다시 서점에 갔다.


다행히 책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혹시 오늘도 Marie가 오지 않을까 하며 직원에게 슬쩍 물었다. 그런데 20분 전에 그가 서점에서 떠났다는 것이었다.

직원들과 함께 그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내일 니스로 떠나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라 더욱더 아쉬울 것 같아 발을 동동 굴렀다.

이 마음이 닿았을까? 그가 서점 근처로 다시 온다는 너무나 감사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리고 Place de la République에서 만나기로 했다. 책을 품에 안고 전력질주를 했다.

그런데 세상에! 평소에 그렇게 이고 지고 다니던 필통을 안 가져온 것을 알게 되었다. 가방 안에 펜 한 자루가 없는 날이 거의 없는데 그날이 이날이었다. 근처를 둘러보니 한 카페가 눈에 띄었다. 무작정 들어가서 일하시는 분께 펜 한 자루를 빌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를 만나 사인을 받고 짧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의 다음 전시를 응원하며 헤어졌다.


다시 한번 돌아와 준 Marie와 만남에 큰 도움을 준 ofr 직원들 그리고 나의 밑도 끝도 없는 용기에 감사한 순간이었다. 더불어 펜을 선물로 준 ‘행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카페 사장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유난히 좋은 인연들과 장소들을 많이 만난 이번 파리 출장. 그리고 역시 세상은 좁고 또 넓다는 것을 실감하고 돌아왔다.


다시 곧 파리에 갈게, 기다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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