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미사일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 탄약을 대체하는 새로운 해결책? 신무기 '자폭드론'
지난 2월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연내 공격용 FPV(1인칭 시점) 드론 1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공격력 보강에 나섰다. 전쟁의 장기화, 늦어지는 서방 무기 지원 등으로 바닥나고 있는 탄약고를 채울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로 ‘자폭드론’을 택한 것이다. 군수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제조에 천문학적 돈과 시간이 드는 폭탄이나 미사일 시스템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원활한 부품 수급, 간단한 제작 공정이 가능한 드론이 적합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탄약을 대체하는 ‘자폭드론’의 놀라운 활약, 어떤 지점에서 이게 가능했던 걸까?
○ 완전히 뒤바뀐 전장의 풍경,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무기가 아니다! ‘플랫폼 격변기’
러우전쟁에서 볼 수 있는 ‘오늘’의 전쟁 양상에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이 바로 ‘효율성'이다. 종전의 전쟁과 같은 대규모 공격, 대량살상보단 기능적·심리적 공격을 통해 전장을 통제하는 형태로 전투방식이 진화하다 보니, 고성능 첨단 무기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신속한 다량 생산으로 ‘효율성’이 높은 무기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무기 플랫폼 격변기’인 셈이다.
반증으로 올 초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우전쟁은 유럽에 경종을 울렸다. 우리의 기존 방위산업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며 합리적인 무기체계를 더 빠르고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새로운 무기 발전 척도를 바탕으로 올 3월 EU는 최초로 방위산업에 초점을 맞춰 2030년까지 자국생산능력을 확대, 유럽산 무기 비중을 50%까지 늘리는 ‘유럽방위산업전략(EDIS)’을 발표했다. 또 미국의 경우 러우전쟁의 교훈으로 ‘리플리케이터 구상’이라는 대규모 무인 시스템 도입 계획을 발표, 중국과의 군사력 경쟁에 적극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열린 UMEX 2024, 싱가포르 에어쇼 등 다양한 방산전시에서 ‘효율성’ 측면으로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공격형 드론 프로모션이 눈에 띄게 확대되었다는 점도 중요한 맥락이다. 전차와 장갑차, 전투기가 점령했던 재래식 전장의 풍경이 드론을 주축으로 완전히 뒤바뀐 것, 이제는 우리가 알던 ‘무기’의 모습이 이전과 사뭇 다른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 현대전의 새로운 특이점, 이것은 드론인가? 미사일인가?
올 초 미군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친(親)이란계 민병대의 공격이 ‘자폭드론’에 의해 이루어졌음이 밝혀지며 ‘자폭드론’에 대해 다루는 각종 언론 기사가 보도되었다. 가격 대비 효과가 뛰어나고 공격하는 입장에서 전투원의 손실도 줄일 수 있어 러우전쟁을 비롯한 현대 전장의 ‘게임 체인저’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다.
무인기와 순항미사일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체계 ‘자폭드론’은 통상 원격 조종 장치로 제어되어 드론의 광학 정보를 토대로 수시로 변하는 목표에 즉각적 대응이 가능하고 상공을 배회하다 특정 순간 정밀한 공격, 회수 후 재사용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인 공격 체계의 새로운 표준이자 미사일의 보완 체계로써 각광받고 있다. 실제 러우전쟁에서도 수많은 자폭드론들이 다양한 임무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 중이며 세계 각국은 앞다퉈 더 뛰어난 군용 드론 개발과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도탄에 강한 회사, 드론까지 섭렵 맥지(Mac Jee)의 ‘안샤르’
2023 두바이 에어쇼에서 브라질 방산업체 맥지(Mac Jee)의 배회형 자폭드론 ‘안샤르’가 최초 공개되었다.
속도 170m/s, 최소 해상 활공 고도 10m, 20kg의 탑재량 운반까지 가능한 다목적 공격형 드론으로, ‘간단한 유지 관리와 쉬운 작동 방식, 저렴한 비용으로 고비용 표적을 파괴할 수 있는 혁신적 도구’로서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안샤르’가 주목받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개발사 맥지(Mac Jee)는 소형 전술차량 탑재형 로켓 발사 체계인 ‘아르마딜로 TA-2’와 정밀유도폭탄 ‘Dagger’을 개발한 것으로 잘 알려진 브라질 주요 방위산업체이다. 이렇듯 유도탄을 잘 만드는 회사가 공격형 드론으로의 피봇에도 놀라운 역량을 보이고 있는 있다는 것, 그들의 사례가 산업의 비전에 제시하는 중요한 메시지 때문이다.
드론계의 테슬라, 안두릴의 신개념 자폭드론 ‘로드러너M’
작년 12월, 안두릴에서 개발한 매우 독특한 형태의 자폭드론 ‘로드러너 M’이 공개되었다. 별도의 격납 시스템에서 무인으로 발사될 수 있으며 제트 엔진 장착으로 훨씬 빠른 비행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일반 드론과 달리 아음속 고속 비행이 가능해 지상 목표물은 물론 적 드론이나 헬리콥터 같은 저속 항공기 파괴가 가능하다는 점, 미사일과 달리 공격에 실패하면 다시 착륙해 다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혁신 드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구체적 제원이 알려지진 않았으나 안두릴 CEO 파머 러키는 “로드러너 M이 노리는 경쟁 타깃은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이며, 초기 도입 비용은 비싸나 운용 비용은 매우 저렴하고 성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비췄다.
○ 드론과 미사일 그 사이의 어딘가, 결국은 드론-미사일의 융합플랫폼으로의 진화
새로운 무기 패러다임 속 최근 흥미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드론 플랫폼에 적용할 ‘탐색기’를 개발하는 사업, 탄두와 신관이 요구되는 자폭드론을 개발하는 사업 등 플랫폼 격변기의 도래로 기존 무기체계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새로운 개념의 융합 무기체계 발전들이 이루어지는 모양새이다. 사실상 자폭드론도 ‘저가형 순항미사일’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훌륭한 타격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드론-미사일 융합 무기체계이다. 군용 항공기가 공중에서 다량의 드론을 방출하고 제어하는 공중발사드론(ALE, Air Launched Effects)의 경우도 정밀유도무기를 토대로 항공기의 생존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전력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융합 무기체계이다. 실제 미 육군은 헬기, 드론, 풍선, 지상발사대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중발사드론(ALE)을 개발 중이며 레오나르도, 안두릴, KAI 등 다양한 업체도 개발 중임을 밝혔다. 그 외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 무인기 탑재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까지, 아마도 드론과 미사일의 경계는 이미 빅 블러(Big Blur)가 깊숙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 자폭드론+미사일의 또 다른 융합? 전술적 혁신이 만연하는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
작년 6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군 남부 사령부를 정밀 타격하였다. 우선 샤헤드-136 자폭드론 35대를 5~7대씩 제파식으로 출격시켜 방공체계를 무력화시킨 후 이스칸데르-M과 K 미사일을 발사해 주요 유류고와 탄약고를 정밀 타격하는 새롭고 놀라운 전술 방식이었다. `22년 10월에는 우크라이나가 자폭드론 9대로 지상 군수시설을 파괴하여 흑해함대 경계부대를 기만한 후 무인수상정 마구라 V5를 활용해 흑해함대 기함인 마카로프함을 피격한 사건도 있었다. 무기체계 간의 융합은 플랫폼 혁신뿐만 아니라 새로운 전술적 진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 방위산업에게 찾아온 빅 블러(Big Blur), 우리가 만들어 낼 새로운 판타지는?
작년 9월 북한이 러시아를 방문할 당시 연해주 지사가 자폭드론 5종을 선물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북한이 곧 자폭드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각종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같은 시기, ‘국방우주미사일 전략포럼’에서 남세규 前국과연소장은 전장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다양한 방법론을 조속히 고안해야 한다며 ‘(드론을 포함한)미사일 일만양탄설’을 주장했다. 환경적/상황적으로 전장에 찾아온 ‘빅 블러라는 새 시대를 맞이할 탄탄한 준비, 그리고 변화가 분명히 필요해 보인다. 과연 우리는 어떤 준비와 변화를 고민해야 할까?
가장 먼저, 앞으로 펼쳐질 ‘융합 플랫폼 시장’에 우리는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지를 냉정히 판단해 보아야 한다. ‘융합 플랫폼’은 기존 유도무기 업체의 피벗과 민간 드론 업체의 시장 진입이라는 두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볼 수 있다. 물론 민간 드론 영역은 이미 기술성숙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에 큰 위협적 존재로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고 적절한 대응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전술적 혁신이 만연하는 새 전장에, 가장 적합한 ‘융합 플랫폼’ 개발이란 반드시 ‘새로운 운용 개념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새로운 운용 개념 기반의 임무 장비 융합이어야만 진화된 전술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새로운 운용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오랜 기반과 유도무기, 드론, 임무 장비(탐색기, 광학, 전자전 등), 데이터링크 등 훌륭한 자산들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융합’의 대상이 되는 사업영역 간 면밀한 협력과 소통은 중요한 요소이자 우리의 필수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변화에 발맞춘 조직 구성, 프로세스 구축 등의 내부적 시도들도 고민해볼 수 있는 요소이다. 오랜 기반과 훌륭한 자산들, 그 사이의 협력과 융합을 위한 노력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장에서의 유리함을 가져다 주는 분명한 기회 요인이 될 것이다.
이미 계열화·전문화 시대는 끝났다. 융합화·모듈화의 시대의 도래는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가져다 준다. 충분한 인적 자원과 기술적 자원들이 모두 갖춰진 국내 유일 방산기업으로서, 새로운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기존의 소중한 자산들을 잘 융합하여 새로운 판타지를 만들어 나가길, 전장의 새 시대를 이끌어 가는 맨 앞에 LIG넥스원이 있길 바라본다.
[Vol.2] ISSUE NO.2
드론과 미사일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방위산업에게도 찾아온 ‘빅 블러(Big Blur)'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