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재테크에 전혀 관심도 없던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어떻게 투자를 하고 어떤 종목을 매수해야 하는지가 늘 의문이었다. 주식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쉬운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주식 및 재테크 관련 책을 열 권 이상 읽은 것 같다. 그중 가치투자 방식이 잘 이해되었고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느껴졌다. 가치투자의 원칙은 매우 단순하다.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해서 제 가치를 찾아갈 때 매도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저평가의 기준을 무엇으로 만드느냐이다. 저평가된 주식이란 내재가치보다 싼 주식을 의미한다. 주가는 매일 시세에 나와 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저평가의 기준이 되는 내재가치를 어떻게 산정하느냐가 가장 큰 어려움이다. 기업의 내재가치는 어떻게 산출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저자마다 강조하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저자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로 평가하고, 어떤 저자는 순유동자산 대비 시총과 비교하기도 하고, 어떤 저자는 자신만의 산출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반면 어떤 저자는 개별 주식 투자보다는 ETF 투자를 추천하기도 하고, 채권 투자를 강조하는 저자도 있고, 채권과 주식의 적절한 조합을 추천하는 저자도 있다. 어떤 저자는 영업보고서를 검토하고 분석해서 투자하는 방식을 추천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업보고서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초보자로서는 이 또한 쉬운 방법이 아니다. 지인이 회계원리 공부를 하라고 권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몇 가지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기보다는 잃지 않기 위해 투자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실된 부분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종목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 회복이 안 될 가능성도 있다. 큰돈을 벌려는 욕심보다는 안전한 종목에 투자를 하며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가 좋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단기투자는 돈을 날리기 위한 가장 지름길이라는 말도 있다. 이 점은 주린이인 나도 동의한다. 소문이나, 추천, 부화뇌동하는 투자 방식은 그다지 좋은 투자 방식은 아니라는 확신도 갖게 되었다.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확립해야 상황의 변화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벤저민 그레이엄을 가치투자의 원조라고 한다. 그의 원칙은 매우 단순하다. 순유동자산 (유동자산 - 총부채)의 2/3가 시총보다 많은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이는 1/3의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도 있는 내재가치보다 매우 저평가된 주식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한 종목에 투자하지 말고 여러 종목으로 분산하는 분산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저평가 주식, 안전 마진 확보, 그리고 분산투자가 그의 원칙이다. 그리고 주식과 채권의 투자 비중을 7:3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의 제자이자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저평가된 주식 외에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회사에 투자를 한다. 코카콜라와 질레트 면도기가 그 대표적인 종목이다. 그는 벤저민의 저평가된 종목에 한 가지 원칙을 추가한 것이다. 시장 독점적인 브랜드 가치를 지닌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가치투자는 이 두 사람의 말대로 따르면 되는데,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벤저민의 방식은 숫자로 산출될 수 있으니 따라 하는 데 별 문제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무리 싼 종목을 매수한다고 해도, 그 종목이 발전 가능성이 없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워런처럼 시장을 읽어내고 기업 가치를 평가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원칙을 제시해 주었지만, 어떤 원칙이나 방법도 따라 하기에 쉬운 것이 없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방식을 양적 가치투자라고 한다면, 워런 버핏의 방식을 질적 가치투자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알지만,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양적 가치투자 방식은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야마구치 요헤이는 그의 저서 ‘현명한 초보 투자자’에서 내재가치 산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 3년간의 영업이익을 토대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 가치에 유동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가치를 더해서 기업의 내재가치를 산출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벤저민의 방식과 야먀구치의 방식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종목이라면 그나마 괜찮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도 문제는 있다. 이 방식과 저 방식을 섞어서 판단하는 것이 만들어 내는 오류 가능성 때문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소문을 듣거나 시장의 변덕에 부화뇌동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안전한 투자 방식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질적 가치투자 방식을 활용해서 종목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수많은 투자자들과 펀드매니저들이 이 방식을 이용해서 투자를 하려고 애쓸 것이다. 국내 가치투자 책을 몇 권 읽으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로 들은 몇 종목이 일치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종목들이다. 예를 들면, 농심, 롯데 칠성, 동서식품, 진로발효 같은 종목들은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또 다른 부류는 일반 기업이 진출하기 어렵고 진입 장벽이 높은 종목으로 KT & G, 한국전력, 가스 회사 등이 있다. 그 외에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는 중소형 기업으로 탄탄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종목들이 있다.
투자 원칙을 가치투자로 정한 이유는 양적 가치 산출 방법이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의 말을 듣고 투자하기가 싫어서이다. 나의 원칙을 만들어 투자를 하면서 그 방식을 깊게 공부하는 것이 내게 맞는 투자 방식이다. 국내 가치투자 관련 서적을 좀 더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지금까지 찾아낸 종목들에 대한 공부를 깊게 할 필요도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종목에 투자를 하기보다는 20 종목 이내로 투자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0 종목을, 20 종목을, 10 종목 정도 투자하라고 저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어떤 가치투자자는 10 종목 이내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법을 추천하기도 한다. 20 종목 내외로 투자할 생각이다. 그리고 매월 리밸런싱 하는 작업을 병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종목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고, 동일 금액으로 리밸런싱 하는 작업이 수익률을 높여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매월 동일 비중 리밸런싱 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너무 잦은 리밸런싱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종목 변경은 분기별 또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하거나, 아니면 주가가 갑자기 너무 오를 경우에 양적 가치투자 기준에 맞춰 검토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재테크에 대해 조금씩 공부하며 알게 되면서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변화는 혼란의 기초 위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혼란을 피하기보다는 혼란 속으로 들어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삶이다. 주식 투자도 그런 면에서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삶의 모든 측면이 같을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다가오는 도전, 그에 대응하는 응전, 그리고 맞이하는 변화가 삶의 순환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