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권계의 대부라고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책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라는 책을 최근에 읽었다. 그는 평생 투자자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가 얘기한 내용 중 ‘경제적 독립’이라는 말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기 위해서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 하기 싫은 일은 않아도 되고, 만나기 불편한 사항 만나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경제적 독립’이다. ‘독립’이라는 단어보다는 ‘자유’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서 경제적 독립이 필요하다. ‘경제적 자유’는 삶의 자유를 만끽하며 살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든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라’는 말은 매우 의미 깊은 말이다. 돈의 노예가 되느냐 아니면 돈의 주인이 되느냐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다. 사랑만 하고 아끼기만 한다면 돈이 주인이 되는 것이고, 사랑하되 거리를 두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살아간다면 돈의 주인이 된다. 돈을 쓰지도 못하고 무조건 모으고 수전노처럼 살아가는 사람은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다. 돈을 버는 이유는 잘 살고 잘 쓰기 위해서이다. 버는 방법을 잘 알고 잘 쓰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저자는 투자행위를 ‘지적인 도전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나이 든 사람에게 투자는 좋은 ‘지적 활동’이자 어느 정도의 수입을 만들어 주는 좋은 ‘놀이’가 될 수 있다. ‘투자’를 ‘놀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너무 심각하게 투자 자체에 올인하지 말고 즐기며 지적 활동을 할 수 있는 투자 생활을 하고 싶다.
저자는 투자 성공의 기본적인 네 가지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다. 절대로 빚을 내서 투자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저자 역시 신용 거래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 돈’으로 투자를 하면 주가가 하락을 해도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다. 금리가 상승해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이삼 년 정도 쓰지 않아도 될 여유자금으로 투자를 하게 되면 변화무쌍한 주식시장을 버텨낼 수 있다. ‘인내’가 두 번째 원칙이다. ‘주식 투자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공부도 엉덩이로 하고, 글쓰기도 엉덩이로 한다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끊임없는 노력과 좋은 결과를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간 읽었던 대부분 주식 관련 서적에서도 단타 매매로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얘기한다. 여유 자금으로 투자할 때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다. ‘자기 돈’과 ‘인내’는 연결되어 있다. 이 둘과 같이 연결된 세 번째 원칙은 ‘생각’이다. 자신만의 생각과 상상, 투자 원칙과 전략을 갖고 종목을 선택하고 투자는 것이다. 확신이 있으면 투자를 한 후에 시장 상황이나 소문, 전문가들의 의견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신을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다.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념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인생도 이와 같다.
마지막 원칙은 ‘행운’이다. “인내가 없으면 돈과 생각 역시 별 도움이 안 된다. 행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언젠가는 자신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대한 그리고 인내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행운은 어떤 사람에게 돌아갈까? 행운은 과연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사람들은 행운이 찾아왔다고 하고, 나쁜 결과가 나오면 불행하거나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얘기한다. 못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 환경을 탓하기도 한다. 행운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질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행운은 인내하고 노력하고 기다릴 때 찾아온다. 마치 감이 무르익어서 저절로 우리 입에 떨어지듯. 감이 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과 흔들리는 생각을 다잡으며 자신의 판단을 믿을 수 있는 확신이 있어야만 기다릴 수 있다. 행운은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결국 네 가지 원칙은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행운’이다. 다른 세 가지 원칙을 지켜나갈 때에만 ‘행운’의 여신이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 우리가 행운을 쫓아가기만 한다면 행운은 달아나지만, 할 일을 다 마친 후 숙성되는 시간을 기다리면 행운은 저절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저자는 주식은 장기적인 상승 운동이므로 자신의 돈으로 분산투자와 장기 투자하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국제적인 우량주에 해당되는 주식을 몇 종목 산 다음, 약국에 가서 수면제를 사 먹고 몇 년 동안 푹 자라.”라고 말할 정도로 종목 선택의 중요성과 분산투자,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뉴스는 투자의 도구이다. 상상력을 발휘하라.”라고 말하며 공부와 생각, 상상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주식 시장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반영하고 있다. 뉴스를 통해서 경제의 흐름이나, 성장 산업과 관련 기업의 발굴, 전망이 밝은 미래 산업 분야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뉴스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미래의 주식시장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지 상상력을 발휘해가며 공부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재테크를 시작한 후에 신문의 경제란을 꼼꼼히 읽어보고, 관련 종목을 검색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이런 훈련들이 쌓이면 투자자로서의 기초를 다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직하게 말하라면, 난 여러분에게 장기 투자를 권하고 싶다. 장기투자는 모든 주식 거래 중 최고의 결과를 낳는 방법이다. (........) 순종 투자자는 옳든 그르든 독자적인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그를 단기 투자자와 구분 짓는 결정적인 차이다. 투자는 부와 파산 사이를 오가는 위험한 항해이다. 훌륭한 배와 똑똑한 항해사일 것이다. 훌륭한 배란 무엇인가? 돈, 인내, 강인한 신경으로 무장한 배다. 똑똑한 항해사는 어떤 사람인가? 경험이 풍부하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의 무기는 첫째도 경험이고 둘째도 경험이다. 성공적인 투자자는 100번 중 51번 이익을 얻고, 49번 손실을 본 사람이다. 심각한 손실을 겪고 나서야 사건의 밑바닥으로 들어가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진지하게 분석해 보게 되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진지한 분석만이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본문 중에서)
위의 글이 저자의 투자 철학을 함축해서 설명해 놓은 것 같다. 요즘 주식이나 채권, 가상자산 등에 관한 책들을 보며 투자자로서 기초를 쌓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 투자자가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와 원칙을 배울 수 있었다. 최근에 한 투자 전문가가 글로벌 주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을 해 주어서 미국 주식과 해외 인덱스 펀드에 소액씩 투자하며 공부하고 있다. 미래를 읽는 것이 중요하고, 자신만의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재테크를 시작한 지 아직 채 1년도 되지 않아 여전히 ‘주린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조금 책의 내용도 들어오고, 신문이나 미디어를 통해서 경제 흐름이나 미래 성장 산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자체가 바로 내게는 ‘즐거운 지적 활동이자 놀이’이다. 재테크를 공부하며 새로운 세상에 눈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열린 만큼 보이고, 열린 만큼 즐겁고, 열린 만큼 사고가 확장된다. 책의 제목은 돈에 너무 빠지지도 말고, 너무 멀리하지도 않는 중용을 유지하며 살아가라는 선배의 친절한 조언이다. 감사합니다! 코스톨라니 선배님!!